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분석해 벼농사 역사 밝혀

고대 중국인이 동남아에 쌀 경작법 전수

쌀은 해마다 세계 120여개 나라에서 6억만 톤 정도 생산된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25%에 해당하는 양이다. 벼가 생산되는 지역은 북위 53도의 중국 북부지역에서부터 남위 40도의 아르헨티나 중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보통 평야 지대에서 재배되지만, 해발 2400m의 히말리아 고산지대에서도 쌀농사를 짓고 있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 벼 재배 지역 중 90%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동남아시아도 쌀농사가 성행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17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하버드대, 비엔나대 과학자들은 그동안 벼 경작법이 어디서 발원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첨단 유전자분석 기법을 활용, 동남아시아 지역에 서 발굴한 146구의 유골을 분석했다.

베트남, 미얀마 등146구의 유골을 대상으로  DNA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을 통해 동남아에 벼농사 경작법이 전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ourworld.unu.edu

베트남, 미얀마 등애소 벌귤헌 146구의 유골을 대상으로 DNA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을 통해 동남아에 벼농사 경작법이 전수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태국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 ⓒourworld.unu.edu

중국인이 동남아에 기술과 문화 전수

연구팀은 이 유골들을 표본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할 경우 오래 전 이들이 어떤 일을 하며 살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18구를 제외한 128구의 유골 DNA에서 과거 이들의 삶에 대한 역사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유골들은 1700~4100년 전 동남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살았던 때는 동남아시아에서 농업이 시작되고, 철기시대로 진입해 문화적 번영을 누린 시기다.

연구팀이 분석한 유골 중에는 베트남 만 박(Man Bac) 지역에서 발굴한 유골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유골들은 중국의 초기 쌀농사 지역 분묘에서 볼 수 있었던 도자기, 비취 장식품 등과 함께 매장돼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그동안 만 박 지역에 수렵채취인과 외부로부터 이주한 쌀 경작자, 수수 경작자 등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하버드·비엔나대 연구팀의 DNA 분석 결과 일부 고고학자들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유골들은 원주민의 유전자와 중국 남부인의 유전자를 모두 지니고 있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이주한 쌀 경작자들이 베트남 만 박 지역에 이주해 그들의 기술과 문화를 전수했으며, 그 지역에 살았던 수렵·채취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논문은 과학전문 학술지 ‘사이언스’ 17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ncient genomes document multiple waves of migration in Southeast Asian prehistory’이다.  ‘고대인의 유전자가 동남아시아 선사시대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논문에 따르면 선사시대에 동남아시아에서 벼 농사를 짓고 사람들은 독특한 언어 흔적을 남겨놓았다. 오스트로아시아 어족(Austroasiatic family of languages)으로 분류되는 언어군으로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불확실했던 사회·생태 역사 새로 드러나

현재 오스트로아시아 어를 사용하고 있는 민족은 캄보디아의 크메르(Khmer), 인도 니코바르 제도에 살고 있는 니코바르인(Nicobarese), 태국과 라오스 국경 부근에 살고 있는 므라브리(Mlabri) 등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들은  베트남 만박 지역 거주민들과 일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던 중국인들이 베트남 만박 지역은 물론 동남아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그들의 유전자와 문화를 함께 퍼뜨렸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 연구팀은 베트남, 캄보디어, 미얀마, 태국 유적에서 약 2000년 전의 유골을 발굴했다. 이들은 금속세공(metalworking)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당시 문화가 청동기 문화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7000년 전 유럽에도 유사한 형태의 인구 이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동기 시대였던 당시 유럽에 중앙아시아 스텝(steppe) 지대에 살고 있던 목축문화가 전해졌다는 것. 이 후 인구이동이 이어졌고, 유럽 인구 구조를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동남아 지역의 온도가 매우 높은데다 습한 상태가 지속돼 유골 DNA가 유실됐을 것으로 보고 유전자 분석을 망설여왔다. 그러나 하버드·비엔나 대학 연구팀이 100구가 훨씬 넘는 유골 DNA 분석에 성공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날려버렸다.

연구를 이끈 사람은 하버드대학의 개체군 유전학자인 데이비드 라이히(David Reich), 비엔나 대학의 형질인류학자인 론 핀하시(Ron Pinhasi) 교수다. 이들은 고고학자들과 협력해 이 무더운 지역에서 발굴한 유골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분석했다.

호주국립대학의 고고학자 샤오-천 훙(Hsiao-chun Hung) 교수는 “그동안 이 더운 지역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그동안 불확실했던 동남아 지역의 사회적·생태적 역사가 복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사에서 쌀농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쌀농사를 기반으로 찬란한 중국·인도 문화를 일구어냈다. 한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태국, 미얀마, 일본 등도 벼농사를 통해 발전한 나라들이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생태학적 사회·문화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유전공학의 발전은 인류 조상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대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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