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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7-21

DNA 복제에도 방향이 있다 마이크로 RNA 생성 효소 기작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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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세상 모든 일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우측통행도 이를테면 방향성의 일종이다.

식물은 햇볕을 향해 성장한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이다. 낙엽은 아래로 떨어진다. 중력이 아랫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축색돌기에서 수상돌기의 방향으로 신호전달물질을 전달한다.

생명현상에도 방향성 존재

생명현상의 중심원리로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는 것이 있다. 센트럴 도그마는 유전정보의 방향이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진행된다는 원리이다.

DNA에서 RNA로의 과정을 전사라고 일컬으며 RNA에서 단백질로의 과정을 번역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 센트럴 도그마에도 예외는 존재한다. 이를테면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의 경우이다.

'레트로'란 의미는 ‘거꾸로’란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거꾸로’란 의미는 생명현상의 방향성이 센트럴 도그마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RNA를 바이러스 게놈으로 갖고 있는 레트로바이러스의 경우 RNA에서 DNA로 역전사가 일어난다. 즉 DNA에서 RNA로의 방향성이 아니라 RNA에서 DNA로 역전사과정이 일어나는 셈이다.

역전사 특성으로 레트로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은 치료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레트로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류 최후의 질병 에이즈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에이즈가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에이즈바이러스 자체의 게놈이 DNA가 아니라 RNA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RNA는 DNA보다 생화학적으로 불안정한 구조이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더 쉽게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치료제를 개발하면 이에 대해 내성을 갖는 구조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또한 역전사 과정을 통해 숙주세포의 DNA 게놈에 영구적으로 결합하여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DNA 복제의 방향성

▲ DNA 복제의 방향은 5'에서 3'으로 일어난다
조금 더 미시적으로 접근해 보자.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세포 내에서 끊임없이 복제를 한다. DNA가 복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 생성되는 세포 역시 똑같은 DNA를 가질 수 있다.

DNA 복제와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DNA 복제에도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는 점이다. DNA 복제의 방향성을 쉽게 말하면 5’(5프라임)에서 3’(3프라임)의 방향으로 복제가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즉 3'에서 5'의 방향으로는 복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5'과 3'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의 생화학적 구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DNA의 기본구조는 골격에 해당하는 5탄당과 염기로 구성돼 있다. 5탄당은 탄소가 5개로 이루어진 당을 의미한다. 염기는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A), 시토신(C), 티민(T), 구아닌(G)을 각각 의미한다.

이 5탄당의 탄소에 번호를 붙여 첫 번째 탄소를 1번 탄소, 두 번째 탄소는 2번 탄소,...5번째 탄소는 5번 탄소라고 부른다. 5'은 5번 탄소를 3'은 3번 탄소를 지칭한다. 5'에는 인산기(P)가 붙어 있으며 3'에는 수산기(OH)가 붙어 있다.

DNA 복제 5'에서 3'의 방향

DNA의 결합은 5'의 인산기와 3'의 수산기가 반응해 서로 결합한다. 이렇게 각각의 염기를 갖고 있는 DNA들이 서로 결합해 게놈을 구성하는데 이 게놈을 일직선으로 쭉 늘어놓으면 한 쪽 끝은 5'이 되며 나머지 한쪽 끝은 3'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게놈은 일직선의 형태가 아니라 히스톤 단백질을 중심으로 실타래처럼 감싸진 매우 압축된 형태로 존재한다.

세포 내에서 DNA 복제가 일어날 때 복제의 원형이 되는 원래 DNA 가닥이 있으며 새로 생기는 DNA 가닥이 있다. 원래 DNA 가닥을 주형(template)이라고 부른다. 5'에서 3'의 방향으로 복제가 일어난다는 의미는 DNA가 복제될 때 주형 DNA의 3'에서 5'의 방향으로 복제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즉 주형 DNA의 3'에서부터 복제가 일어나 5'에서 복제가 끝난다. 새로 생기는 DNA 가닥은 주형 DNA에 염기가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5'에서 3'의 방향으로 생성되는 셈이다. DNA 염기가 상보적으로 결합한다는 말은 A와 T, G와 C가 서로 결합한다는 의미이다

▲ 래깅 가닥의 경우 오카자키 복제가 일어난다
재미있는 점은 DNA 복제의 방향은 5'에서 3'이지만 DNA 가닥에 따라 기작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DNA는 상보적으로 서로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DNA는 2개의 가닥으로 존재한다.

이 두 가닥을 쭉 늘어놓는다고 가정할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방향성을 따질 경우 하나의 가닥이 5'에서 3'으로 이뤄졌다면 나머지 하나의 가닥은 3'에서 5'으로 이뤄진다.

3'에서 5'의 방향을 갖는 가닥을 리딩 가닥이라고 부르며 5'에서 3'으로 방향을 갖는 가닥을 래깅 가닥이라고 일컫는다. 리딩 가닥의 경우 주형 DNA가 3'에서 5'이기 때문에 이를 주형으로 새로 생기는 DNA는 5'에서부터 3'의 방향으로 연속적으로 복제가 일어난다.

반면 래깅 가닥의 경우 5'에서 3'의 염기서열로 이뤄졌기 때문에 비연속적이고 단편적으로 복제가 일어난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복제를 오카자키 가닥이라고 부르며 이 단편들이 나중에 하나로 합쳐져서 DNA 복제가 완성된다.

국내 연구진, 마이크로 RNA 효소 기작 규명

최근 이 5', 3'과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마이크로 RNA에서 (Dicer)효소의 새로운 기작이 규명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3일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팀이 효소 ‘다이서’가 마이크로 RNA 전구체를 인지해 마이크로 RNA를 생성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RNA는 세포의 분열, 성장, 사멸 등의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21~23개의 염기로 구성된 작은 RNA를 일컫는다. 마이크로 RNA 전구체는 마이크로 RNA의 전 단계로 머리핀처럼 휘어진 한 가닥의 RNA로 구성됐다. 이 마이크로 RNA 전구체로 한 쪽끝은 5'이며 또 다른 한쪽끝은 3'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는 다이서 효소가 3' 말단만을 인지한 뒤 이를 기준으로 일정하게 RNA 가닥을 잘라냄으로써 마이크로 RNA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대 연구팀은 다이서 효소가 3'뿐만 아니라 5'쪽도 인지해 마이크로 RNA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4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다이서 효소에서 마이크로 RNA 전구체의 5' 말단을 인지하는 부위를 붕괴했을 때 마이크로 RNA의 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잘못된 형태의 마이크로 RNA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다이서 효소가 마이크로 RNA 전구체의 5' 말단을 인지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정교하게 마이크로 RNA를 생성한다는 점을 증명한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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