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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3-07-30

"수컷 박쥐는 가장 낭만적인 가수"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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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전남 무안군의 한 폐광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황금박쥐 떼가 발견되었다. 이렇게 동일한 곳에서 70마리가 넘는 수의 황금박쥐가 발견된 것은 드문 일이며, 이번에 발견된 황금박쥐는 국내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된 세계적인 희귀종인 붉은 박쥐이다.

사실 박쥐는 황혼이나 월야 등 빛과 어둠이 있는 시간에만 모습을 나타낸다고 해서 서양에서는 기분 나쁜 동물로 보았다. 박쥐를 라틴어로 vespertilio라고 하는 것도 저녁(vesper)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장수의 동물 또는 영약이라고 믿었다.

이처럼 박쥐는 과거부터 인간과 함께 해왔다. 시대나 문화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박쥐는 지구상에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손으로 날으는 동물’이란 뜻의 박쥐목(翼手目)에 속하는 박쥐와 관련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다.

“수컷 박쥐, 가장 낭만적인 가수이다”

▲ 충북 진천 폐광에 집단 서식하는 황금박쥐 ⓒ연합뉴스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다. 수컷 박쥐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컷 박쥐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처음에는 정해진 곡조로 노래하지만,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하게 되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창의적인 곡조로 암컷이 한눈을 팔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텍사스 A&M 대학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멕시코큰귀박쥐 수천 마리의 소리를 3년간 녹음하여 분석한 결과, 수컷 박쥐들이 부드러운 콧소리로 노래하는 크룬(croon) 창법을 매우 솜씨있게 구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짝짓기 시즌이 되면 암컷을 자기 보금자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박쥐들은 노래를 하는데, 초속 9m로 번개처럼 날아다니는 암컷의 주의를 끌 수 있는지는 0.1초 안에 판가름나게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박쥐들을 관찰한 결과, 수컷들이 보금자리 앞을 지나는 암컷의 주의를 끌기 위해 매우 특정한 곡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음절(syllable)과 악절(phrase)로 이루어진 박쥐들의 구애 노래는 악절을 재빨리 재구성하여 자기만의 새로운 노래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연구진은 노래로 구애하는 동물이 많지만 포유동물 중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면서 박쥐의 노래는 가장 노래 재능이 뛰어난 명금류(鳴禽類)의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하였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동물은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공작새처럼 짝짓기 상대의 눈을 끌기 위해 시각에 의존한다”고 하면서 “하지만 박쥐의 경우 소리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박쥐가 다른 포유동물보다 더 열심히 노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박쥐

이외에도 박쥐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는 또 있다. 박쥐가 바로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에 저장한 에너지를 재활용한다는 연구 결과이다. 박쥐의 재활용 에너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브라운대학 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었다.

브라운대학 연구팀은 과일을 먹고사는 큰 박쥐(fruit bat)의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연구팀은 박쥐의 움직임을 X-선으로 포착하는 3D영상기술로 내부 골격의 움직임을 시각화하였다. 구현된 골격 입체 모형과 비교분석한 결과, 박쥐가 착륙 또는 비행할 때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의 힘줄이 늘어났으며 에너지가 저장되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삼두박근에 저장된 에너지는 박쥐가 팔꿈치 근육을 이완하는 데 쓸 수 있다”며 “이 연구 결과는 소형 비행기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을 보인다”고 밝혔다. 

박쥐는 곤충, 해충을 잡아 먹는데 특히 박쥐 1마리가 1시간에 1천 마리의 모기를 먹을 정도로 강력한 살충제 역할을 한다. 또한 꽃가루를 옮기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북미에서는 박쥐가 농업에 기여하는 가치를 연간 229억 달러 (한화 2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박쥐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박쥐를 지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동식물 다섯 종류 가운데 한 분류군으로 꼽기도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박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박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명금류(鳴禽類) : 참새과, 종다리과, 제비과, 할미새과, 여새과, 굴뚝새과, 딱새과, 박새과, 동박새과, 꾀꼬리과, 까마귀과 따위가 딸린 새의 한 목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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