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일간지 ‘인디아타임즈’는 최근 기사에서 “2016년 925명에 불과하던 그로스해커가 2017년에는 1378명까지 증가했으며 그로스해킹 강좌 수강생도 215%가량 증가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로스해커란 ‘성장(Growth)’과 ‘해커(Hacker)’의 합성어로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사용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효과를 구사하는 마케터를 의미한다.
이 직업이 등장한 것은 IT 스타트업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마케팅 전문가 션 엘리스가 자신의 블로그에 그로스해커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흔히 마케터라고 하면 인문학도이나 경영학도가 도전하는 직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로스해커는 기술공학도에게 유리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 이용객들의 사이트 재방문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스크립트 코딩 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술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IT 스타트업들이 그로스해커를 특히 중요한 인재로 여기는 데도 이유가 있다. 우선 IT 스타트업의 경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기업들과는 성장구조 자체가 다르다. 또한 IT 스타트업은 TV나 라디오 같은 기존의 광고 매체 대신 낮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발한 마케팅법을 찾는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는 데이터 분석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그로스해커가 인기직업으로 부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최효식 인도 방갈로르무역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의 경우 최근 들어 4G 통신망 구축 및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IT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면서 인터넷과 모바일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졌다.
인도 취업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아
인도 인터넷모바일산업협회(IAMAI)는 인도 인터넷 이용자 수가 올해 6월까지 최소 5억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 수 상위 10개 국가 중 2위이며,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사용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사용자 수 증가는 자연스럽게 빅데이터 확보 및 마케팅 전략 수립으로 이어져 그로스해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로스해커는 매년 약 3000개 기관에서 70만여 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있는 인도 취업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웹 기반 파일공유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는 그로스해킹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에 해당한다. 드롭박스가 기존 매체를 활용한 전형적인 마케팅을 할 경우 가입자 한 명을 끌어들이기 위해 약 300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드롭박스는 그로스해커를 고용해 빅데이터 분석으로 신규 사용자들의 서비스 접근 경로가 대부분 ‘친구 추천’임을 발견했다. 이후 드롭박스는 친구 추천으로 서비스 가입시 추천자와 가입자 모두에게 500MB의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회원 가입률을 60% 이상 증가시켰다. 이 단순한 마케팅으로 드롭박스는 창업한 지 7년만인 2014년에 1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페이스북도 그로스해킹을 이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의 그로스해커들은 신규가입 후 10일 이내 7명 이상의 친구를 추가한 이용자가 가장 활발한 ‘활성사용자’가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신규가입한 이용자가 7명 이상의 친구를 빨리 추가할 수 있도록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 결과 가입자들은 대부분 활성사용자가 되었으며,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도록 만드는 기법인 바이럴 마케팅 효과까지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구인구직 서비스에 SNS 기능을 융합한 ‘링크드인’은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수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이 기업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메일함의 3~4번째 이내 위치한 메일 개봉률이 제일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링크드인은 사용자별로 이메일 링크를 체크하는 시간을 측정하여 사용자의 메일 확인 평균 시각 30분 전에 메일을 발송함으로써 개봉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도 그로스해킹을 이용해 성장한 기업이다. 처음 이 회사는 값싼 숙소를 찾는 데 도가 튼 사람들만이 이용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매물, 즉 숙박집의 퀄러티가 높아야 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호스트가 매물을 등록할 때 전문 사진사를 파견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똑같은 사진을 찍더라도 좀 더 멋진 숙소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작은 조치로 인해 거래의 성사율이 높아진 것은 물론 매물 단가 또한 높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매물을 등록하는 호스트들은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숙소가 더 근사하게 보이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어,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전체 사진 퀄러티가 높아졌다.
그로스해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4차 산업혁명은 그로스해커라는 신직업을 더욱 진일보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초반에 그로스해커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됐으나, 아직까지도 신종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KOTRA는 IT 기술공학 인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고 직업보다는 직장에 더 관심이 높은 한국의 구직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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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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