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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2-04-18

야구공이 수박크기로 보여? 지각능력 활용, 스포츠 경기력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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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런을 친 선수들은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보였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FreeImage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이 뒤바뀌는 홈런이야말로 야구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홈런을 친 선수와 인터뷰를 할 때 대부분이 야구공 크기가 수박만하게 보였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정말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보여 홈런을 쳤을까?

투수와 포수 사이의 거리는 18.44m다. 이 거리를 투수가 약 150km의 속도로 던질 경우 0.44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눈 깜빡 할 사이에 날아오는 공을 끝까지 보고 쳐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보였을까? 그것은 일종의 착시 효과로서 인지심리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야구선수가 공을 쳐내는 능력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하는 동체시력 연습과 순발력, 그리고 반사 신경을 키우는 연습 등을 오랜 시간 훈련해 자신감과 집중력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나타난 결과다.

지각능력과 경기력의 상관 관계

이처럼 스포츠경기에서는 선수들의 자신감이나 팬들의 응원 등에 따라 경기력과 집중력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런 선수의 인지 심리적 지각 능력과 스포츠 경기력 향상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퍼듀대학의 심리학자인 제시 위트(Jessi Witt) 박사가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 지각능력과 경기력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Purdue univ.

심리과학 전문지인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의 지각능력 중 하나인 착시 현상으로 인해 골프 선수가 느끼는 홀컵의 크기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구방법은 위의 그림과 같이 착시 도형 방식으로 골프 홀컵의 지름을 일정하게 한 후 홀컵주변에 지름 28센티 크기의 큰 원 5개와 3.8센티 크기의 작은 원 5개를 그리고 사람이 느끼는 상대적인 홀컵의 사이즈와 각각의 퍼팅 성공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홀컵이 큰 공으로 둘러싸인 경우는 예상했던 것과 같이 작은 공에 둘러싸인 경우보다 실제 홀컵을 더 작게 느꼈고, 36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각각 10번씩 각각의 조건에서 퍼팅을 하였을 때 골프 성공률이 10% 정도 더 낮게 분석됐다.

성적 좋은 선수가 홀컵의 구멍도 크게 보여

▲ 성적이 좋은 선수는 실제보다 홀 크기가 크게 보인다고 한다. ⓒPurdue univ.
이 연구에 앞서 퍼듀대 심리학 연구팀은 역시 골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실험도 진행했다. 골퍼들에게 18홀 라운드를 돌게 한 뒤 종이에 그려놓은 지름 90-130mm의 검은 구멍 9개 가운데 자신이 생각하는 홀의 크기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린 위에 뚫려 있는 실제 홀의 지름은 108mm다.

그 결과 큰 구멍을 선택한 골퍼일수록 그날 스코어가 좋았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퍼트를 잘하는 골퍼는 홀 크기를 실제보다 크게 본다는 주장을 입증한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퍼트를 잘하는 사람은 홀을 실제보다 크게 보고, 못하는 사람은 작게 본 것이다. 이날 스코어가 좋았던 한 실험 참가자는 “홀이 양동이나 농구 링만 해보였다”고 말했다.

퍼듀대 연구팀은 “목표가 되는 물체를 더 크게 보는 지각작용이 항상 경기능력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가 공을 더 쉽게 칠 수 있고, 자신이 겨냥하는 목표의 위치에 좀 더 신뢰를 가지게 돼 전반적인 경기력 향상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착시 효과 통해 경기력 향상될 수 있어

모든 운동선수들은 효과적으로 훈련해 시합 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선수들의 경기력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나타나기 때문에 스포츠 현장에서 인지심리학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퍼듀대 연구팀의 공통된 생각이다.

▲ 심리적 상태를 스포츠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필승 비결이다. ⓒFreeImage
선수들은 어떤 시합에서라도 몸의 상태가 최고조에 달해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 지도자들도 신체적인 부분 외에 심리적 상태 등을 이해해 스포츠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필승 비결이라고 연구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퍼듀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연구 방향이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 인지심리학을 활용한 착시 효과를 통해 경기력 향상을 가져오고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 줄 수 있는 분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2-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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