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조광현 교수
Q.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본 연구에서는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의 세포노화 신호전달 네트워크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대규모 시뮬레이션 분석하여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하는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연구팀은 모델의 동역학 분석 결과를 통해 세포노화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양성 피드백 루프를 구성하며 하위의 mTOR와 NF-kB를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상위 조절자인 3-phosphoinositide-dependent protein kinase 1(PDK1)을 노화된 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역노화 단백질 타겟으로서 세계 최초로 발굴하였습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의 협동연구를 통해 노화된 인간진피섬유아세포에서 PDK1을 억제했을 때 세포노화 표지인자들이 사라지고 주변 환경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정상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상처 치유 분석(wound healing assay)과 3D 인공피부 모델(3D reconstructed skin model)을 통해 검증하였습니다.
시스템생물학 접근방식을 통해 노화된 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변환시키는 세포노화 역행 전략은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으며,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표적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저분자화합물과 관련된 신약개발, 그리고 전임상실험을 통한 노화된 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역노화 전략은 노인성 질환의 치료 기술과 회춘 기술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앙상블 불리언 네트워크 모델링 및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한 역노화 핵심 스위치 발견의 전체 개요.
Q.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세포노화는 손상된 세포의 증식을 차단함으로써 종양 형성을 억제하는 좋은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개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직에 축적된 노화된 세포가 점차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암을 비롯한 여러 노인성 질환의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거나 조절하려는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주제로 한 회사들도 설립되고 있습니다 (예: 구글의 칼리코).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는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senolytics’와 노화된 세포가 분비하는 해로운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senomorphics’ 등의 치료 전략들이 연구되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위적 조작을 통한 노화된 세포의 세포주기 회복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세포노화가 비가역적인 생명현상이라는 인식이 재고되고 있으며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려는 역노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Q. 함께 진행한 연구진을 소개 부탁합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시스템생물학 및 바이오영감공학 연구실(http://sbie.kaist.ac.kr/)의 박사과정 안수균 학생, 석사과정 강준수 학생, 이수범 연구원 등이 팀을 이루어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하였고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의 조시영 박사가 협동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Q.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노화된 세포를 다시 젊은 세포로 되돌리려는 역노화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는 OSKM(Oct4, Sox2, Klf4, c-Myc)을 일시적으로 발현시켜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부분적 역분화(partial reprogramming) 연구입니다. 이는 간, 심장, 골격근 등 여러 장기의 재생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조기노화 유도 동물모델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것이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기술들은 종양의 형성과 암의 진행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작용을 배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정교한 제어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세포노화는 텔로미어 단축, 산화 스트레스, 암유발유전자(oncogene) 활성화, 그리고 DNA 손상과 같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해 다양한 조직에서 발생하며, 세포노화를 일으키는 스트레스의 종류와 조직의 종류에 따라 이질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질적인 여러 세포노화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단백질 타겟의 발굴이 향후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가 될 것입니다.
Q.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저는 원래 제어공학을 전공한 전자공학자입니다. 여러 공학시스템의 제어기술을 연구하면서 인체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는 어떤 제어메커니즘으로 동작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IT와 BT의 융합연구를 통해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연구를 1999년부터 독자적으로 개척해오게 되었습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 이 분야 융합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수행해오면서 처음에는 생명체 분자회로에 대한 모델링, 그리고 분석을 통한 동작원리 파악에 집중해왔는데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명체 구성 네트워크의 복잡성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암과 노화와 같은 비가역적으로 여겨져 온 생명현상들도 분자조절네트워크의 제어를 통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리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분화, 암화, 노화 등 대부분의 생명현상들은 비가역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2006년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역분화에 성공하여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암과 노화는 아직 그러한 가역화에 성공한 뚜렷한 사례가 없어서 여전히 과학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노화세포의 역노화 연구는 그러한 맥락에서 시스템생물학의 새로운 도전과제로 구상하여 수행한 연구입니다. 참고로 저희 연구실에서는 2020년 1월 대장암세포를 다시 정상 대장세포로 되돌리는 첫 번째 파일럿 연구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KAIST
Q.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2020년 과학난제도전 연구사업에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연구를 제안하여 최종 발표심사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심사에서 과연 그러한 연구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많은 질문을 받았고 그 과학적 근거와 선행연구결과를 보여줬음에도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종 심사결과 평가서를 받았을 때 심사위원들이 과제의 연구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심사평을 나열한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업 자체가 과학난제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런 도전적인 연구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을 절실히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흔히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구호를 외치지만 정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좀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가지원과제 중 10% 정도는 성공가능성이 낮은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할 수 있을 때 과학자들이 비로소 새로운 길을 마음껏 걸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역노화 연구도 매우 간헐적인 연구비 지원을 긁어모아서 겨우겨우 수행한 연구랍니다.
Q.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처음 암과 노화의 가역화 연구를 제안하였을 때 가장 크게 부딪힌 것은 다름 아닌 제 지도학생들과 연구원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여서 그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에도 제가 어떤 새로운 연구를 제안하였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는데 제가 강력히 주장하여 마지못해 연구를 수행하던 학생들이 어느 시점에 유사한 연구 논문을 발견하게 되면 그 때야 비로소 안도하며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유사 논문을 발견하게 되면 몹시 실망하게 되는데 말이죠. 아이러니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단적인 광경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Q.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한번쯤 의자에 기대어 내가 연구하는 이 분야에서 과연 궁극의 질문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를 제안합니다. 저의 궁극의 질문은 “생명의 시간을 과연 되돌릴 수 있을까” 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암과 노화를 다시 되돌리는 연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이 글은 BRIC에서 발행하는 ‘BRIC이 만난 사람들’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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