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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객원기자
2012-07-23

사이버 공간 속의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가 해석하는 사이버자아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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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 세상이다. 빠른 변화를 주도하고, 집단지성과 같은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며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철학적·윤리적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 사이버 공간에서는 ‘나’를 대리하는 자이들을 모두 다르게 창조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속성존재론의 세계

“사이버 공간은 물리적 세계에서 활동하는 개별자들과는 다른 세상이랍니다. 보통 정보공간으로 불리지만 속성들의 임의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속성존재론의 세계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철학박사 김선희 씨는 “속성은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으로 키, 외모, 성격 등 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며 “사이버 세계는 이런 속성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데로 결합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보통 사이버 세계에서 우리는 자기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라도 될 수 있고, 자신의 외모와 성격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임의적으로 하나의 자아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에서는 ‘나’를 대리하는 자이들을 모두 다르게 창조할 수 있다.

왜 이런 특징을 보이는 걸까. 물리적 세계에서 존재하는 개별적인 몸이 사이버 세계에서는 없어서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자아와 사이버자아를 다르게 정의 내려야 하는 것도 이런 요인 때문이다.

먼저 사이버자아는 물리적 세계 자아와의 관계에 따라 나눈 후 정의를 내려야 한다. 이는 갖고 있는 특성이 달라서이다. 김 박사인 경우에는 물리적 자아의 의존도에 따라 사이버 자아를 반영적 자아, 자율적 자아, 보트로 구분했다.

반영적자아는 본래자아의 몸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그의 행위의도를 직접 반영하여 행동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채팅을 할 때, 그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자아는 원래 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적자아는 어떤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 된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주식 거래일 때 주어진 조건 값에 의해 매수 매도하는 프로그램들이 이에 해당된다.

보트는 인간이 대리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부분은 있다. 인간의 의도와 목적과 상관없이 사이버공간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번식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들 중 사이버 상에서 활동하면서 처음 만들어질 당시와는 다른 형태로 변종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들이 보트라고 할 수 있다.

몸은 인격의 중요한 구성요소

그럼 세 가지 형태의 자아는 모두 인격을 가질 수 있을까. 김 씨는 “인격은 도덕적 책임주체로서 신분확인이 가능한 몸과 도덕적 행위능력을 구성하는 속성인 인격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몸이 없는 사이버 공간은 도덕적 영역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이버자아도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도덕적 주체로서 인격을 가지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개 사이버자아들은 신분 확인이 되지 않은 익명의 이름이거나 이미지로 활동한다. 즉 인격성은 갖고 있지만 신분확인이 쉽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피 추적이나 실명 인증을 받고 활동하게 되면, 다시 말해 본래자아의 물리적인 몸과 연결되어 있다면 가능하다.

이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도덕적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격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김 씨는 “사이버자아의 인격적 지위는 본래자아의 인격의 연장이거나 그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조건부 인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에서 생기는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조건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데, 첫 번째는 책임량의 문제이다. 본래자아에 책임을 100%는 물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본래자아와 연결된 악플러에게 법률적 책임을 묻게 되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단지 아이디 삭제나 퇴출로 책임을 묻게 되면 다른 아이디로 다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김선희 철학박사
해커나 바이러스 배포자인 경우에도 단지 불법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뿐, PC 파괴에 대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개개인에 대해서는 배상을 하지 않는다. 김 박사는 “사이버 공간은 책임량이 감소하거나 책임의 소재가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라며 “현실 세계와는 달리 책임감소의 원리가 적용되는 독특한 장소”라고 언급했다.

두 번째는 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자아정체성의 문제를 일으킨다. 몸이 없는 사이버 세계에서는 본래의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기가 쉽다. 특히 게임이 펼쳐지는 공간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실제 자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대리 자아에 몰입하게 되면 정체성 혼란은 심해질 수 있다.

김선희 씨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정체성 문제는 현실세계의 자아가 연약하거나 정체성의 기반이 허약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생긴다.”면서 “현실의 자신이 모습에 만족을 못하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을 도피처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도 사이버 공간에서 살고 행위 하면서도 본래 자아의 몸에 닻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대면하고 성찰하면서 정체성을 올바르게 확립해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 박사도 “현실의 자아가 건강하고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는다면 사이버자아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확장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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