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K뉴딜’ 운명을 쥔 ‘미다스의 손’을 만나다

[과총 과학과기술 인터뷰대담]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대 담>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과학과기술 편집위원)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차장(과학과기술 편집위원)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어쩌면 무모한 결정이 될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필드에서 길러진 특유의 촉이 섰고 확신으로 이어졌다. 올 초 코로나19(COVID-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었던 그때, BH(청와대)로부터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나눴던 전화 통화 대화의 일부다. 최대 3개월, 이르면 1달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일이 문 원장을 통하면서 실제로 3일 만에 마술처럼 이뤄졌다. 공적 마스크 앱(애플리케이션) 개발 얘기다. 공적 마스크 5부제 정책을 추진했던 시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이례적 풍경이 펼쳐졌다. 마스크 사태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상황에서 자칫 말을 지키지 못하면 큰 문책이 따랐을 일이었다.

문 원장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공적 마스크 데이터를 개방, 일반 개발자들이 마스크 판매현황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했다. 판매현황 사이트는 주변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 헛걸음하는 불편을 덜어줬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대표적 성과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일주일에 마스크를 2장 사게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약국을 통해 유통할 때 마스크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 국민들이 알 길이 없었어요. 그런 정보를 웹과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면 되는데 막상 중앙부처에서 알아보니 그 시스템 개발에 3개월 걸린다는 거예요. 더 당겨봐라 했더니 이번엔 한 달이 필요하다고 하니 답답하죠.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방법을 찾다 제게 SOS 전화가 왔던 겁니다. 그래서 바로 해보겠다고 했고 3일 만에 만들었습니다. 제가 PM(프로젝트매니저) 역할을 직접 맡았어요. 개발 시간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시빅 해커’(Civic Hacker, 개발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회 공공문제를 정보통신기술, 데이터를 활용해 해결하려는 그룹)들에게 우리가 어떤 정보를 어떤 형태로 줄 테니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라고 미리 주문해놓았죠. 실데이터를 집어넣기만 하면 바로 되도록. 또 그 서비스는 5000만 국민이 모두 이용할 텐데 이를 감당할 서버가 필요했어요. 네이버가 호응해 주었어요. 네이버의 클라우드 자원 전부가 투입됐습니다. 그렇게 민·관이 협력하여 만들어진 대국민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추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공유됐고,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속속 나왔다. 문 원장이 주저함 없이 “예스(YES)”라고 할 수 있었던 건 NIA가 그간 축적해온 개발 경험 덕분이다. 최근까지 우리가 한 번은 들어본 국가복지 종합서비스 ‘복지로’, 국민신문고, 종합국세서비스 ‘홈택스’, 시도·시군구 행정 정보화 시스템 ‘새올’ 등이 모두 NIA의 작품이다. 서로 모습과 서비스는 달라도 본질은 하나로 통했다. 바로 ‘데이터’다.

문 원장은 최근 뉴스를 통해 자주 듣는 ‘한국판(K) 뉴딜’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K뉴딜의 대표 사업이 ‘데이터 댐’이고 그중 간판이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사업은 올해 추가경정예산만 2925억 원이다. 인공지능 선도국으로 거듭난다는 게 목표다. NIA에 이를 선두에서 이끌어갈 ‘묵직한 존재감’을 덧씌운다.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는데 국가 조직명에 ‘혁명’이란 단어가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그 정도로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거죠. 4차 산업혁명이든, 디지털 뉴딜이든 문제를 풀어갈 핵심고리가 있습니다. 뭘 당겨야 나머지가 술술 따라 나올까. 그리고 뭘 풀어야 나머지가 자연히 풀릴까. 그런 핵심고리가 바로 데이터입니다. 공공데이터 개방 문제도 그렇고 데이터에 대한 법·규제를 재정비해 민간에서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막힌 고리를 풀어줘야, 대한민국에 숨통이 트이고 활로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데이터에 집중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원천 기술…우리는 아직 취약합니다.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보단, 데이터를 얼마나 잘 풍부하게 하느냐가 훨씬 효용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품질이 고도화된 데이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인공지능 원천인 데이터는 ‘데이터 경제’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투자될 금액은 160조 원가량 되나 추후 뉴딜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클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공공기관, 이어 이제는 K뉴딜을 진두지휘할 NIA의 수장 문 원장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한국판 뉴딜’을 최초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디지털 뉴딜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류준영 원장님께선 ‘한국판 뉴딜’을 최초로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인사이트가 있었던 겁니까. 또 이 전략이 성공하면 일어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용식 디지털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할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K방역’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았듯, 디지털 뉴딜을 통해 국가경쟁력 제고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또 디지털 SOC(사회간접자본)를 구축하고,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대전환의 기반이 되는 자산 축적과 혁신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겁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도 코로나 극복을 위해 ICT에 집중투자 할 것을 표명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도 향후 10년간 경제에서 창출되는 가치의 약 60~70%를 디지털이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투자될 금액은 160조 원가량 되나 추후 뉴딜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차두원 디지털 뉴딜 사업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분야에서부터 SOC 인프라 분야까지 전 사회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NIA의 주요 추진 사업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문용식 먼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2017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21종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50종의 활용사례를 발굴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자연어, 헬스케어, 자율주행, 농축수산, 기후환경, 미디어, 안전, 기타 등 8대 핵심분야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170종을 구축·개방할 겁니다. 이뿐 아니라 데이터의 유통·거래 기반을 조성하고, 공공와이파이 및 재난안전통신망 등 네트워크의 공익적 활용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디지털교과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 인프라인 학교 무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유선 통신망 등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차두원 디지털 뉴딜을 보면 디지털경제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제대로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가 이쪽으로 관심을 두는데 많은 기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이쪽으로 제대로 가려면 중요한 키워드가 무엇입니까.

