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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고연화 객원기자
2011-12-22

배고픈 오랑우탄, 진화의 좋은 예 굶주린 오랑우탄이 초기 인류 식단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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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화제를 모았던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의1968년 SF영화 '혹성탈출'의 프리퀄이다. 프리퀄(prequel)은 유명한 책・영화에 나온 내용과 관련하여 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을 뜻한다.

프리퀄처럼 과거를 거슬러 인류 진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이번에 등장했다. 이 연구의 주인공은 보르네오 섬에서 배고픔을 견디는 법을 터득한 오랑우탄.

이 섬의 오랑우탄은 과일이 익기 전까지 자신들의 지방과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기아의 가능성에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 결과는 인류의 가장 이른 조상들의 식습관을 밝힐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이 5년 간 보르네오 섬의 오랑우탄을 추적 관찰한 결과이다. 이들의 성과물은 지난 13일 영국왕립협회 저널 온라인판 ‘바이올로지 레터(Biology Letters)'에서 발표됐다고 온라인 과학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와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오랑우탄에게 불친절한 보르네오 섬

▲ 보르네오섬의 굶주린 오랑우탄이 인류 진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지투데이
보르네오의 환경은 힘들다. 땅은 기름지지 않고, 식물수확량은 불확실하다. 과일 생산은 오직 4~5년마다 한 번씩이다. 이 섬 식물의 80%이상이 매스팅(masting)시기를 겪기 때문이다. 매스팅이란 숲 생태계 전부가 한꺼번에 유난히 열매를 많이 맺는 현상.

이 예측불허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오랑우탄은 가능할 때 과일을 잔뜩 먹어둔다. 그리고 비축한 것으로 다음 열매가 맺을 때까지 3~5년간을 근근이 살아간다.

연구팀은 오랑우탄이 저장한 지방을 다 쓴 후에는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근육으로 대사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아냈다.

“이 단계에서 조직 소비의 증거가 있다. 이것은 거식증 환자에게서도 동일 현상이 보인다”라고 연구팀의 진화인류학자 에린 보겔이 말했다.

보겔과 그녀의 동료들은 또 오랑우탄이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같은 거친 음식을 먹음으로써 고도로 적응된 어금니를 사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 어금니는 현대인이나 인류조상인 호미닌(hominin, 초기인류)과 다르지 않다.

오랑우탄 치아의 물리적 성질과 다른 영장류들의 음식과 치아를 비교함으로써 과학자들이 언젠가 우리조상들의 식단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겔은 설명했다.

5년간 오랑우탄의 신진대사 추적해

이 5년간의 연구는 단백질이 부족한 힘든 시기에 적응한 오랑우탄의 신진대사를 상세히 기록했다.

연구팀은 보르네오 섬의 서식지 근처에서 오랑우탄의 소변을 수집했다. 그리고 케톤(ketone)같은 식단의 표지들이 분석되었다. 케톤은 신체가 에너지를 위해 지방을 분해할 때 증가된다. 과일 생산량이 가장 낮을 때 케톤은 급등했다. 이것은 오랑우탄이 저장된 지방을 연소시킨 증거다.

지방이 고갈되면 다음 단계는 근육 조직을 사용한다. 소변에서 질소 동위원소의 증가는 근육소비가 정말로 단백질의 공급원임을 나타낸다.

만약 오랑우탄이 장기적으로 단백질을 위해 근육사용을 계속 한다면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그들은 결국 매스팅(열매가 유달리 많이 맺는 시기)을 만나게 되고, 이 주기는 또 다시 반복된다는 사실”이라고 보겔은 말했다.

단단한 어금니, 진화의 또다른 시작

오랑우탄은 잘 익어서 부드럽고 과즙 많은 과일을 선호한다. 그러나 열매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 그들은 단단하고 거친음식(나뭇잎, 나무껍질 등)에 의지해야 한다.

연구팀의 나다니엘 도미니 조교수는 “오랑우탄에게 있어 흉년은 진화적 적응을 이끌어낸 압박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 섬의 오랑우탄은 힘든 기간 크고 단단한 음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다 큰 어금니와 강력한 턱이 발달했다. 최근 초기인류의 어금니에 있는 마모무늬 연구 결과는 인류의 조상들이 그 당시 물리적으로 힘든 식단만을 먹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보르네오 배고픈 오랑우탄이 그렇듯이 초기 인류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연화 객원기자
twikee@hanmail.net
저작권자 2011-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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