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연구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 기대" SiC 전력반도체 ‘트렌치 모스펫’ 개발 성공
전기차, 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확산으로 최근 들어 전력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인 가운데, ‘SiC 전력반도체’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이면서도 칩 공급을 더 늘릴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습니다.
전력반도체란?
전력반도체(파워반도체)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입니다. 전기를 변환하는 부분에서 전압, 전류, 주파수, 직류(DC)/교류(AC) 등 전기형태를 변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가전기기, 조명을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을 제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죠.
전력반도체는 일반적으로 ‘반도체’라고 부르는 메모리 반도체와 차이가 있는데요. 반도체 소자가 감당하는 전압이 높고 전류용량이 크다는 것입니다. 전압의 경우 600~ 10000V이고 전류는 수A~수백A 수준입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 전기로 바꾸어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가 있는데, 이 인버터의 핵심부품이 바로 전력반도체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초소재로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SiC(Silicon carbide, 탄화규소)를 소재로 한 전력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 ⓒKERI
SiC 전력반도체는 탄소와 규소를 1:1로 결합한 화합물로 만들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고 실제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합니다. SiC 전력반도체는 같은 두께의 실리콘에 비하여 약 10배의 전압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즉, SiC는 10분의 1 두께만으로도 실리콘 반도체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또, 섭씨 수백도 고온에서도 동작하며 전력 소모도 작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SiC 웨이퍼 및 전력반도체 소자 ⓒKERI
SiC 전력반도체로 전기차 인버터를 만들면 지금까지의 실리콘(Si) 반도체 인버터를 사용했을 때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높아지고 인버터의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무거운 냉각장치도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게 됩니다. 전력손실도 줄이고 차제 중량도 줄어드니 이중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죠.
e-모빌리티용으로 최적인 까닭에 최근 공급이 부족해진 SiC 반도체 소재는 미국 기업의 대중국 금수 품목에 포함되는 등 미·중 기술전쟁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SiC 전력반도체로 인버터를 만들면 부피와 무게가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좋아진다. ⓒKERI
도랑 파고 면적 잡고, ‘트렌치 구조’
전력반도체에서는 저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항 성분이 클수록 손실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소자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도랑 형태의 구조를 가진 ‘트렌치 구조’의 모스펫(MOSFET)을 가진 전력반도체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SiC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SiC 웨이퍼에 좁고 깊은 골(트렌치)을 만들고, 이 골의 벽면을 따라 전류 통로인 채널을 상하 방향으로 배열한 것으로, 지금까지 수평으로 배열했던 채널 구조와 차별화한 것입니다. 수평으로 배열된 채널을 수직으로 세운 만큼 채널이 차지하는 면적을 절약할 수 있어서 전력 소자의 면적을 최대 수십 퍼센트 줄일 수 있습니다.
트렌치 구조는 바로 수직으로 형성된 채널을 통과하여 전자들이 효율적으로 이동한다(면적 활용도를 높여 칩 크기를 줄일 수 있음) ⓒKERI
SiC 전력소자를 사용하게 되면 기존의 실리콘 전력소자를 이용한 경우에 비해서 전력변환장치의 효율이 5~6% 정도 향상됩니다. 거기에 SiC의 우수한 열적, 전기적 특성을 고려하여 인버터 등의 전력변환 시스템을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SiC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최대 10% 전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매우 큽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비해 SiC 전력반도체는 소수의 선진 국가들만이 독점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SiC 트렌치 구조는 전력반도체의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안정적인 동작 및 장기 내구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독일과 일본만이 양산화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은데요. 수년 내에 SiC 시장의 주역이 될 트렌치 모스펫을 국산화함으로써 SiC 기술 1부 리그에 후발국인 한국이 합류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 ⓒKERI
핵심기술을 개발한 KERI 문정현 박사는 “SiC 전력소자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이 기술이 적용되면 웨이퍼당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 공급량도 늘리고 소자 가격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따라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궁극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KERI 방욱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은 최근의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미·중 반도체 갈등 국면에서 이번 기술이 어떤 변수가 될지에 대해 “SiC 웨이퍼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미 미국 기업의 대중국 금수 품목일 정도로 산업적 중요성이 높다는 증거”라고 밝히며 “전기차 시대 도래로 전 세계적으로 SiC 전력반도체의 공급난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SiC 기술의 고도화와 양산 능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왼쪽부터 나문경, 문정현, 방욱, 강인호, 김형우 박사) ⓒKERI
한편, KERI는 개발한 ‘트렌치 구조 SiC 전력반도체 모스펫’ 제조 원천기술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를 위한 각종 측정·분석 기술 등 종합적인 기술 패키지를 SiC 전력반도체 전문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대표 김도하)에 최근 기술이전했습니다. 기술이전 금액은 과제수탁 계약 포함 총 2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입니다. 연구팀은 장비 구매부터 양산화 라인 구축까지의 전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 수입에 많이 의존했던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 및 대량 생산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 이 글은 한국전기연구원(KERI)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23989)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한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건설할 우주정거장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한 군사 산업 전시회에서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형을 선보였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이 모형을 '로스'(Ross)라고 불렀다. 새로운 우주정거장은 2단계로 발사될 예정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남극 앞바다의 기후 변화가 태평양 수온과 열대 지역 비구름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16일 UNIST에 따르면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특히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비구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온이 같아도 습도가 높으면 더 덥고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상대습도를 반영해 산정하는 체감온도인 '열파 지수'(HI)가 최근 잦아진 극단적인 기온에서 실제 인체가 느끼는 온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열파 지수를 토대로 여름철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데 인체가 느끼는 온도와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기후학자 데이비드 롬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NWS가 이용해온 기존 열파 지수의 한계를 보완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환경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글루코스(포도당)는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암세포도 자기 복제를 하는 데 엄청난 양의 포도당이 필요하다. 종양이 성장하려면 암세포의 복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합성 작용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암세포가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암세포가 흡수한 포도당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지 않고 대부분 폐기물로 반출한다고 여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배중면·이강택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이찬우 박사 공동 연구팀이 상용 디젤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개질(Reforming) 촉매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디젤은 수소 저장 밀도가 높고 운반·저장이 쉬워, 개질을 통한 수소 공급 장치를 트럭 보조전원장치 등 모바일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지속돼왔다. 연구팀은 촉매 입자 내부의 금속 나노입자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용출 현상을 통해 합금 나노입자를 형성해 촉매 성능을 향상하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광도(밝기)가 급격히 떨어졌던 오리온자리의 가장 밝은 α별인 적색초거성 '베텔게우스'가 별의 표면인 광구(光球)의 일부가 대형 폭발로 날아가는 '표면질량분출'(SME)을 겪고 서서히 회복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텔게우스의 SME는 태양의 바깥 대기에서 플라스마를 대량 방출하는 '코로나질량분출'(CME)의 약 4천억 배에 달하는 관측 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체료제인 '로미타피드'가 항암 효과까지 있음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해 이런 성과를 냈다.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은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지만, 모든 약물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