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C형 간염 발견자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2020 노벨상] 정체 모를 바이러스 규명해 수많은 생명 살려내

1975년 국립보건원(NIH)에 근무하고 있던 바이러스 학자 하비 올터(Harvey Alter) 박사 연구팀은 수혈 후 간염 사례에 대해 보고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아닌 특이한 간염 사례였다. 연구팀은 이 증세가 또 다른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후속 연구를 통해 1989년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다.

그리고 5일 마이클 호턴(Michael Houghton)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Charles Rice) 록펠러대 교수와 함께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올터 박사와 라이스 교수는 미국인, 호턴 교수는 영국인이다.

5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 국립보건원의 하비 올터 박사(왼쪽부터), 마이클 호턴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록펠로대 교수. 1975년부터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추적해 밝혀낸 과학자들로 수많은 생명들을 살려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nobleprize.org

C형 간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

5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1975년 새로운 간염 증세가 발생하고 있으며, 바이러스성 질환임을 추정한 NIH의 하비 올터 박사의 공로를 인정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미생물학자 마이클 호턴 교수는 1989년 C형 간염 바이러스(HCV)의 존재를 규명한 인물이다. 그의 발견은 진단 시약 개발로 이어졌고 이후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대폭 줄여나가는 기폭제가 된다.

수혈 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던 C형 간염 사례가 200만 명 중의 한 명꼴로 줄어들었다. 미 보건당국은 미국에서만 연간 약 4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록펠러 대 찰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2005년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실험실 모델을 확립해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의료 관계자들은 1975년 최초로 C형 간염 증세를 발견한 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100% 완치에 가까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벨위원회가 도표를 통해 C형을 비롯한 간염 환자들의 장기간에 걸친 간 훼손 상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성 간염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nobelprize.org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약 7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C형 간염 환자 중 많은 수를 치료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질병 퇴치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노벨상 수상자들이 없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C형 간염을 극복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형간염바이러스는 30~38nm의 크기로 단일 가닥 RNA를 지니고 있다. 돌연변이를 잘 일으켜 70개 이상의 아형이 존재한다.

보통 1~5개월의 잠복기를 거친 뒤 C형간염이 나타나는데 예방 백신은 아직 개발 중이다. 인터페론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한국, 일본, 중국에 퍼져있는 1b형은 인터페론에 저항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 지구상에서 몰아낼 수 있는 단계

노벨위원회는 공적서를 통해 3명의 과학자가 C형 바이러스의 존재를 어떻게 밝혀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975년 NIH에 근무하던 하비 올터 박사가 C형 간염 바이러스(HCV)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혈액검사에서 특이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올터 박사 연구팀은 수혈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간염의 원인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명하기 힘든 사례가 발견됐다. B형 간염 사례를 모두 찾아냈는데 간염 증세를 보이는 환자 수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올터 박사 연구팀은 A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 환자들이 또 다른 병원체를 통해  감염됐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A형도, B형도 아닌 새로운 유형의 간염을 앓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의 증세가 A형, B형 간염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환자들의 혈액을 침팬지에게 주사해 이 증세가 전염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증세가 A형이나 B형 간염 바이러스도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고 있다며, 바이러스 이름을 ‘A, B도 아닌(non-A, non-B)’로 명명했다.

그러나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존재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장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격리(viral isolation)가 이루어지지 않아 유전자분석이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이 10여 년간 이어졌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 당시 제약사 케이론(Chiron)에 근무하던 마이클 호턴 앨버타대 교수다. 감염된 침팬지의 혈액 안에서 핵산을 발견했고, 그 속에서 DNA 조각들을 발견해 합성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DNA 조각들을 근거해 이와 유사한 DNA를 침팬지와 침팬지에게 증세를 감염시킨 환자들에게서 찾았고 마침내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 과에 속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 바이러스가 단독으로 새로운 유형의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워싱턴 대학 연구자였던 찰스 라이스 록펠러대 교수는 침팬지 실험을 통해 바이러스의 세포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간염 증세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사람과 C형 간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일방적으로 인간 우세 속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지금 100%에 가까운 치료제를 탄생시켰다. 노벨위원회는 C형 바이러스의 발견 이후 진행된 과정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효능이 뛰어난 의약품을 개발했으며, 결과적으로 C형 간염을 지구상에서 몰아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게 됐다며 수상자들의 업적을 치하했다.

한편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상금 900만 크로나(약 10억 9000만 원)가 주어진다. 해마다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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