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의 완전한 공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 세계 5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 서열 데이터를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서한에 서명했다고 최근 네이처가 보도했다. 이번에 발표된 서한에는 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공동 책임자인 롤프 앱와일러(Rolf Apweiler) 박사를 비롯해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엠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교수와 영국 캠브리지대 미생물학자인 샤론 피콕(Sharon Peacock) 교수 등 저명한 인사들이 함께 서명함으로써 뜻을 모았다.

“제한적인 데이터 공유로 연구 어려워”
지난해 1월부터 연구자들은 수많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염기 서열을 인터넷에 발표했다.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데이터 공유 플랫폼인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lobal Initiative for Sharing All Influenza Data, GISAID)는 45만 개 이상의 바이러스 게놈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GISAID는 지난 2008년 조류 인플루엔자 데이터 공유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재단으로 다양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관련 의학정보 등을 공개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균주의 출현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하면서 백신 개발, 진단 테스터 개발 등을 촉진해 글로벌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한에서 롤프 앱와이어 박사 등은 GISAID가 유전자 염기 서열을 공개적으로 재공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젠뱅크(GenBank), ENA(European Nucleotide Archive), INSDC(International Nucleotide Sequence Database Collaboration) 등 데이터 재배포에 제한을 두지 않는 사이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를 올릴 것을 요청했다.

INSDC 등은 누구나 익명으로 게놈 데이터에 접속해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반면, GISAID에서는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한 후 데이터 제공자의 허가 없이 정보를 재공유하지 않겠다고 동의해야 정보 접근을 허용한다. 즉, GISAID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 간 관계 분석과 같은 연구를 할 경우 연구 결과에 대한 전체 데이터를 배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GISAID에서는 데이터를 내려받는 방법도 접속한 사람마다 차등을 둬 데이터 접근을 억제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네이처는 “서한에서는 직접 GISAID를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과학자들이 GISAID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데이터 소유자 권리 보호를 위해 불가피”
반면 GISAID의 운영 방식이 정보를 업로드한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유지되어야 한다고 반박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GISAID가 데이터 재공유를 제한함으로써 많은 연구자들이 데이터 도용 우려 없이 신속하게 공유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연구국(Bureau of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of Singapore)의 생물정보학자인 세바스티안 마우러-스트로(Sebastian mauer-stroh) 박사는 “GISAID는 많은 연구소와 협력해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고 있다”며 “많은 실험실에서 GISAID에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게놈을 제공하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 접근 및 공개를 제한하는 협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립 보건 연구소(INSERM)의 마리-포울 키에니(Marie-Poule Kieny) 박사 역시 “이는 과학뿐 아니라 권리와 형평성에 관련된 사항”이라며 “데이터 제공자의 권리가 존중받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염기서열 정보가 빠르게 업로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황지혜 객원기자
- jhhwanggo@gmail.com
- 저작권자 2021-02-0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