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정보통신기술
김현정 리포터
2025-06-05

AI로 살아나는 국가유산, 디지털 헤리티지의 새로운 지평 AI와 3D 기술이 이끄는 국가유산 디지털 헤리티지 전환 전략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우리가 보호해야 할 역사의 흔적

2008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9년에는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형 화재로 첨탑과 지붕을 잃었고, 2022년 강원·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은 울진 불영사의 부속 암자를 전소시키며 강릉의 전통 건축물에도 회복이 어려운 손상을 남겼다.

재난에 가까운 이 사건들은 문화유산이 화재, 자연재해, 시간의 침식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 한 번의 손상으로 역사의 흔적이 모두 소실되는 문화유산, 우리가 무엇으로 이 소중한 자산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최근 AI, 디지털 트윈, 3D 스캐닝과 같은 첨단 기술은 문화유산을 물리적 제약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와의 공유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보존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는 이 기술들은 물리적 제약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가 보다 풍부하고 몰입감 있는 방식으로 과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기술적 가능성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제2회 국가유산포럼(통산 20회)이 서울 덕수궁 돈덕전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국가유산과 디지털 헤리티지’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는 기술 기반의 유산 정책 방향과 실천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역사의 흔적이 디지털로 보존, 복원되고 있다 ⒸFunkyFocu.s

우리가 보호해야 할 역사의 흔적이 디지털로 보존, 복원되고 있다 ⒸFunkyFocu.s


디지털 헤리티지란 무엇인가?

디지털 헤리티지는 단순히 문화유산을 디지털 형식의 파일로 남기는 기술이 아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디지털 환경 속의 총체적 생태계다. 

유네스코는 2003년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관한 헌장(Charter on the Preservation of Digital Heritage)’에서 디지털 헤리티지를 “디지털 형식으로 생성되었거나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된 인간의 지식과 표현의 고유한 자산”으로 정의하며, 그 보존과 접근성 보장을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으로 명시했다.

이러한 정의는 문화유산의 구조와 맥락, 의미를 동시대 사회와 미래 사회가 이해하고 재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기반의 공유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종욱 전통문화대학교 디지털헤리티지학과 교수는 29일 포럼에서 “디지털 헤리티지는 단순히 유산을 스캔해 보관하는 것을 넘어 그 유산이 담고 있는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기술을 통해 확장·연결하는 새로운 생태계다.”고 말했다. 

이는 문화유산을 사회 전체가 함께 해석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공 지식 기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철학적·정책적·기술적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29일에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제2회 국가유산포럼에서 이종옥 전통문화대학교 디지털헤리티지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29일에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제2회 국가유산포럼에서 이종옥 전통문화대학교 디지털헤리티지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 2030’ 국가 차원의 유산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정부는 2021년부터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 2030’을 통해 국가유산의 보존·관리·활용 체계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재의 원형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가상환경에서 체험 가능하도록 하는 등 보존과 활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한다.

특히 유형유산(유물·건축물)은 3D 스캐닝 및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고정밀 데이터로 보존되고, 무형유산은 모션캡처·볼륨메트릭 비디오 기술로 동작과 절차가 실시간 입체 영상으로 기록된다.

자연유산에 대해서도 드론, 위성 이미지, 머신러닝 기반 분석이 적용되며, 고고유산은 GIS 기반 입체지도와 유적 간 관계 맥락까지 분석 가능한 방식으로 정비된다.

이러한 국가 전략은 통합형 아카이브 구축과 데이터 표준화, 지능형 큐레이션 시스템 개발 등 미래형 문화유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헤리티지의 성과, 공개 데이터 확대, AI 기반 서비스 계획까지 

지난해 5월에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를 정식으로 개시하며 본격적인 디지털 헤리티지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 플랫폼은 국내외 사용자 누구나 국가유산 데이터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개 시스템으로 약 48만 건의 디지털화된 유산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자료 유형은 3D 정밀 스캔 데이터, 3D에셋, 테마 기반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문화유산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을 온라인에서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가유산 디지털서비스’를 시작했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을 온라인에서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가유산 디지털서비스’를 시작했다 Ⓒ국가유산청

이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국립박물관은 유산의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통합형 아카이브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화된 자료에는 약 80만 점의 예술작품, 50만 권 이상의 도서, 800미터 분량의 문서 아카이브가 포함되어 있다. 해당 시스템은 네덜란드 국립박물관 등 해외 선진 기관의 사례를 참조해 개발된 것으로 단일 플랫폼(Collection Online)에서 통합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실제로 사용자는 단순한 키워드 검색 외에도 ‘제작자’, ‘기법’, ‘시대’, ‘소재’ 등 20개 이상의 상세 필터를 활용해 원하는 유산을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의 Art Explorer처럼 감성적 질문에 기반한 결과 추천 시스템도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 고도화된 검색 기능은 사용자의 목적과 관심에 따라 맥락적 탐색이 가능한 지능형 큐레이션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올해를 기준으로 AI 기반 이미지 검색, 챗봇 큐레이션, 자동 추천 기능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장애인, 고령층, 어린이 등 다양한 이용자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용 장벽 없는 스마트 전시관’ 시스템 구축도 병행되고 있다. 

디지털 헤리티지는 실제 문화유산을 점군 데이터, 메시 모델링, 3D 프린팅 등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밀하게 기록하고 재현함으로써, 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Initial Training Network for Digital Cultural Heritage

디지털 헤리티지는 실제 문화유산을 점군 데이터, 메시 모델링, 3D 프린팅 등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밀하게 기록하고 재현함으로써, 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Initial Training Network for Digital Cultural Heritage

 

디지털 헤리티지의 미래, 과거를 다시 연결하는 공공의 기억 플랫폼

디지털 헤리티지는 국가유산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적 약속이 되고 있다.

AI는 유산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3D 기술은 그것을 시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다.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과 검색 시스템은 유산을 특정 전문가나 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시민 누구나 접근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공공의 기억 자산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종욱 교수는 “기억은 더 이상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며, “문화유산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플랫폼과 참여를 통해 사회 전체가 함께 공유하고 재구성하는 공적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과거는 기술 안에 저장되지 않는다. 기술을 통해 다시 연결되고 의미를 더하며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6-05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