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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순강 객원기자
2020-06-03

“AI, 의료 대체 아닌 증강 방향으로 나아가야” AI 정책포럼서 의료 인공지능의 법적, 윤리적 쟁점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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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시대가 열리면서 ‘원격진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증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취약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통해 맥박과 혈당을 감지하는 통합돌범시범사업도 2022년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원격진료에는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설루션과 플랫폼이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의료 AI’다. 그런데 의료 인공지능이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일자리 문제와 의료 데이터의 활용, 의료 AI의 법적 책임 등 여러 윤리적, 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격진료와 의료 인공지능이 주목받고 있다. ⓒ 게티이미지

의료 AI,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 한국인공지능법학회는 2일 ‘의료 인공지능’을 주제로 AI 정책포럼을 웨비나로 진행했다. 이날 신수용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교수는 “의료 인공지능로 인해 의사가 대체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미국 의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소개했다.

즉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증강 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무의미하다는 것. 그 근거로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인 ‘IDx-DR’을 제시했다. 이것은 사람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하는 의료 AI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Topcon NW400이라는 장비로 찍은 안저사진이어야만 판독을 할 수 있다는 제약사항이 있다”며 “안과 의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과적인 지식이 부족한 미국의 1차 병원의 일반 내과 의사들이 당뇨병 환자의 주치의로서 망막병증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이 FDA 승인이 난 ‘의료 AI’ 가운데 유일하게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진단 보조기기 일 뿐이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승인된 제품도 2019년 10월 현재 18개 정도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개수 확인이 어렵지만 그 이후로 더 많은 의료 AI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용 교수는 한국 식약처 승인 '의료 AI' 제품이 2019년 10월 현재 18개로 집계했다. ⓒ 신수용

그런데 문제는 ‘의료 AI’에 대한 성능 평가가 기존의 병원에 쌓여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후향적으로 분석한 것이지 전향적으로 새로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에 지금의 의료 AI가 실제로 병원 현장에 적용됐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일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출시 후 모니터링 진행

사실 전통적으로 ‘의료기기’라고 하면 물리적인 장치가 있는 디바이스를 말한다. 그런데 ‘의료 AI’는 물리적 장치가 없는 스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국제의료기기규제포럼(IMDRF)에서는 소프트웨어도 의료기기로 규정하는 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의료기기의 하드웨어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에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속도가 빠르다는 것 또한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 교수는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 소프트웨어 사전인증 시범사업(FDA Pre-cert pilot program)을 소개했다.

신 교수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헬스케어 회사를 인증하고 거기서 만든 의료기기는 선출시한 후 마켓에서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우리나라도 5월 1일부터 의료기간산업법이 특별법으로 시행되면서 비슷한 제도가 도입된다”고 설명했다.

의료 인공지능을 통한 보다 나은 진료를 위해 법적, 윤리적 쟁점에 대한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이 밖에도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다. ‘의료 AI’와 인간 의사의 진단이 달랐을 경우 어느 쪽 판단을 따라야 할까. 그것으로 인해 의료소송이 발생한다면 누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인공지능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의 진단을 따른 의사의 책임인가? 그것을 만든 회사의 책임일까. 이는 자율자동차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와 유사하다.

신 교수는 “인공지능의 일반적이지 않은 진단을 의사가 따랐다가 환자의 예후가 나빠서 소송에 걸렸을 경우에 의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의사들은 혹시 모를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의료 AI’ 진단을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의료 AI’를 활용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 과학학술지 네이처에서 구글의 인공지능이 기존 의료진 진단으로 판별하지 못하고 누락시켰던 유방암 환자를 더 찾아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렇듯 ‘의료 AI’가 의료진의 진단 부담을 덜어주며 의료진의 능력을 증강 시키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법적, 윤리적 쟁점 해결에 대한 모색이 시급해 보인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20-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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