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환경부는 문순화 한국식물사진가회 명예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와 동시에 환경부는 문 회장을 국립생물자원관의 명예연구원으로 위촉하는 한편 문순화 작가 야생화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그처럼 특별한 행사를 개최하고 문 작가를 예우한 까닭은 문 작가로부터 평생 찍은 자생생물 사진 8만여 장을 기증받았기 때문이다. 문 작가는 50여 년간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 등 전국에서 촬영한 2천 800여 종의 자생식물 사진 8만여 점을 국립생물자원관에 기증했다.
그 중에는 금강산에서 촬영한 금강인가목, 백두산에서 촬영한 산진달래, 고산봄맞이 등 희귀식물의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촬영일시 및 장소가 정확히 기록돼 있고, 개화 및 결실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해 식물분류 및 생태학적 증거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문 작가는 평생을 산악과 자연생태 사진을 촬영한 원로 사진작가로서, 국내 최고의 식물 사진작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다수의 식물도감을 출간한 바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기증받은 8만여 점의 슬라이드 사진을 모두 디지털 이미지화한 다음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http://nibr.go.kr/species)’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멸종위기 야생식물도감, 자생식물 관련 자료집 발간 등에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국가 생물자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연구자료의 기증이 늘어나고 있어 국내 생물자원 연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문순화 작가의 사진 기증 외에도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사회 각계각층에서 총 4건의 개인 기증이 이뤄졌다. 국가 생물자원의 체계적 보전 및 후학연구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개인 소장 생물표본의 기증은 국내 생물 연구를 크게 발전시키는 동시에 해외 학계 내에서의 중요도를 재평가 받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희귀자료 기증으로 국내 생물자원 연구 인식 전환
먼저 지난 1월에는 식물분류 학계의 중진교수 중 한 명인 오병운 충북대 교수(전 식물분류학회 회장)가 기준표본 총 38점을 기증했다. 여기에는 오 교수가 3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새로이 발굴한 신종 증거표본인 갈퀴현호색, 점현호색, 날개현호색, 섬강개갓냉이 등이 포함돼 있다.
기준표본이란 신종을 처음으로 기재할 때에 새로운 학명을 부여하는 기준으로서, 연구자가 지정한 표본을 뜻한다. 기준표본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학계 내 중요도 평가가 달라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기증으로 인해 국제 학계에서의 국내 생물자원 연구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2월에는 故 주상우 선생(전 부산시교육감)이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초기인 1940~50년대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 난온대 상록수를 연구‧정리한 표본 2천 500여 점을 기증했다.
유가족과 부산대 문두호 교수는 부산대에 보관 중이던 故 주 선생의 주요표본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국가차원의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 조사‧연구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증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및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경우 전쟁으로 인해 표본들이 대부분 소실돼 정리된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이번에 기증된 표본 중 대다수가 해방 및 한국전쟁 전후의 남부지역 표본으로서 한반도 식물표본의 공백기를 메우며 기후변화 관련 및 계통지리학적 연구 등에 아주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故 주 선생은 학생들의 현장교육 및 야외실습을 위해 우리나라 식물 1천 648종에 대해 상세한 그림과 설명을 수록한 ‘산과 들의 계절식물(1992년)’을 출간하는 등 자생식물 분류학의 교육기반 확대 등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밖에 일반인 중심의 야생화 관찰동호회 회원인 김종환 씨가 벼과, 사초과 식물표본 약 900여 점을, 인천 운서초등학교 하상교 교장이 영종도 지역 식물표본 250여 점을 기증했다. 이 중에는 국내 미기록종의 가능성이 높은 표본과 분류학적 연구 가치가 높아 새로운 생물자원으로서의 발굴이 기대되는 식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19세기 초 우리나라 자생동물을 해외에 최초로 알린 고문헌도 지난 3월 21일 기증됐다. 일본 홋카이도대학 종합박물관으로부터 기증 받은 이 고문헌은 ‘일본의 동물지’란 책으로, 네덜란드 의사인 필립 프란츠 폰 지볼트가 일본 체류 중에 채집한 동물표본을 네덜란드 왕립 라이덴박물관의 초대관장과 네덜란드 동물학자들이 함께 책으로 제작한 전문학술지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자생동물을 최초로 한글병행 표기해 해외에 소개한 전문학술지인데, 일부 분류군에서 종별 학명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와 함께 한글을 병행 표기함으로써 당시 우리나라 자생생물의 정확한 생물명을 알 수 있는 자생동물 연구의 중요한 사료다.
한국과 일본에 서식하는 척추동물과 해양무척추동물의 각 종에 대해 상세히 기재한 이 책은 812종의 척추동물(포유류 63종, 조류 178종, 양서‧파충류 29종, 어류 358종)과 184종의 갑각류에 대한 상세한 종별 설명과 세밀화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기증 받은 도서는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도서를 1934년 일본에서 300부 한정 출판한 희귀 영인본으로서 홋카이도대학 종합박물관에 소장 중인 4부 중 1부이다.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 새 단장 서비스
한편,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개설한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을 새로이 단장하고 대국민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14일 밝혔다. 클릭 한 번으로 한반도의 자생생물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은 총 8천여 종의 자생생물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검색 서비스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은 효과적인 자생생물 정보검색을 위해 도입된 최적화한 검색엔진으로 자생생물 통합검색 서비스를 개시한다. 자생생물 통합검색 서비스는 생물종 및 유사종 검색, 끝 낱말 및 기타종 검색을 지원하며, 검색을 위한 학명 및 국명 자동완성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검색어 하나로 사이트 내 새소식, e-book 검색, 게시판 등 부가자료의 검색과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연차적으로 서비스 대상 종을 확대해 2018년까지 한반도 자생생물 3만 7천여 종 전 종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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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5-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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