문용식 한두 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5년 계획인데 그간 힘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어야만 유일무이한 변화가 생길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관성, 즉 뚝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은 무엇입니까. 배제하는 겁니다. 쓸모없는 것을 쳐내는 겁니다. 이게 어렵습니다. 다 중요하다고 하니까요. 그것을 잘하는 게 리더십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리더십을 갖추는 게 성공의 요체일 것입니다.

차두원 NIA의 주요 사업 중 전자정부 사업은 올해 약 1376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기본 사업 중 최대 예산을 사용하는 사업입니다. 원장님께선 ‘전자정부’에서 ‘디지털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용식 우리나라는 2001년 전 세계 최초의 전자정부법 제정 등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운영하고 있습니다. NIA는 2001년부터 전자정부 11대 사업, 31대 로드맵 과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자정부지원’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행정업무의 효율성 제고와 대국민 서비스 혁신에 기여해 왔습니다. 전자정부지원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국가물류 종합정보서비스, 국가복지 종합서비스(복지로), 국가안전관리 종합서비스,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 시도·시군구 행정정보화(새올), 온라인 국민참여(국민신문고), 인터넷 민원서비스(G4C, 민원24), 종합국세서비스(홈택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공적 마스크 앱 개발 등 민·관 협력으로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전자증명서로 가족의 공적 마스크를 대리구매할 수 있도록 했었습니다. 또 카드사로 신청받아 약 2171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NIA는 ‘디지털 정부혁신 발전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공공부문 디지털 전환을 속도감 있게 이행해 조기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유엔(UN) 전자정부 평가 중 온라인서비스 부분 1위(종합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올해 처음 평가한 디지털정부 지수에서 종합점수 0.742를 획득, 평가 대상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로 종합 1위를 달성했습니다. 이밖에 국내 기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 솔루션의 해외진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ICT 공동협력과제·디지털정부 협력센터 운영(11개국), 국제기구 협력 컨설팅(26건), 우수 디지털 정부 시스템 해외 진출 컨설팅(14개국 23건) 등이 있습니다. 전자정부 수출 성과도 있습니다. 자가격리자 안전관리앱 등 한국의 우수서비스 수출을 지원(14만 달러)을 대표적 예로 꼽습니다.

차두원 전자정부가 NIA의 대표적 사업이고 우리나라에서 국가경쟁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어떻게 보면 필수지표이고 항상 상위권에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디지털은 혁신을 이루는 데 정작 공무원 사회는 아직 혁신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포메이션만큼 사람의 포메이션도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용식 (전자정부가) 대표사업이지만 최대 사업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사업만 3300억 원입니다. 전자정부를 통해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까지 혁신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공무원의 정부 혁신은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혁신종합계획을 세우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기만 하면 혁신이 되는 줄 아는 데 안 됩니다. 정부 혁신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쓰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혁신해야 한다면 공무원끼리 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디지털시스템으로 협업을 강제하는 겁니다. 디지털과 데이터를 같이 활용하면서 협업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겁니다. 그것이 시스템의 힘입니다. 공무원이 다 결정하고 민(民)은 따르라 합니다. 결정이 폐쇄적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데이터 시대에 민간의 전문성을 어떻게 공무원이 앞서갈 수 있겠습니까. 시대착오적인 겁니다. 민관협업이 되어야 합니다. 민의 결정이 우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작동될 때 공무원 사회가 바뀌지, 혁신종합계획 백날 만들어도 안 바뀝니다. 민의 주도와 공무원 사이에 협업시스템의 강제. 이 2가지가 포인트입니다. 그러려면 공무원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줘야 합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차두원 공공데이터 품질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돼 왔습니다. 그동안 공공데이터가 많이 개방됐지만, 사실 기업에서 받아쓰기엔 품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 왔습니다.

