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지역 정사원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1일 10시간씩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자기 개발 시간을 증가시킴으로써 업무와 사생활에 모두 충실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CA SALES STAFF’라는 일본 기업은 토요일 및 일요일의 주말 2일을 비롯해 나머지 근무일 5일 중 하루를 본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휴일로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간혹 휴일 기간 동안 업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IT 기기를 활용한 재택근무를 독려함으로써 될 수 있으면 휴일을 보장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방침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처럼 일주일에 3번의 휴일이 있는 주휴 3일제, 즉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휴재팬에서도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주휴 3일 근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이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세계 일류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회사를 위해 쏟아 부어야 했던 정형화된 일본 직장인의 개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 세계 3위인 일본은 노동력 생산성이 OECD 국가 중 2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동안 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바로 여기에 주휴 3일제라는 새로운 근무 방식에 동참하는 일본 기업들이 급작스레 늘어나는 이유가 숨어 있다.
40대 이상은 주 3일 근무가 적합해
일본 기업들은 근무 방식 개혁으로 그 같은 과제를 해결하려 한다. 즉, 필요 이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란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로 꼽히는 것은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의 현실 탓이다. 여성과 노년층을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주휴 3일 근무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휴 3일 근무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규직에게는 장시간 노동을 줄여주고 대신에 비정규직에게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첫걸음이 바로 주휴 3일 근무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휴일을 늘리고 근무일을 줄이는 것이 과연 고령화 사회의 문제 해결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최근에 발표된 근무 시간 관련 연구결과들 속에 그 해답이 숨어 있다.
호주 멜버른대학 경제사회연구소는 40대 남성 3000명과 여성 3만5000명을 대상으로 근무 시간에 따른 두뇌 활동을 조사했다. 근무 시간별로 그룹을 분류해 글자 및 숫자 조합하기, 나열된 숫자를 거꾸로 암기하기 등을 시킨 것.
그 결과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25시간 이내로 일하는 그룹이 신체 및 정신적인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뇌 활동이 가장 뒤떨어진 그룹은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40대 이상 근로자들의 경우 주3일 근무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1일 6시간 근무 실험 진행
한편, 핀란드 이위베스퀼레 대학 연구팀은 중년기에 근무 시간이 긴 사람들의 경우 노년기에 신체 건강이 나빠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년기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26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 근무 시간이 길고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들의 경우 정상 근무 직장인들보다 노년기의 신체 기능 및 생체 활력, 전신 건강이 모두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의 노년층을 활용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건강한 사회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무 시간 및 근무일의 단축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임금 감소 및 인건비 상승 등의 비용이다.
근무 시간이 줄어 잔업이 없어지면 경제적으로 잔업 수당에 의존하는 이들의 경우 수입 감소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근무 시간 축소로 인한 추가 대체 인원을 투입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인건비가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스웨덴 예테보리 시에서는 지난 2년간 공무직을 대상으로 1일 6시간씩 근무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병가 횟수가 15% 감소하고 실험 참가 근로자 대부분이 20% 이상 건강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추가 대체 인원의 투입으로 인해 공무직 운영 비용이 22%나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근무 시간 및 근무일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로봇 및 인공지능 등의 확산으로 장시간 노동 대신 지식 기반의 창의적 노동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참고로 OECD 통계에 의하면 2014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노동 생산성은 34개 OECD 회원국 중 28위를 차지해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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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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