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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2-01-17

아인슈타인, 고전과 현대 경계에 세워져(하) 초광속 중성미자, 과학계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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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그란 사소 연구소에서 실행된 OPERA 실험에서 초광속 중성미자가 관측됐다. 중성미자의 이동 경로와 시간을 측정한 결과 빛의 속도보다 0.0025%더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난 것.

게다가 오류를 일으킬 만한 요소를 보완하고 다시 실행한 11월의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를 기본 가정으로 하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무너지고 현대물리학은 큰 변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와 운동량 보존으로 설명 안 돼

▲ 100년이 넘도록 현대물리학을 굳건히 지켜온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과연 틀린 것일까?
분명 세상이 놀랄 만한 실험 결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아인슈타인이 틀렸으며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제 OPERA 실험을 이끈 연구진들은 ‘OPERA 실험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에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결과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두 실험은 같은 장소에서 실행한 것이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중복되는 오류가 존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초광속 입자’라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계속해서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OPERA 실험을 반박할 만한 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맥도넬 우주과학 센터의 책임자인 라마나스 코우직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극에서의 실험을 통해 OPERA 실험의 초광속 중성미자에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은 물리학에서 기초 중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입자의 에너지와 운동량 보존이다.

OPERA 실험은 정지된 타깃에 가속시킨 양성자를 충돌시킴으로써 중성미자를 얻어낸다. 양성자 충돌과 함께 파이 중간자 파동이 발생하는데, 중간자는 불안정해 곧 뮤온과 중성미자로 붕괴된다. 이들 중 뮤온은 CERN 실험 터널의 끝에서 정지하지만 지구조차 통과해버리는 중성미자는 지각을 뚫고 멀리 떨어진 그란 사소 지하 실험실에서 검출되는 것이다.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에너지는 매우 클 것이다. 코우직 박사 연구팀은 만약 초광속 중성미자가 존재한다면 거꾸로 중성미자와 뮤온으로 붕괴되기 전인 파이 중간자도 그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헌데 파이 중간자가 그렇게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 수명이 길어 붕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에 따라 OPERA 실험에서처럼 뮤온과 중성미자로 빠르게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즉, 파이 중간자가 붕괴돼 초광속 중성미자를 내놓기도 전에 CERN의 실험 터널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연구진은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이와 같은 지적에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들은 남극에 설치돼있는 중성미자 관측소 ‘아이스큐브’를 통해 OPERA 실험에서 생성되는 중성미자의 에너지보다 무려 1만 배나 더 큰 것들을 관측해 왔다. 물론 그 중성미자를 만드는 파이 중간자 또한 그만큼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와 운동량의 보존을 기반으로 계산한 파이 중간자의 수명과 붕괴 시간은 초광속 중성미자를 내놓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실험에서 초광속 중성미자를 검출할 수도 없었다. 이에 관련된 코우직 박사 연구진의 논문은 지난 12월, 물리학 저명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렸다.

이 연구 외에도 초광속 중성미자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는 많다. 아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초광속 중성미자에 회의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흔한 반박의 예로는 초신성 폭발과 관련된 설명을 들 수 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엄청난 양의 중성미자도 함께 방출된다.
 
만약 초광속 중성미자가 존재하며, OPERA 실험에서의 비율만큼 미세하나마 빛보다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다면, 수십, 수백만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는 빛보다 몇 년은 빨리 지구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관측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만일 초광속 중성미자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것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급격하게 방출하며 전자와 양전자 쌍으로 붕괴하기 때문에 사실상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단순한 실험 오류인가, 신세계의 발견인가

▲ 빛보다 빠른 초광속 중성미자가 과연 존재할까? ⓒScienceTimes
이처럼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광속 중성미자에 대한 내용이 자꾸만 언급되고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만에 하나 사실일 경우, 그만큼 과학계에 큰 충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無)오류의 신화를 자랑하는 아인슈타인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초광속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던 CERN과 그란 사소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끌거나 의도적으로 현대물리학에 도전하기 위해 실험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중성미자를 연구하던 도중 믿지 못할 결과가 나타났고, 오류를 줄여 더욱 정밀한 측정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떤 실수도 발견하지 못해 전 세계 학자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어려운 발표를 한 것이다.

그만큼 100년이 넘도록 현대물리학을 지배해 온 이론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나 관측 결과들은 초광속 중성미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데에 크게 동조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ERN과 그란 사소의 연구 결과에서도 이렇다 할 오류를 찾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맞다.

초광속 중성미자에 대한 논쟁에서 앞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미국 페르미 연구소의 중성미자 연구 프로젝트인 MINOS 실험이다. 이들은 올해부터 정밀한 실험에 들어가 내후년까지는 완전한 분석을 마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OPERA 팀도 더욱 정밀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다른 실험실에서의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만약 MINOS 실험에서도 초광속 중성미자가 관측된다면 지난 9월보다 더욱 큰 충격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시발점 역할을 함과 동시에 뉴턴 역학을 완벽하지 못한 ‘고전 역학’으로 만들어버렸다. 당시만 해도 뉴턴 역학은 절대적인 진리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초광속 중성미자의 존재에 회의적이라고는 하지만 뉴턴 역학처럼 상대성이론이 ‘고전’이 되어버릴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초광속 중성미자가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과학의 장을 열게 될지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2-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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