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만큼 매력적인 존재는 없어요”

원자력연구원 김승호 부장 인터뷰

지난 2월 8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에서는 지름 10cm 미만의 작은 배관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을 개발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1mm 이하의 미세한 결함까지 탐지할 수 있고, 30kg의 물체를 끌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이 로봇은 화력 발전소나 상·하수도처럼 배관이 핵심이 되는 설비를 정밀 검사하여 안정성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 어린 시절 로봇이 좋아 로봇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는 김승호 박사. 기술이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런데 원자력연구원에서 화력발전소에 쓰일 로봇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파괴 검사 기술이 상당히 발달해 있는 현 시점에서 로봇을 활용한 비파괴 검사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이번 연구를 주도한 원자력연구원 원자력융합기술개발부 김승호 부장과의 1문 1답 내용이다.

– 이번에 개발된 비파괴 검사용 로봇은 어떤 것인가요?

“우리가 개발한 로봇은 내시경과 원리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복잡하고 좁은 배관 속을 다니며 1mm 이하의 미세한 결함까지 탐지해 낼 수 있는 소형 로봇이지요. 네 방향으로 레이저를 주사하면 레이저가 반사되어 로봇의 탐침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재 배관의 지름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설계 당시보다 지름이 작아졌거나, 타원형이거나 넓어졌다면 이물질이 있거나 부식되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3차원 영상으로 복원하여 전송하는 것이 로봇의 역할입니다. 0.1mm 이동할 때마다 레이저를 발사하니 정확도가 높고, 30kg의 물체까지 견인할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배관 내부를 최대 100m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화력발전소용 비파괴 검사 로봇을 개발했다고 하여 다소 놀랐습니다. 이번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 관을 따라 이동하며 배관 내부를 검사하는 비파괴 검사 로봇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 발전이건 화력 발전이건 모두 열 교환기, 펌프, 배관 등이 적용되고 있어요. 둘 다 물을 끓여 올라오는 증기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죠. 차이라고 하면 연료가 원자력이냐, 석유 혹은 석탄이냐 하는 것뿐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이라는 위험 요소가 있고, 화력발전소는 관이 좁기 때문에 무언가 고장이 났다 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고치기 어렵습니다. 공기가 없거나 혹은 높은 열 앞에서도 인간이 문제 해결에 나서기 어렵겠지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일찍부터 우리 사회는 로봇을 산업계에 활용하게 되었고요.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기술을 밑바탕으로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영상처리), 삼영검사엔지니어링(배관검사기술), ㈜SMEC(로봇 제작), 한국전력공사(자문)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로봇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 개발한 로봇은 10cm의 작은 배관을 돌아다니고, 1mm보다 작은 미세한 결함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30kg의 물체를 견인할 수 있는 막대한 추진력까지 더해졌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높은 추진력이 왜 필요할까요?

“작은 로봇이기는 하지만 유선으로 연결되어 탐사 결과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이들 로봇이 100m까지 이동하는데, 이동하는 만큼 전선이 늘어지겠지요. 그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30kg 정도는 거뜬히 견뎌내야만 원활한 검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발전 기관의 배관은 90˚의 엘보(elbow), 수평, 수직으로 설계되어 있죠. 바꾸어 말하면 로봇이 이동할 길이 엘보, 수평, 수직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꺾어지는 구간에서 배관에 로봇이 끼는 등의 문제를 없애기 위하여 나선형으로 움직이게 설계했고, 바퀴도 고무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고무 재질을 썼다 했지만 40~60℃ 정도는 거뜬히 견딜 수 있습니다. 어차피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을 때 투입되어 검사하기 때문에 탐사 역할에는 무리가 없는 셈입니다.”

– 비파괴 검사 로봇 개발에 관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 지 일주일 가량 지났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떤지요? 기술 개발에 도입해야 할 사항이라든가 앞으로의 개발 방향이 궁금합니다.

▲ 로봇이 보낸 신호를 3차원 이미지로 복원한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이번 로봇 개발에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하게 된 것은 실제 현장에 도입할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술 개발에서는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요소라든가 현실적인 조언에 치중하였죠. 결과적으로 현실 적용 가능성까지 검증한 셈이 되었어요. 이런 장점 덕인지 화력발전소에서 도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실에 적용해 보면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기술이라는 것은 진화를 거듭합니다. 진화는 문제의 발견에서 시작되고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기술은 10cm의 소형 배관, 그리고 증기가 배출되는 관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어요. 작은 배관을 염두에 둔 것은 크게 만드는 일은 응용이 쉽기 때문이죠. 석유관처럼 점성이 강한 물질이 흐르는 관이나 거대한 관에서 활동할 로봇 개발은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이외에도 정유공장이나 가스 배관 등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로봇이 좋아 로봇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었다는 김승호 박사. 결국 로봇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사는 그는 로봇만큼 매력적인 존재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원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살면서 다양하게 응응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고 ….

그가 이번에 개발한 비파괴 검사 로봇 역시 그의 손을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 곳곳으로 파고들 것이다. 또 한 번 그에게 뜨거운 가슴을 선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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