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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자립'을 향한 유럽의 의지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ESA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전략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바로 '우주 자립'이다. 과거 미국이나 러시아의 기술과 인프라에 의존했던 유럽이 이제는 독자적인 발사체, 통신망, 위성 시스템, 심우주 탐사 계획까지 추진하며 독립적 우주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우주 자립'의 대표적인 성과로 ESA는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 6를 통해 자력 발사 능력을 현대화하는데 성공했다. 아리안 6는 2024년 7월 9일 첫 발사에 성공했으며, 2025년 3월에는 두 번째 발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상업 위성 시장과 전략적 자산 확보 경쟁에서 유럽의 입지를 강화할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또한 소형 발사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베가-C'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다양한 발사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발사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 독자 유인 우주비행 능력 개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ESA 사무총장 요제프 아시바허는 2022년 유럽이 독자적인 유인 우주비행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프랑스 CNES는 아리안 6를 이용한 유인 캡슐 발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은 자체 우주선 없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접근을 타국에 의존해 왔지만 향후 자체 유인 우주선 개발을 통해 ESA 소속 유럽 우주비행사들이 유럽 우주선으로 비행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달과 화성으로 향하는 유럽의 구체화된 발걸음
ESA의 중장기 우주 탐사 비전은 '지속 가능한 심우주 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달과 화성은 ESA가 미래 탐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주요 무대다. 유럽은 미국 NASA와의 협력을 통해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달 궤도 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의 핵심 모듈 개발에 ESA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ESA는 2026년 발사 예정인 '문라이트(Moonlight)' 프로그램을 통해 달 통신 및 항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2028년까지 초기 서비스를 시작하고 2030년까지 완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은 단순한 협력자의 입장을 넘어 달 탐사에서 독립적인 주체로서 입지를 확립해 가고 있다.
화성 탐사에서도 ESA는 독자적인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원래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예정되었던 '엑소마스(ExoMars)' 미션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단되었지만, ESA는 독자적인 착륙 기술 확보를 위해 2028년 발사를 목표로 새로운 유럽산 착륙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유럽이 화성 탐사에서도 자립적 능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우주 활동은 유럽 우주 정책의 핵심 축
ESA는 우주 공간을 단순한 탐사 대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경'으로 인식하며 책임 있는 우주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우주 쓰레기(우주 파편: debris) 문제를 해결하려는 ESA의 구체적인 노력에서 잘 드러난다.
ESA는 '클리어스페이스-1(ClearSpace-1)'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우주 쓰레기 수거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발사를 목표로 한 이 미션은 112kg의 베스파(VESPA) 상단부를 실제로 포획하고 궤도에서 제거하는 임무로 우주 환경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ESA는 우주 미션 전반에 대해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각 미션은 설계 단계부터 재사용 가능성과 생애 주기까지 고려한 친환경 우주 개발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유럽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해 온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매우 일관된 행보이다.
우주 경제의 성장과 유럽 산업 생태계의 동반 진화
ESA의 미래 전략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축은 우주 산업 생태계 강화이다. ESA는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우주를 단지 과학 탐사의 장이 아닌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일명 '뉴 스페이스(New Space)'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ESA는 유럽 전역의 스타트업, 중소기업, 민간 연구소와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성 데이터 분석, 초소형 위성 제작, 저궤도 인터넷망 구축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우주 기반 서비스와 제품이 민간 시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표적으로 ESA는 '아이리스(Iris)'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형 위성 기반 항공 교통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다른 위성항법 시스템인 '갈릴레오(Galileo)’ 유럽의 독자적인 GPS로 민간·군사용 모두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는 앞으로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 물류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전망이다.
ESA는 유럽 내 우주 기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연구소 설립, 기술 이전 프로그램, 혁신 허브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전역에 걸친 '우주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 영감, 인류 전체를 위한 우주는 ESA의 궁극적 지향
ESA의 미래 계획은 단순히 기술 개발이나 시장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ESA는 우주를 통해 인류 전체의 삶을 개선하고 다음 세대에게 꿈과 영감을 전달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ESA는 유럽 전역의 학교, 대학교, 연구기관과 협력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우주 과학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의 우주 비행, 위성 제작 경진대회, 우주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ESA 소속 유럽 우주비행사들은 실제 우주 임무뿐 아니라 각국을 돌며 과학 강연과 멘토링을 수행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ESA는 유럽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나 오픈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는 우주를 특정 국가나 기관의 자산이 아닌 모든 인류의 공공 자산으로 인식하려는 철학을 반영한 행보라 할 수 있다.
ESA의 이러한 포괄적 접근은 기술적 우수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유럽이 21세기 우주 시대에서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우주 자립을 향한 유럽의 여정은 이제 구체적인 성과와 함께 더욱 탄력을 받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우주 경쟁에서 유럽만의 독특한 위치를 확고히 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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