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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2-03-27

‘물의 도시’ 베니스가 가라앉는다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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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관광지이자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 베니스가 여전히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0년 이후 침하현상이 멈췄다는 기존의 조사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가 최근 측량 결과 매년 조금씩 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으로 밝혀졌다. ⓒImageToday
미국과 이탈리아의 공동연구진이 합동조사를 실시한 결과, 베니스 전 지역이 매년 1~4밀리미터씩 가라앉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하현상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위성위치측정기(GPS)와 우주레이더(InSAR)를 동시에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는 미국 지구물리연맹(AGU)이 발행하는 학술지 ‘G3(Geochemistry, Geophysics, Geosystems)’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의 제목은 ‘연속GPS 좌표와 광초단파 통합구경 레이더로 관측한 베니스 석호의 최근 침하현상(Recent Subsidence of the Venice Lagoon from Continuous GPS and Interferometric Synthetic Aperture Radar)’이다.

‘모세 프로젝트’의 거대 장벽으로 바닷물 유입 막아

1966년 11월 4일, 수많은 운하가 연결된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Venice)'에 재앙이 몰아쳤다. 거센 폭풍우로 인해 2미터 높이에 가까운 밀물이 도시를 집어삼킨 것. 베니스의 평균 바닥 높이는 해발 1미터에 불과해 관광지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겼다.

베니스는 베네치아만의 입구가 모래로 막히면서 생긴 석호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6세기 중반 물 빠진 습지에 나무기둥을 박고 대리석을 깔아 지반을 다진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 당시에는 충분한 높이를 확보해 건물을 지었지만 1천500년이나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해수면이 그동안 1.8미터나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19세기 후반부터 산업화 바람이 불며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끌어다 쓰는 바람에 지반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반 침하와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홍수가 잦아졌고 현재는 연간 40~80회의 홍수가 발생한다.

석호의 수위가 높아지면 도시는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 2008년 12월에는 베니스 전 지역이 바닷물에 1.5미터나 잠겼고 2009년 11월에도 시 면적의 45퍼센트가 잠기는 등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모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모세(MOSE)는 ‘전자식 기계장치 실험모듈(Experimental Electromechanical Module)’의 줄임말이며, 홍해를 갈라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해준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을 땄다. 바닷물로부터 베니스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모세 프로젝트는 가로세로 약 20미터에 달하는 강철상자 80여 개를 이용해 여닫이식 갑문 장치를 만드는 대공사다. 평소에는 바다 속에 누워 있다가 석호의 수위가 1미터 이상 높아진다는 경보가 발령되면 상자 안에 공기가 주입되어 방벽처럼 세워지면서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다. 갑문 공사는 현재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로써 베니스의 홍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하수 이용을 금지시킨 이후 지반의 침하가 멈춘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에 바닷물의 높이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탈리아의 공동연구진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니스는 지금도 계속 가라앉고 있으며 수십 년 후에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GPS와 우주레이더 측정치 비교하자 변화 뚜렷해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와 이탈리아 측량회사 텔레릴레바멘토 에우로파(TRE)는 공동연구진을 구성해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기존에는 GPS 장치만을 사용해서 지반 침하 여부를 조사했지만 이번에는 ‘우주레이더’라 불리는 광초단파 통합구경 레이더(InSAR)를 이용해 두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 부력을 이용해 강철 방벽을 세워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모세 프로젝트'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Wikipedia
우주레이더는 동일한 위치를 촬영한 여러 개의 레이더 이미지를 하나로 모아 변화폭을 알아내는 장비다. 지표면의 위치나 높이가 몇 밀리미터만 달라져도 감지해낼 만큼 정밀하며 결과값을 3차원 입체화면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다.

연구진이 지난 2000년과 2010년의 우주레이더와 GPS의 측정치를 비교하자 침하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17개의 섬이 포함된 베니스 석호의 각 지역마다 침하되는 속도도 달랐다. 북쪽 구역은 매년 2~3밀리미터씩, 남쪽 구역은 매년 3~4밀리미터씩 가라앉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니스 도심도 매년 1~2밀리미터씩 가라앉고 있었다. 기존의 조사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연구를 이끈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IO)의 예후다 보크(Yehuda Bock) 연구원은 UC샌디에이고의 발표자료를 통해 “베니스가 매년 2밀리미터씩 가라앉는 것과 더불어 베니스 석호의 수위도 매년 2밀리미터씩 상승 중”이라며 속도를 두 배로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비율로 침하가 계속되면 20년 후에는 지금보다 8센티미터나 낮아지게 된다는 전망이다.

침하 원인에 대해서는 인공적인 요소보다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베니스 지역이 속한 아드리아 지각판은 아펜니노 산맥이 속한 지각판과 부딪히면서 그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 아래의 지반이 무게로 인해 압축되면서 부피가 줄어드는 압밀현상도 속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연구에 참여한 쉬먼 브도빈스키(Shimon Wdowinski) 마이애미대 지리학 교수는 “GPS와 우주레이더를 조합한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GPS나 우주레이더 단독으로는 찾아내지 못한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석호 전체가 동일하게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동쪽의 침하가 연간 1~2밀리미터 정도 더 빠르다”며 동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모세 프로젝트의 갑문 방벽도 이번 조사결과를 고려해 수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갑문을 건설한 땅 자체가 가라앉으면 갑문의 높이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를 동시에 고려하면 예상 한계치에 두 배나 빨리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베니스 석호와 대양의 경계면인 모래톱의 높이도 앞으로 40년 후에는 15~20센티미터나 낮아진다”며 ‘물의 도시’ 베니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지반 침하와 압밀현상까지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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