문용식 공공데이터는 정부 업무용 시스템에서 만들어집니다. 애초 시스템이 양질의 데이터 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목표한 업무 처리가 우선이고, 데이터는 부차적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이 때문에 데이터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업이 아닌 겁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 생산·가공·개방이 공무원들 업무에 본업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품질에서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다시 보십시오.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 업무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공데이터 개방 2.0단계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데이터 생산과 품질 개방을 목표로 시스템을 정비하는 그런 단계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고 데이터도 지금까지 1.0단계에서 나아가 전체 데이터를 다 개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시대엔 비정형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각종 보고서, 하다못해 보도자료 안에도 새로운 내용이 다 들어있습니다. 사진에서부터 영상, 텍스트 등 비정형 데이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양도 엄청난데 이에 대한 계획은 현재 없습니다. 개방 목표나 대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공공데이터 2.0으로 빨리 넘어가야 합니다.

류준영 말씀하신 데이터 2.0 개념을 설명해 주십시오.

문용식 몇 가지 포인트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질 좋은 데이터 생산을 목표로 공무원이 일하는 업무체계가 바뀌어야 하고, 데이터 개방 대상도 비정형 데이터까지 확대돼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데이터 생산부터 머신리더블(machine-readable)한 오픈 다큐먼트 포맷(Open Document Format for Office Applications, ODF) 데이터를 생산하는 체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게 2.0시대입니다.

차두원 디지털뉴딜 정책을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관련한 인재육성을 위해 현장엔 마땅히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문용식 초·중·고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교육이 전면화되어가는 추세입니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고용노동자들의 재교육, 전환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데 가르칠 사람의 수준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편에선 집중적으로 교수·강사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또 실습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 학생들끼리 프로젝트를 협업해 만들어내면서 배워야 합니다. NIA의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하려고 하는 교육시스템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차두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핸들링 교육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문용식 데이터 기반 행정법이 만들어졌습니다. 12월 10일 발효됩니다. 그것이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해줘야 합니다. 지원시스템도 갖춰야 합니다. 새로운 출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데이터 기반 행정활성화법, 굉장히 중요합니다.

류준영 데이터 기반 행정법이 해외에도 있습니까.

문용식 미국에서 공공 오픈데이터 관련 포괄적 법안을 이미 내놓은 바 있습니다.

류준영 데이터 개방 확대와 표준 확립 관련 주요 성과와 내년도 주요 추진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용식 최근에 공공데이터 사업 관련 주요 성과로는 공적 마스크 데이터 개방과 앱 서비스 개발 지원으로 마스크 구매 혼란를 제거했던 일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과 기업·시민의 개발 협업으로 3일 만에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현황 알림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또 다른 주요 성과로는 고수요 데이터 발굴·개방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보행 정보, 추석 기간 공공주차장 데이터, 사업자등록정보, 국세청 보유데이터 등 국민 체감형 데이터를 발굴·개방해 왔습니다. 앞으로 금융, 통신, 문화, 환경, 유통, 헬스케어, 지역경제, 중소기업, 산림, 교통, 라이프로그, 농식품, 치안, 소방, 디지털 산업 혁신, 해양수산 등 16개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규 빅데이터 센터 30개를 육성·연계해 분야별 핵심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데이터 지도에 공공데이터 포털을 연계하고 국민들에게 다양한 데이터 분석 보고서와 데이터 분석을 체험할 수 있는 분석 환경도 제공할 겁니다.

류준영 조 바이든 당선인의 등장으로 ‘인재 블랙홀’인 미국이 다시금 인공지능·빅데이터 인력을 흡수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용식 정부에서 그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수도권 대학에서 인공지능 관련 학과, 컴퓨터 공학과, 수학과 물리, 통계학과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과밀 억제 등의 이유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핵심고리를 잡아 정면승부를 해야 합니다. 대학 정원 대폭 늘려야 하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처럼 실습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래서 초·중·고에서 가르칠 수 있는 강사 선생님을 빨리 양성해야 합니다.

