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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 객원기자
2016-01-18

KAIST에 기부문화 씨앗 뿌린다 [인터뷰] 카이네이션 김준겸, 이용일, 양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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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사회를 비교할 때 차이점으로 항상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부문화’다. 재미있게도 기부문화는 전반적인 사회 문화로서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대학을 비교할 때에도 큰 차이점으로 지적된다.

이 차이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또 우리나라에도 건강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 ‘기부를 하는 모임’이 아닌 ‘기부를 권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국내,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르는 기부를 ‘권하는’ 모임 ‘카이네이션’의 회장 김준겸(카이스트 물리학과 3학년), 총무 이용일(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회원 양아름(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을 만났다.

‘기부하는 것’과 ‘기부를 권하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이용일(이하 이): 엘스비어 지영석회장님이 기부하는 것과 기부를 권하는 것의 차이를 소개해주셨다. 기부가 잘 되려면 기부를 권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실제 미국 대학도 학생들 스스로 기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있지만 실제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도 발전재단과 기부처가 있지만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은 굉장히 적은 것과 다르지 않다. 실질적인 기부 문화의 차이를 일으키는 것은 기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사람의 존재 유무다.

김준겸(이하 김): 지 회장님이 방문하셔서 모교인 프린스턴 졸업생들의 기부 문화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그걸 듣고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의 이광형 교수님과 관심 있는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모였다. 물질적으로 기부금을 모은다기보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게 먼저다. 카이스트의 경우 장학금뿐 아니라 기숙사의 다리미, TV 등이 모두 기부를 통해 받은 것인데 학생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되면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부를 권하게 되는 셈이다.

카이스트 이광형교수(왼쪽), 엘스비어 지영석 회장(오른쪽)과 카이네이션 회원들(가운데) ⓒ 카이네이션
카이스트 이광형교수(왼쪽), 엘스비어 지영석 회장(오른쪽)과 카이네이션 회원들(가운데) ⓒ 카이네이션

양아름(이하 양): 기부는 억지로 하라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서 해야 하는 것이 기부다. ‘기부를 권한다’는 것은 금액적으로 얼마를 내라고 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걸 넘어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혜택과 도움을 받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스스로 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의 변화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카이네이션의 중요한 목표이자 설립 이유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학교를 넘어서 한국 사회에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기부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굳이 카이스트에서 동문들이 모교에 기부를 하도록 권유하는 이유가 있나요?

양: 카이스트의 경우 학교의 특성 상 지난 11월 뉴스에 나오신 노부부처럼, 학교와 아무 관련이 없어도 나라와 과학의 발전을 위해 기부하시는 분이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기부하기가 더 쉽겠지만, 굳이 돈이 있어서라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기부를 한다. 우리는 특별히 우리학교 출신이니까 모교에 기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기보다 학생 입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동문이면 아무래도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보다 동기부여가 이뤄지기 쉽다는 점을 생각한 것이다.

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게 더 좋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카이스트에 기부를 하면, 연구비로 투자되어 질병 치료제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 개발로 이어져 한 명이 아니라 사회의 다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카이스트’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애교심과 자부심은 사실 외부인의 시선에 비해 낮은 편이다. 프린스턴의 경우 규모가 작은 장학금이라도 기부자의 이름이 모두 공개된다. 반면 카이스트는 사회로부터 많은 장학금과 혜택을 받고 있는데 그 혜택들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기관이 명시되거나 하지 않는다.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으로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거기에 감사함을 느끼기가 비교적 어려운 게 이유 같다. 학생들이 우리가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면 고마운 마음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더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기금을 끌어오기보다 학생인 우리가 스스로 학교에 기부를 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다.

이: 확실히 이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초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능력 면에서 인정받던 경우가 많아 모든 것이 스스로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입학할 때부터 등록금 부담도 적어 고맙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나도 예전엔 실제로 그랬다. 기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부라는 활동은 무엇을 성취했을 때 내가 잘나서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라 주변과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양: 카이스트에 다니면서 주어지는 혜택들은 학생 개개인이 그럴만한 지위를 얻어낸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카이스트’라는 이름을 통해 양성되어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라는 마음으로 주어지는 것들이다. 여기 소속되어있어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걸 같이 느꼈으면 한다.

왼쪽부터 카이네이션 양아름, 김준겸, 이용일
왼쪽부터 카이네이션 양아름, 김준겸, 이용일 ⓒ 박솔/ScienceTimes

기부를 권유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 기부를 권유하는 방법이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크라우드펀딩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목표를 세워 소규모로 모금하는 방법도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스트라는 사회는 규모가 작아서 효율성도 낮을 것 같고, 별로 공익적이지 않을 것 같았다. 몇몇 학생에게 혜택이 가는 것보다 전반적인 혜택이 발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이: 주로 카이스트 발전재단과 함께 활동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발전재단은 발전기금 운영부터 모금, 홍보활동을 모두 맡고 있다.

김: 그 동안 발전재단 직원들이 홍보를 했는데 그보다 친구, 선후배가 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여러 가지 아이템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단발성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카이네이션 공식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site/kainationgroup/

박솔 객원기자
solleap91@gmail.com
저작권자 2016-0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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