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가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전향적 사고'를 통해 타인의 의사 결정을 통제하려 한다는 사실이 국제 공동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 연구팀과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나수정 박사, 샤오시 구 교수 연구팀이 '사회적 환경'에 속한 인간이 어떤 신경 기작을 이용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를 뇌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참가자 48명이 자기공명영상 장치 속에서 두 개 유형의 팀원들과 '최후통첩 게임'을 각각 40회씩 수행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최후통첩 게임은 대표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팀원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돈을 나눠 갖는 제안을 하고, 참가자가 이 제안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해 거절하면 팀원과 참가자 모두 0원을 받고 게임이 끝난다.
A팀은 실험 참가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그다음 게임에서 제시 금액을 늘리고, 이전 제안을 수락하면 제시 금액을 줄인다.
하지만, B팀의 제시 금액은 실험 참가자의 제안 수락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무작위로 주어진다.
즉, 실험 참가자는 A팀에만 사회적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참가자들은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획득한 금액은 사회적으로 통제 가능한 A팀과 게임을 했을 때 더 높았다.
이는 실험 참가자들이 스스로 통제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추가로 진행한 1천342명에 대한 온라인 실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계산신경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이 미래에 일어날 상호작용의 가치까지 생각하는 전향적 사고를 통해 이러한 의사 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 참가자들이 2수, 3수, 4수 앞을 내다보는 가치 평가를 할 것이라 가정한 모델들이 현재의 가치만 이용하거나 한 수 앞만 내다보는 가치 평가 과정을 가정하는 모델들보다 참가자들의 행동을 더 잘 설명했다.
전향적 사고는 체스나 바둑 등 게임에서 흔히 일어난다.
다음번 거래의 가치를 평가해 이를 현재 결정에 반영하는 사고방식이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뇌 활성 부위를 보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으로도 뒷받침됐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복내측전전두엽 영역이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상호작용에 대한 가치까지 계산해 추적함을 확인한 것이다.
복내측전전두엽은 가치판단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인간관계에서도 전략적 사고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뇌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복내측전전두엽의 전략적 사고 기능 상실이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1-1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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