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트렌드 속 과학기술의 역할

[TePRI Report] Innopedia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경영자 래리 핑크는 올해 초 “기후변화는 기업의 장기 전망에 결정적 변수이며,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국가와 기업은 추락할 것이다.” 라는 발언과 함께 환경 분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블랙록은 실제로 석탄 연료를 사용해 얻은 매출이 전체의 25% 이상인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처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작년 자신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어있는 기업 중 비즈니스 모델에 기후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244개의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또한 “모든 기업과 투자자, 은행들이 기후 리스크가 존재하는 투자처를 배제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현재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 트렌드를 예견했다. ESG경영이란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고려하는 경영이라는 의미로, 재무적 요소를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 경영에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시작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이자,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블랙록의 사례처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향후 관련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지 못할 수도, 심각한 경우 이미 받았던 투자를 철회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이 기업에 기대하는 사회적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기대가 커지면서, 이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ESG와 연관된 다양한 정책과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EU는 ESG경영 의무 법제화를 추진해, EU 소재 기업 및 EU 시장 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사슬 내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를 강제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국내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한국형 ESG 기준 지표 정립을 추진해, 기업의 혼란을 줄임과 동시에 ESG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독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ESG경영이 기업에게 항상 부담스러운 리스크 관리 키워드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파타고니아, 네슬레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은 ESG 트렌드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인지하여 선도적 투자를 실시했고, 그 결과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다양한 거대 기업들이 ESG경영에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 규모의 기후혁신 펀드(Climate Innovation Fund)를 조성하여 탄소 제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애플은 2030년까지 애플 기기 제조 과정 전체에서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마존은 파리 기후 협약보다 10년 빠른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배송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고, 2030년까지 아마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SK 그룹이 ESG경영을 기업 경영의 원칙으로 선언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ESG경영에 대한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0년 상반기 기준 ESG경영 관련 투자 자산규모는 40조 5000억 달러이며, 향후 2030년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투자가 꾸준히 증가 해 총 130조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 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세가 된 ESG경영 트렌드 속 과학기술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환경(Environment)문제이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탄소중립을 예로 들어보자.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우리나라 또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탄소배출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관련 정책의 활용 등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과학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이다. 크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감축 기술,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흡수 기술이 모두 필요하며, 대표적으로 그린수소, 태양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 산업의 탄소 감축 기술, CCU 기술을 통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관련 과학기술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통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기후 변화 피해 감소를 통한 사회 전반의 이익으로 귀결 될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또한 궁극적으로는 과학기술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대규모 연구개발을 통해 미세먼지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면, 관련 질병 감소 등 ESG경영의 목적에 맞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적 책임(Social)이다. 이는 의례적으로 하는 임직원의 봉사활동이나 기업 수익의 사회 환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기부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회적 기여가 될 것이다. 정상적 교육을 받기 힘든 소외계층의 교육 격차 완화를 위한 IT 기술 지원, 재난·안전·재해 등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기반 구축 기술,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 생활환경 개선 기술, 깨끗한 물, 최소한의 주거환경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기본권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기술, 가깝게는 코로나19 사태 속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공개 및 확산방지 기술 등이 대표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학기술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Governance) 관련 과학기술이다.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거버넌스 관련 이슈들을 대중에게 체계적으로 공개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술,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AI 이사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된 내용들 이외에도 ESG 경영을 위한 과학기술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기업들의 ESG경영 추구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공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 함께 정부, 공공분야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ESG 관련 기술의 성공적 보급과 확산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힘쓴다면, ESG경영 모범국으로 거듭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발간하는 ‘TePRI Report 여름호’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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