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공학계 리더들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이 SCI논문평가 문제를 연구해 온 황규형 KAIST 교수를 강사로 초청, SCI평가 문제를 주제로 지난 22일 토론마당을 개최했다.
이학계, 공학계보다 논문수 많아
‘SCI논문중심평가 이대로 갈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황 교수는 “SCI가 교수평가에 대한 황무지 시절 성과를 평가하고 그 노력을 견인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SCI 논문중심 평가의 분야별 및 대학별 특성 고려가 부족한 점을 가장 큰 맹점으로 꼽았다.
그는 “과학기술분야는 50개의 세부분야가 있고 각 분야마다 실적이 모두 다른데 SCI논문수로 단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연구특성상 이학이 공학보다 교수 1인당 평균 논문수는 현재 약 2배가 많고, 연간 평균 저널 영향지수는 3.8배 높다는 것. 때문에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각 분야별로 전체 평균을 낸 후 분야별 기준에 따라 해당 교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대학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름에도 일률적인 SCI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은 그는 “SCI중심의 대학 성과가 대학이 추구하는 목표와 부합하는지 올바르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대 교수도 SCI논문 평가(?)
대표적으로 전문대는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해서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와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가 평가돼야 하는 데 SCI를 들이대는 것은 취지와 평가가 상호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대학들이 대학 특성에 맞는 지표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대학이 최대한 목표 실현에 맞게 해주는 게 올바른 평가”라고 황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연구중심의 대학의 경우 SCI논문을 포함해 개발 기술의 우수성,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교육중심대학은 강의, 배출인력의 우수성 및 사회공헌도 △현장중심대학은 실무교육 평가, 졸업생의 자격증 취득 등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다만 “이 같은 지표는 국가기관이나 인증기관이 제시하고 대학이 선택해 공정한 평가를 받도록 하고 이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SCI는 1960년 미국 사설연구소인 과학정보연구소(ISI)에 의해 만들어졌고, 1992년 톰슨 사인티픽사가 ISI를 인수하면서 관장하고 있으며 현재 6천600여 종의 학술지가 등재돼 있다.
“당초 SCI의 목적은 학술지에 대한 객관적인 상태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도서관이 소장하거나 구독, 논문제출 시 평가에 참고하기 위함이었으나 최근에 연구업적의 양과 질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질됐다”는 게 황 교수의 지적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나 중국, 대만과 달리 일본이나 호주 등은 SCI논문수로 교수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 미국도 교수평가에서 SCI보다 심사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르고 있다.
주관적 평가제도 도입해야
황 교수는 “SCI 등 객관적 평가지표를 통한 심사자의 주관적 평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면서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후 현재 우리 KAIST에서도 주관적 평가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평가가 외국 학술지에만 치중하다보니 국내 학술지를 외면하는 문제를 지목한 황 교수는 “전산학과 교수는 국내 전산학의 대표 학회인 한국정보과학회에 논문을 싣지 않고 외국에 실어 게재 논문수가 계속 줄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어를 못하는 국내 학자 및 기술자들이 국내 학회지를 보면서 실력을 배양하는 토양 자체가 사라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대학별 지표 차별화, 분야별 평가 차별화를 꾀할 경우 이 같은 문제들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원대는 최근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표지 논문을 게재할 경우 5억원의 포상과 함께 특별 승진을 제시한 것을 비롯, 각 대학들이 앞다퉈 교수들의 우수 논문에 대한 성과급을 내걸고 있다.
- 서현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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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10-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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