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에서 '총장'으로 명함을 바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홍창선 총장의 변이다. KAIST는 연구소 이미지가 강하다는 안팎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동안 연구소 이미지의 원장을 대학이미지인 총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었다.
홍총장의 명함 이야기는 이어진다.
"뭐, 원장을 총장으로 바꿨다고 해서 변하는게 있느냐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KAIST는 학교입니다. 조그만 것 부터 고객들의 목소리를 실천할 생각입니다. KAIST는 '연구가 중심인 대학'이니까요."
취임 2년을 넘어선 홍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학생수 늘리기에 만 열을 올리는 대학이나 국내에서 경쟁하는 대학이 아니라 1당 1백, 세계와 경쟁하는 대학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홍총장의 관심사는 리더십이다.
이공계가 사회에서 인정 받으려면 리더를 많이 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 배경은 '이공계 리더십'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학생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사회 저명 인사들에 대한 특강 기회도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7가지 습관(7Habit)' 리더십 과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처음이기 때문에 보직교수에 한 하지만 앞으로 일반 교수들로 늘릴 예정이다. 리더십을 가리키려면 교수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카이스트에 들어올 정도의 성적이면 단순히 성적만으로는 최상급입니다. 하지만 성적만큼 사회에서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외적인 부분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요."
그는 'C 학점 리더론'을 내놓았다.
사회에 진출하면 학창 시절 C 학점을 받은 사람 밑에 A 학점짜리 학생들이 자리잡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뜻이다. 인문계든 이공계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공부가 절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는 미국 유명인사들 중에는 '900 클럽'에 들어가는 인사들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900 클럽은 미국의 수능이라고 볼수 있는 SAT 성적이 9백점 아래를 일컫는 말. 대표적인 인사가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라고 소개했다. 예일대를 나온 부시도 학창시절에는 'Mr, C'로 불리었다는 것이다.
"성적이 최고는 아닙니다. 속상해 할 필요 없지요. 이제는 C 학점이 일 내는 사회입니다. 다양한 인성개발과 리더십이 필요한 사회입니다. 리더십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섭니다."
'이공계 위기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자 '대덕 위기론'으로 답변했다. 과학기술 하면 대덕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상당수 일반인들이 이공계는 대덕이고 대덕이 곧 이공계로 인식한다는 논리다. IMF 이후 과학기술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이공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덕연구단지 각 연구기관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 벌어질 때를 홍총장은 잊을 수가 없다.
'신문 보니까 거기(대덕연구단지)에서 난리가 났던데 괜찮은 거냐', '사람들 많이 잘렸다던데...', '난리 통에 자네는(홍창선총장) 정말 잘지내는 거지' 등등 그의 전화통이 불이 났었다.
"대덕이 '푹' 떨어지게 되면 이공계가 죽을 쑤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여기만큼 과학자들이 몰려있는 곳이 없으니까요. 이공계 위기는 대덕연구단지의 위기 아닌가요."
때문에 이공계 살리기의 시발점은 대덕연구단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덕연구단지가 활력을 찾으면 한국의 이공계, 과학기술계의 위기 탈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덕연구단지 인력이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인력이 모인 곳에 최고의 인재가 모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잘 알고 지내는 대기업 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했다.
"대덕이 반성을 해야 할 부분에 대해 물어보니 머뭇머뭇하더군요. 그래서 사정해서 재차 물었어요. 그랬더니 대덕이 한국과학기술계의 퍼스트 클래스가 모인 곳이냐고 반문하더군요. 대덕이 한국과학기술계를 대표하려면 퍼스트클래스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대전일보 구남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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