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IT산업 생태계를 창출하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면서 ‘IT 생태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피처폰 시대에는 하드웨어 완제품 간 경쟁이 이뤄졌는데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가치사슬 연합군, 즉 생태계 간 경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IT 생태계란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기기(D)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맺는 관계를 뜻한다. IT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장악한 상태다. 스마트화가 곧 운영체제(OS)의 탑재를 의미하면서, 운영체제가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통제하고 가치사슬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 것.
나아가 운영체제를 가진 기업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까지 확보함으로써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안드로이드와의 협력을 통해 주도적인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그러나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는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고 서비스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의 주도권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운영체제의 품질 평준화 및 경쟁 가속화, HTML5 기반의 웹 플랫폼 일반화로 앱스토어의 영향력 감소 등을 예상하는 것.
IT 생태계 ‘공진화’ 필요
이제 IT는 하나의 산업이면서 동시에 모든 산업·사회에 필수적인 플랫폼이 됐다. IT가 융합 촉매제로 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신산업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IT산업 경쟁력 강화와 IT를 통한 국가 발전을 위해 ‘IT융합 생태계’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IT융합이란 IT기술이 타 산업 제품과 서비스에 내재화 돼 제품의 첨단화, 서비스 혁신 및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IT기기와 기타 완제품의 구분은 무의미하며 IT기기와 비IT기기의 경계는 소멸되는 상황. 향후 모든 하드웨어 완제품 즉 자동차, 로봇, 항공, 선박 등의 제품 경쟁력이 IT부품 및 소프트웨어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4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미래 IT정책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온 조신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정보통신산업 MD는 IT산업 생태계와 IT융합 생태계의 ‘공진화(coevolution)’를 강조했다. IT산업과 IT융합 산업에서 각각에서 발생한 혁신이 상대방의 생산성 향상 및 혁신을 자극함으로써, 서로의 발전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어 조 MD는 “결국 IT를 매개로 전 산업적 공진화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진화는 융합의 범위가 넓고 속도가 빠를수록 더 유리하므로 전 산업의 IT융합 생태계 조기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IT융합 제품의 생산, R&D투자, 인력 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SAN(선박통신기술)을 탑재한 선박 110척, 국산 임베디드SW를 탑재한 T-50 16대, 교통카드시스템 등 IT융합을 통해 주력산업 분야의 수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IT산업의 3대 불균형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 산업간 불균형, 완성품과 소재·부품 사업간 불균형, 수요기업인 대기업과 하청기업인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이 그것. 앞으로는 개별기업 간 경쟁이 아닌 생태계 간 경쟁인 만큼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와 LCD를 비롯한 몇몇 부품을 제외하면 핵심부품 및 소재를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점, 세계적인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네트워크 장비 산업의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 점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IT 생태계 비전 2017’ 발표
이날 심포지엄에서 조 MD는 ‘IT 생태계 비전 2017 및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글로벌 IT생태계 강국 대한민국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HW-SW 균형 발전으로 글로벌 IT생태계 주도 △IT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으로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 △강건한 IT생태계 기반 조성으로 공생발전 달성이라는 3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정책방향에 맞춰 수립한 12대 정책과제를 공개했다. 정책과제의 일환으로 스마트 교육서비스 혁신을 위해 전국 초·중·고에 학생 1명당 보급형 스마트 태블릿 1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스마트 태블릿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도 수립한 상태다. 신개념의 교육 콘텐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은 민간이 주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스마트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교원 역량을 강화하고, 학업성취도 측정과 시험 출제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 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조성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러한 정책과제 수행을 통해 다양한 교육 및 콘텐츠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돼 경제 성장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을 내다봤다.
한편 지경부는 이번에 발표한 정책과 기존 정책과의 차별점으로 IT와 비IT 구분 없이 통합적 시각을 제시하고 개별 산업별 접근이 아닌 생태계적으로 접근한 점, 규제정책 및 재정투입 위주 진흥정책보다는 자발적인 생태계 조성 유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백화점식 종합대책이 아닌 정책과제 별로 3~4개만 제시해 핵심적 정책방안에 집중했고,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프로그램 단위의 정책방안 제시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 권시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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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1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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