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에 은퇴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에서 천문학자들의 상식을 거스르는 특이한 별이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구에서 약 35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에 있는 HD 139139(또는 EPIC 249706694)라는 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행성 사냥꾼’이라고도 불리는 케플러 망원경은 별에서 나오는 빛이 주기적으로 밝기가 떨어지는지 조사해 그 별이 거느린 행성을 밝혀낸다. 9년간의 활동 기간 동안 항성 53만여 개, 행성 2600여 개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케플러가 찾아내는 패턴 중 일부는 컴퓨터가 알아내기에는 너무 복잡해 시민 과학자들도 자원봉사 개념으로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봄 시민 과학자들 중 일부가 텍사스주립대학의 천문학자인 앤드류 밴더버그에게 HD 139139를 정밀하게 확인해달라고 이메일로 요청한 것.

HD 139139에 관한 논문의 공동저자인 밴더버그는 케플러망원경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별이 87일 동안 28회의 뚜렷한 밝기 변화를 보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통 별의 밝기 변화는 그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때문에 일어난다.
하지만 각각 45분에서 7.5시간 동안 지속된 HD 139139의 밝기 변화는 하나도 반복되지 않는 무작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행성에 의한 밝기 변화라면 뚜렷한 규칙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별의 밝기 변화 패턴은 신호라기보다는 잡음에 가까웠으며, 밴더버그 팀은 그것이 일종의 계기 결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심한 재분석 끝에 그 자료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행성이 명백한 주기성 없는 경우는 최초
밴더버그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마르세유 천체물리학연구소의 휴 오스본 연구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이런 종류의 별을 정밀하게 관찰해왔다. 그러나 행성처럼 보이는 것이 명백한 주기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만약 그 현상이 행성에 의한 것이라면 다른 항성보다 훨씬 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어야 한다고 추정했다. 계산에 의하면 적어도 14개에서 최대 28개 정도의 많은 행성들에 둘러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일한 광도 곡선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지구보다 약간 큰 그 행성들은 거의 동일한 크기여야 한다. 이처럼 비슷한 크기의 행성들을 많이 거느린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
두 번째로 추정할 수 있는 천문학적 원인은 큰 행성이나 관측되지 않는 어떤 천체가 이 별에 중력을 가해 무작위 패턴처럼 보이게끔 만들 가능성이다. 만약 그런 천체가 있다면 이 별을 끌어당기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상의 망원경으로 HD 139139를 관측한 결과, 그런 방법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붕괴하는 행성이나 소행성의 원반이 별 앞으로 지나가며 먼지 구름을 만들어내는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극히 소수여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이외에도 별의 표면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흑점 등에 대한 가설도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밴더버그는 한 가지 더 높은 가능성이 그 논문에서 배제되었다고 밝혔다. 별 주위에 구축된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불규칙한 밝기 변화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바로 그것이다.
인공 구조물 설치 가설까지 등장해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일명 ‘태비의 별’이라고 불리는 ‘KIC 8462852’이다. 이 별에서는 다른 항성과는 달리 별의 밝기가 22%까지 어두워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행성은 크기가 작으므로 별 앞을 통과해도 그처럼 크게 밝기를 감소시키기가 어렵다.
더구나 그 밝기 변화가 불규칙적이기까지 해서 이 별에는 외계인의 거대한 구조물인 ‘다이슨의 구’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는 주장까지 나온 것이다. 다이슨의 구란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구상한 것으로서, 지구의 공전 궤도 밖에 설치해 태양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말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우리는 천문학에서 뭔가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 발견되었을 때 외계인일 수 있다고 추정한 후 나중에 새로운 현상임을 발견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HD 139139가 현재 은하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별이라는 입장이다. 이 별에서 인공 구조물의 흔적이나 밝기 변화의 진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선 더욱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퇴역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정밀도에 필적할 만한 관측기구가 이제 없다. 또한 연구진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이 별의 정밀한 관측에 필요한 긴 시간을 예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발사한 TESS 우주망원경도 HD 139139의 관측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분간 HD 139139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인간의 활동 범위는 아직 우리 은하의 구석진 곳에 있는 태양계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다이슨 구 소동을 일으킨 KIC 8462852의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루이지애나주립대학의 천문학자 타베타 보야지언은 “HD 139139는 우리가 은하계의 한구석에 있음을 겸손하게 일깨우며, 인간이 정말로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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