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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서울대학교 김희준 교수(분석화학) 님의 자연과학개론 수강생 중 누군가가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를 모작하여 기말 프로젝트로 제출한 훌륭한(?) 시이다. 이 시에는 바이러스(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원핵단세포(세균 등), 진핵단세포(아메바 등), 진핵다세포(버섯, 무궁화, 사람 등) 등 모든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 설계 물질인 ‘DNA’의 생물학적 의미가 함축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DNA는 이중나선(double helix) 구조로서 두 가닥 기다란 사슬의 뉴클레오티드가 꽈배기처럼 꼬여 있다. 마치 사다리를 비틀어서 꼬아놓은 것과 같다. 사다리의 두 다리는 디옥시리보오스(D)와 인산(P)의 연결(-D-P-D-P…)에 해당하고, 사다리의 발판은 두 다리에서 뻗어 나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염기의 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지름은 2nm이고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나선의 한바퀴에는 정확히 10쌍의 뉴클레오티드 쌍이 들어 있다. 그 쌍 사이의 길이는 0.34nm로서, 뉴클레오티드 10쌍이 나선 한 바퀴를 형성하는 길이는 3.4nm이다.
4종류의 뉴클레오티드가 수천 개 또는 수만 개 연결될 때 그 배열순서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여러 종류의 유전자(DNA)가 만들어지고, 여러 종류의 형질(표현형)이 나타나게 된다. 바로 멘델의 유전법칙에 나오는 둥근콩/주름진콩/황색떡잎/녹색떡잎과 ABO식 혈액형에서 볼 수 있는 A형/B형/AB/O형 등이 만들어진다. 또한 4종류의 뉴클레오티드 조합에 따라 바이러스, 세균, 아메바, 버섯, 무궁화, 사람 등의 다양한 생물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A, T, G, C의 염기를 생명의 알파벳이라고 부른다.
생물의 형질(표현형)은 그 생물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의 독특한 구조에 의해 나타나고, 이러한 단백질은 유전자(DNA)가 지정하는 아미노산들의 펩티드결합으로 합성된다.
그런데 염기는 4종류로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20종류인데 비하여 훨씬 적기 때문에 1개의 염기가 1종류의 아미노산을 지정한다면 4종류의 아미노산만을 지시할 따름이다. 또 2개의 염기가 조합을 이루어 1개의 아미노산을 지정한다면 42인 16종의 아미노산밖에 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3개의 염기가 1조가 되어서 아미노산을 지정한다면 43인 64종이 지정되므로 모든 아미노산을 지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3개의 염기로 된 DNA의 유전암호를 코드(code)라고 한다.
이러한 DNA의 암호(코드) 배열에 따라 여러 가지 형질이 나타나게 되고, DNA의 암호에 이상이 생기면 새로운 돌연변이 형질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날 인위적으로 DNA에 조작을 가하는 ‘유전자재조합기술’로 생장호르몬, 인슐린, 인터페론 등의 유용한 물질을 만든다. DNA재조합기술은 고등생물에서 유용한 DNA(보완유전자)를 채취하여 대장균의 플라스미드나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등의 DNA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이때 DNA의 절단에는 제한효소를, 연결에는 리가아제를 사용한다.
자연적으로 DNA는 생물체 내에서 체세포분열이 일어나기 전에 2배로 복제되었다가 딸세포로 나뉘어 들어가므로 딸세포의 유전자는 모세포와 똑같다. 그러나 감수분열에서는 DNA가 2배로 복제되었다가 연속적으로 두 번 분열하기 때문에, 딸세포(정자 또는 난자)의 DNA는 모세포의 1/2만 가지게 된다. 이 1/2의 DNA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에 의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는데, 이 때 엄마의 DNA와 아빠의 DNA 사이에서 우열 관계에 따라 유전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야말로 DNA는 생명 설계 물질이며, A/T/G/C 네 염기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 알파벳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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