지난 11일 안양의 한 학교 강당에서는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과학창의앰배서더 특별과학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과학창의앰배서더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며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과학자의 교육기부 과학강연이다.
최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창의앰배서더 특별과학강연으로 다문화 자녀, 소년원, 탈북 청소년 등 사회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회배려계층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의 교육기부가 사회배려계층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특별과학강연의 첫 번째 장소는 안양에 위치한 정심여자산업학교였다. 강연에 강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국의 각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면서 과학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꿈과 희망을 줬던 과학창의앰배서더는 지난 10년 동안 1천8백회의 강연을 했다"면서 라듐, X-선 개발로 탄환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살린 퀴리부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식민지였던 폴란드에서 태어난 퀴리부인은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오랫동안 힘든 생활을 했지만 과학자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려움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한 강 이사장은 "오늘 여러분은 저와 과학창의앰배서더 그리고 과학과의 만남을 가지게 됐다"면서 "미래를 꿈과 열정으로 준비하는 작지만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바꾼 과학 논쟁 등 100권의 우수과학도서 기증서와 도서를 교감선생님과 학생대표에게 기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리포터 사이언스 - 재미있는 과학
이번 특별과학강연에서는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해리포터 사이언스'를 주제로 강연을 시작한 이 관장은 영화 해리포터를 테마로 ▲마법의 빗자루 ▲9와 4분의 3 승강장 ▲너희가 강낭콩젤리 맛을 알아? ▲마법사의 돌과 불로장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부터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이 관장은 무선프리젠터를 이용해 스크린에 띄워져있던 글자를 지웠다 다시 나타나도록 했다. 이를 지켜 본 학생들은 "주머니에 있잖아요"라고 소리쳤다.
이 관장은 "여러분은 무선프리젠터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만약 10년 전이었다면 모두 놀랐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알고 이해하면 과학, 이해하지 못하면 마법이다. 결국 마법도 과학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중력과 반중력의 대결, 마법의 빗자루
영화 해리포터의 퀴디치 게임 장면과 함께 슈퍼맨, 우주소년 아톰, ET를 보여준 이 관장은 '우리는 왜 날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이 관장이 설명한 사람이 날지 못하는 까닭은 3가지, 날개가 없으며 무겁고 힘도 없기 때문.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한다고 생각한 프랑스의 백빌 후작은 1742년에 4개의 날개를 양수족에 붙여 곤충과 같은 형상으로 세느강을 날아서 건너려다 실패했다. 그 후 1783년 프랑스의 몽고피에 형제는 파티장에서 피어오르는 모닥불의 연기를 보고 열기구를 발명해 첫 유인비행에 성공했으며 1903년 라이트 형제는 인류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사람이 나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3가지가 모두 해결된 것이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라고 말을 시작한 이 관장은 "물은 좁은 곳에서 더 빨리 흐르며 그 때 압력 또한 낮아진다"고 말했다. 호수에 띄워진 배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배는 한 가운데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배의 운전수는 절대 잠을 자지 못한다"라며 "좁은 쪽은 물이 빨리 흐르고 넓은 쪽은 물이 천천히 흐르게 되는데 빨리 흐르는 쪽은 압력이 약한 반면 천천히 흐르는 쪽은 강한 압력을 가지게 돼 양력이 생겨 배가 한 쪽 방향으로 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행기에 미치는 4가지 힘, 양력과 중력, 추력, 항력과 함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고 양력이 생기게 된다'는 베르누이의 원리를 이야기하며 인력비행기 '이카로스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양력의 원리를 이용해 비행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9와 4분의 3 승강장
9와 4분의 3 승강장을 통과해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 해리포터, 시공간의 이동은 정말 가능할까? 이 관장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해 순간이동을 이해시키고자 했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공간을 구부릴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트램플린에 쇠공을 올리면 트램플린은 늘어나게 된다. 트램플린의 형태가 지구와 같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트램플린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쇠공을 올려둔다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트램플린의 가운데 부분에는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 관장은 "이를 블랙홀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블랙홀을 연결해주는 구멍이 있는데, 바로 벌레구멍(Wormhole)이다. 벌레구멍은 블랙홀의 양 끝을 연결해주며 웜홀을 통과하면 과거의 시간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일어나는 순간이동 역시 벌레구멍을 이용한 것"이라며 "우리도 벌레구멍을 찾으면 얼마든지 순간이동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라고 이 관장은 설명했다.
감각의 비밀, 너희가 강낭콩젤리 맛을 알아?
해리포터는 우리가 흔히 먹는 초콜릿 맛 강낭콩젤리부터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간 내장 맛 강낭콩젤리까지, 수 많은 종류의 강낭콩젤리를 맛 봤다.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맛은 단맛, 쓴맛, 짠맛, 신맛 즉, 4가지 뿐이다.
그렇다면 냄새는 어떨까? 사람이 구별하는 냄새는 1만가지, 냄새를 인식하는 수용체 유전자는 약 1천가지이며 그 중 350가지의 수용체만이 실제 기능을 한다. 350가지의 수용체로 어떻게 1만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린다 벅에 의해 밝혀졌다.
이 관장은 옥탄올과 옥탄산을 비교하면서 "1번부터 350번까지의 수용체 중에서 유사한 옥탄올과 옥탄산을 예로 들면 옥탄올은 1번과 4번 수용체에, 옥탄산은 1번과 3번 수용체에 들어가 오렌지 냄새와 발고린내로 구분되는 것"이라며 "인돌은 적은 양일 경우에는 꽃밭 냄새로 많은 경우에는 시궁창 냄새로 인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법사의 돌과 불로장생
"유전자에는 사람의 수명이 기록돼 있다"고 말한 이 관장은 수명시계 텔로미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염색체의 끝부분인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사람은 죽게 된다. 11살의 나이에 죽음을 앞두게 된 한 사람에게 과학자들이 효소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는 세포인 암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이 관장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텔로머라제라고 불리는 효소를 이용해 그 길이는 늘렸지만 암으로 죽게 됐다"며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과학강연의 강연자로 나선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강연을 마치며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은 '위대한 마법사에게는 죽음이란 그저 또 하나의 위대한 모험에 불과하단다. 그 돌은 사실 그렇게 굉장한 것이 아니야. 장수와 돈! 대부분의 인간들은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를 선택하겠지. 문제는 인간들이란 꼭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것을 선택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라고 말했다"면서 "영화 해리포터에서 나온 대사처럼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겁내지 말 것, 그리고 장수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과서와 같은 책으로만 과학을 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세상의 모든 것들, 주변의 작은 것 하나하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고민해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다"라고 특별과학강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한편 과학창의앰배서더 특별과학강연은 정심여자산업학교를 시작으로 특별한 강사와 재미있는 강연주제를 가지고 고봉중고등학교, 송천정보통신학교, 읍내정보통신학교를 찾아갈 예정이다.
- 이수진 기자
- whangel@kofac.re.kr
- 저작권자 2012-07-1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