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에 사는 세계 인구 비율은 1975년 11%에서 2025년 24%로, 반세기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흐름을 그대로 이어 그리면 2100년에는 세계 인구의 42%가 대도시에 몰려 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최근 오스트리아 빈의 복잡계 과학 허브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 공동 연구팀은 이 단순 연장선 예측이 실제보다 대도시 인구를 상당히 과대평가한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수치는 38%였다. 추세 연장선 예측과 비교하면 4억 5천만 명, 오늘날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규모가 대도시에서 빠지는 셈이다.
대도시는 계속 유리할까, 결국 같아질까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도시 성장 방식을 둘러싼 오래된 이론 논쟁에서 출발한다.
도시경제학에는 두 갈래의 이론이 있다. 하나는 대도시일수록 혁신과 생산성이 높고 인재와 자본이 몰리면서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증가수익 이론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가 커질수록 혼잡과 범죄, 주거비 같은 비용도 함께 늘어나 결국 도시 규모와 무관하게 비슷한 속도로 성장한다는 비례성장 이론, 흔히 지브라의 법칙으로 불리는 가설이다. 두 이론이 예측하는 2100년 대도시 인구 비율은 각각 47%와 33%로, 14%p, 인구로는 14억 명이나 차이가 난다.
연구팀은 이 차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두 개의 데이터 세트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1975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99개국, 세계 인구의 94%를 포괄하는 위성영상 기반 도시 인구 데이터 세트다. 다른 하나는 185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인구총조사 미시자료를 활용한 데이터 세트로, 미국 도시 체계의 거의 전 역사를 담고 있다. 두 자료 모두 도시를 행정구역이 아니라 위성영상에서 확인되는 연속된 시가지나 고밀도 인구 지역의 군집으로 정의했다. 행정구역은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고 시간에 따라 경계가 바뀌지만, 이 방식을 쓰면 국가와 시대를 가로질러 같은 잣대로 도시를 비교할 수 있다.
두 쌍의 시계열 자료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그동안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던 두 이론이 사실 하나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국면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국가의 도시화 초기에는 대도시가 중소 도시보다 확실히 빠르게 성장하며 증가수익 이론이 들어맞는다. 그러나 도시화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이 성장 우위가 점차 옅어지고, 결국 도시 규모와 무관하게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는 비례성장 국면으로 넘어간다. 연구팀은 이 전체 흐름을 도시 성장의 생명주기라고 이름 붙였다.
성장 우위가 사라지는 지점은?
연구팀이 확인한 패턴에 따르면 한 나라가 도시화를 막 시작할 때는 대도시가 중소 도시를 훨씬 앞질러 커진다. 사람과 돈, 일자리가 몰릴 만한 곳이 이미 정해져 있고, 아직 그 자리를 대체할 다른 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시화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이 격차가 서서히 줄어들다가, 결국 대도시든 중소 도시든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는 시기가 온다. 연구팀은 이 '얼마나 앞서 크는가'의 정도를 β라 설정하고, β가 클수록 대도시가 유리하고, 0에 가까워질수록 도시 규모는 더 이상 성장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숫자로 세계 지도를 그려보면 지역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50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대도시는 자국 평균보다 7%가량 더 빠르게 컸다. 아직 도시화가 한창 진행 중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미 도시화가 성숙한 유럽에서는 대도시의 우위가 미미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오히려 대도시가 국가 평균보다 살짝 느리게 성장했다. 정리하면 도시화율이 낮은 나라의 대도시는 국가 평균보다 7.3% 빠르게 컸지만, 도시화가 무르익은 나라의 대도시는 그냥 국가 평균 속도로 자랐다.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나라가 한국과 미국이다. 두 나라 모두 도시화 초창기에는 서울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가 다른 도시들을 확실히 앞서 성장했지만, 도시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로는 그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국가 하나를 시간순으로 따라가 봐도, 도시화율이 20% 오를 때마다 대도시의 성장 우위는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미래 도시를 위한 정책 방향은?
연구팀은 이 흐름을 기준으로 2100년의 미래를 계산했다. 대도시가 앞으로도 계속 유리한 위치를 지킨다고 가정하면 세기말 대도시 인구 비율은 47%까지 올라간다. 반대로 도시 규모가 성장 속도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33%에 그친다. 지금 추세를 그냥 연장해도 42%가 나온다.
연구팀이 내놓은 38%는 이 세 숫자 가운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값이다. 결국 이 수치는 지금 한창 도시화가 진행 중인 나라들도 결국은 한국이나 미국이 이미 지나온 길을 따라 대도시의 우위를 잃게 된다는 의미와 같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흐름을 두고 "대도시로의 쏠림은 둔화하겠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둔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대도시일수록 생산성이 인구 규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관계, 즉 도시 스케일링 이론에서 말하는 초선형 관계가 존재한다면 대도시 성장의 둔화는 인구 재배치를 통한 생산성 증대 효과 역시 둔화된다는 뜻이 된다. 반대로 탄소 배출이나 열섬 현상처럼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초선형으로 늘어나는 환경 부담을 생각하면 같은 둔화가 오히려 환경 압력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도시 집중과 균등화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는 이 두 가지 상충 관계 중 정책 입안자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달린 문제이며, 연구팀은 이 판단 자체를 대신 내려주기보다는 그 판단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는 데 연구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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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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