류준영 데이터 활용 관련해 데이터 편향 문제가 자주 지적되고 있습니다. 편향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활용될 경우,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차별적 결정을 이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특히, 공적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될 경우에 대해 많은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용식 일단 지금은 그 걱정에 앞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할까를 고민할 때입니다. 큰 타이밍으로 보면, 인공지능을 통해 어떻게 좀 더 객관적 예측·분류·판단을 할까에 신경을 쓸 때라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 오류는 대부분 데이터에서 나옵니다. 데이터가 편향적이면 인공지능도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로우데이터(raw data)부터 종합성을 잘 확보하고,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정밀성을 높이는 것, 결국 품질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런 것을 어떻게 잘할 것인지를 처음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음성인식 많이하는 데 서울 사람 말은 알아듣고 지방 사투리는 못 알아듣는다는 거 아닙니까. 또 어르신들 말은 힘이 없어 발음이 부정확해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런 게 인공지능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인데 그런 것을 막아줘야 인공지능 시대 디지털 포용이 되는 겁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공공기관이 인공지능의 부정적 위험을 사전에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기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 및 업무개선을 혁신할 인공지능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알고리즘·데이터 편향,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역기능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희는 공공기관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OECD 권고안을 토대로 ‘공공기관 신뢰가능 인공지능 구현 실용가이드’를 발간했습니다. 또 데이터 편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품질 표준과 공통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원천데이터의 적합성과 다양성을 데이터 과제 기획단계에서부터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표준안은 범용 표준의 형태로 개발돼 자연어처리와 자율주행, 의료, 농축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으로 적용이 가능해 품질 이슈를 해소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차두원 전 사회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 이용이 어려운 실버세대의 경우, 생활편의시설 이용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소외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고령화 및 양극화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문용식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빈부격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접근 기회 상실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다양한 2차 차별을 일으킵니다. 이에 국민 모두가 차별이나 배제 없이 디지털 세상에 참여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누리기 위한 ‘디지털 포용 추진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원하는 국민 누구나, 디지털 기본 역량부터 생활 교육까지, 집 근처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종합 역량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NIA는 주민센터, 도서관 등 생활SOC를 활용한 ‘디지털 배움터’를 연간 전국 1000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우선, 청각장애인 지능형 문자 영상 변환 안내 서비스 등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안내방송을 문자·수어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해 스마트폰과 전광판에 송출하는 서비스를 개발, SRT 열차·역사에 제공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이동권 확보에 기여하겠습니다.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앱 기반의 학습 서비스도 개발·실증해 가정 내 교육 공백 해소에 기여하겠습니다. 이밖에 AI 스피커를 통해 행정·복지서비스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몰라서 신청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차두원 원장님께선 PC 통신에서 모바일까지 IT(정보통신)기업을 일궈온 벤처 1세대입니다. 지금의 아프리카TV를 창업한 분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국내 벤처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인들의 창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문용식 매일 새로운 데이터가 쏟아집니다. 우리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회도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소위 말하는 언택트(비대면) 유망 스타트업에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이들을 발굴해 디지털 혁신기업 육성을 반드시 이뤄야만 합니다. 정부는 내후년까지 ICT 분야 유니콘 기업을 10개에서 20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NIA도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인데, 2017년부터 국내 중소·벤처, 스타트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개방해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 기술에 대해 알리고, 선배 창업자·투자사 등 외부전문가와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도록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자 네트워킹데이’를 개최했습니다.

류준영 판교 1세대로서 지금의 판교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문용식 한마디로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앞으로 50년 경기 흐름을 좌우할 인공지능이 이제 막 시작됐지 않습니까.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은 정말 복 받은 겁니다. 앞으로 50년은 큰 흐름으로 갈 겁니다. 100년 전 전기가 들어와 세상을 바꿔 놓았을 때, 전기를 공장 시스템에 효율화해 살아남은 회사는 엄청난 부를 누렸습니다. 아무리 큰 대기업일지라도 전기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곳은 다 망했습니다. 지금 그런 고민인 겁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원가를 줄여 효율화해서 경쟁력을 높인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돼 망할 겁니다.

류준영 지금 스타트업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문용식 크게 보면 서로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습니다. 우리가 산업기술 응용·활용은 굉장히 잘하지 않습니까. 원천기술에선 늦었지만, 산업기술 응용에선 앞서갔고, 충분히 앞설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방점을 찍어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 기술과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어떻게 보면 도메인 날리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는데, 우리가 가진 혹은 자기가 하는 업무 중에 경쟁력 있는 부분(제조·의료·교통·교육 등)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떻게 새롭고 엣지 있는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고민하면 스타트업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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