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어도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땀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현상이지만, 실제 땀의 형성과 증발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사뭇 다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인체의 체온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 근로자나 운동선수처럼 고온 환경에 노출되는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냉각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땀의 생성과 이동, 증발 과정을 미시적 수준에서 정확히 규명하는 일은 매우 긴요하다.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스마트 섬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피부와 전자소자, 의류 사이의 열·수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적인 연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뒤바꾸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땀’은 반구형 물방울이 아니다
콘래드 리카체우스키(Konrad Rykaczewski)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반구형 땀방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Royal Society)에 발표했다. 리카체우스키 교수와 연구팀은 땀이 모공에서 거의 평평한 형태로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증발하는 '주기적 모공 방식'을 보인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땀은 모공에서 깔끔한 반구형 물방울로 형성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이 중적외선 이미징과 광학 간섭단층촬영으로 관찰한 결과 땀은 모공 안에서 거의 편평한 메니스커스(meniscus) 형태, 즉 반구형이 아닌 접시 모양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각질층의 역할이다.
각질층은 피부 최외각에 위치한 두께 10-20μm의 얇은 층으로 죽은 피부세포들이 쌓여 형성된다. 연구팀은 이 각질층이 마치 스펀지처럼 작동하며 부피의 70%까지 수분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땀은 모공에서 나오는 동시에 주변 각질층을 점진적으로 적셔나간다.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서서히 빨아들이는 것처럼, 각질층이 땀을 흡수하면서 점점 부풀어 오른다. 이 과정이 약 14분간 지속되면 각질층이 완전히 포화상태에 도달한다.
그제야 더 이상 흡수할 수 없게 된 땀이 모공 밖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땀이 단순히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와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되는 과정임을 밝혀냈다.
리카체우스키 교수는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는 피부 위에 앉아 있다가 증발하는 매우 깨끗하고 반구형 모양의 물방울이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각질층이 조절하는 땀의 3단계 변화
연구팀은 땀이 명확한 3단계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단계는 '주기적 모공 방식'으로, 교감신경의 진동성 활성화에 의해 땀이 모공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증발하기를 반복한다. 이때 땀은 우리가 상상하는 반구형이 아닌 거의 평평한 표면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각질층은 스펀지 역할을 하며 약 14분간 땀을 지속적으로 흡수한다. 각질층이 완전히 포화상태에 도달하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두 번째는 '전환 모드'로, 더 이상 흡수할 수 없게 된 땀이 모공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접촉각 20-40도의 얕은 웅덩이를 형성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막 형태'로, 여러 웅덩이들이 합쳐져 피부 표면을 덮는 얇은 막을 형성하는 단계다.
특히 흥미로운 발견은 두 번째로 땀을 흘릴 때 나타나는 변화였다.
연구팀은 피험자의 땀을 완전히 말린 후 다시 가열한 결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발견했는데, 첫 번째 발한 과정에서 피부에 남겨진 얇은 염분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염분층이 땀의 확산을 극적으로 가속화시켜 14분간의 각질층 포화 과정과 웅덩이 형성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바로 막 형태로 발한이 이루어졌다. 마치 이미 준비된 고속도로를 따라 땀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과 같았다.
리카체우스키 교수는 "각질층에 염분층이 형성되면 땀이 그 안으로 스며들어 과정이 우회된다"라며 "이는 증발 냉각 관점에서 유리한데, 얇은 막 형태의 땀이 모공에서 나오면 빠르게 최대 표면적을 덮어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모발이 발한 효율성 높여
연구진은 예상치 못한 발견도 했다. 이마에 존재하는 미세한 모발들이 땀의 증발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이 모발들은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지만, 중적외선 이미징을 통해 관찰한 결과 땀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땀이 모공에서 나온 후 모발 기저부로 이동해 모발을 타고 올라가면서 증발하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이는 마치 식물의 줄기가 뿌리에서 올라온 물을 잎으로 운반하는 모세관 현상과 유사했다. 모발 표면의 미세한 구조가 땀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증발 표면적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개의 땀 웅덩이가 합쳐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웅덩이 사이에 위치한 모발들이 마치 다리 역할을 하면서 땀의 확산을 촉진시키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모발의 '교량 효과'가 땀의 연결성을 높여 더 넓은 면적으로의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땀’, 스마트 섬유부터 웨어러블 센서까지 광범위한 응용 분야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미엘 덴하토그(Emiel DenHartog)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의류생물물리학자 교수는 "현재 섬유 테스트는 실제 땀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반영하지 못하는 훨씬 큰 물방울로 수행되고 있다"며 "이 두 연구 영역을 연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나단 보레이코(Jonathan Boreyko) 버지니아텍 대학교수는 겨드랑이나 팔 등은 땀샘 밀도와 모발 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땀의 생성이 신체 다른 부위에서 완전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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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8-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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