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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4000년 전 ‘화산 대폭발’ 논쟁

대폭발 영향과 인류의 아프리카 탈출 시기 의견 달라

최근 200만 년 동안에 있었던 화산 분출 가운데 ‘토바 화산 대폭발(Toba super-eruption)’은 가장 큰 화산 분출 사건 중 하나로, 1980년대의 세인트 헬레나 화산 폭발보다 규모가 5000배나 더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7만 4000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발생한 이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 겨울(volcanic winter)’이 6~10년 동안 지속됨으로써 이후 1000년 동안 지구가 냉각됐다고 주장돼 왔다.

이 이론들에 따르면 토바 화산 폭발은 아시아 지역에서 인류족(hominin) 집단과 포유동물군을 대량 살상하고 현생 인류(Homo sapiens)도 거의 멸종시키는 대규모 재앙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은 적은 수의 현생 인류가 정교한 사회적, 상징적 및 경제적 전략을 개발해 생존할 수 있었고, 6만 년 전 인도양 해안선을 따라 신속하게 아시아로 재팽창해 인구가 늘어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약 7만 4000여년 전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토바 화산 대폭발로 화산재가 지상 42km까지 치솟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 Wikimedia

독일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를 비롯한 국제연구팀은 최근 기존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다시 제시해 관심을 모은다.

이번 연구의 일부 저자들은 지난 2007년 남부 인도에서 수행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기존 이론에 도전장을 던졌었다. 이로 인해 토바 화산 대분출이 기후와 환경에 미친 충격과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빠져나온 시기를 놓고 고고학자와 유전학자 및 지구과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5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아시아에 출현했고, 토바 화산 대폭발은 종말을 불러올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해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고고학 발굴지역들과 인도 다바 지역 위치. ⓒ Nature Communications

토바 슈퍼 화산 폭발과 인류 진화

이번 연구는 북부 인도의 중부 손 계곡(Middle Son Valley) 다바(Dhaba) 지역의 지층 기록, 즉 8만 년 동안의 특별한 층서학(stratigraphic) 기록에 대해 보고했다.

토바 화산 폭발 시기와 관련해 다바에서 발견된 석기들은 7만 4000년 전 화산 폭발 이전과 이후에 중석기 시대의 돌도구를 사용하는 인구 집단이 인도에 존재했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인도 알라하바드대 팔(J.N. Pal) 교수는 “토바 화산재가 1980년대에 손 밸리에서 처음 확인되었으나 지금까지 관련 고고학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다바 지역이 주요 연대기적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호주 퀸즈랜드대 크리스 클락슨(Chris Clarkson) 교수는 “다바의 인구 집단은 같은 시기 아프리카에 있던 호모 사피엔스들이 사용한 도구 키트와 유사한 석기들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도 다바 지역에서 발굴된 토바 슈퍼 화산 폭발 시기의 중석기시대 석기들. ⓒ Chris Clarkson

이러한 도구 키트가 토바 슈퍼 화산 폭발 당시 사라지지 않았고 폭발 직후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은 인류가 그 재앙에서 살아남았으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구들을 계속 창출해 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

이 새로운 고고학적 증거는 인류가 6만 년 전 이전에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해 유라시아로 퍼져나갔다는 화석 증거를 뒷받침해준다. 아울러 현생 인류가 6만 년 전 이전에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인류종과 이종 교접을 했다는 유전적 발견도 뒷받침한다.

토바 폭발로 인한 기후 변화와 인류의 복원

토바 화산 대폭발이 비록 거대한 사건이기는 했으나, 기후학자나 지구과학자 가운데 ‘화산재 겨울’ 시나리오의 초기 공식을 계속 고집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지구 냉각이 더욱 조용히 진행됐고, 토바 화산 폭발은 실제로 빙하기를 촉발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도 다바 지역에 서서 ‘중부 손 계곡’을 내려다본 모습. 사진 왼쪽 가운데에 고고학 발굴터가 보인다. ⓒ Christina Neudorf

이번 연구에서의 발견을 포함해 최근 아시아에서 실시된 고고학적 발굴 증거는 인류족 집단이 토바 화산 대폭발로 멸종됐다는 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신, 고고학적 증거들은 인류가 역사상 최대의 화산 폭발 사건 중 하나에서 살아남아 그에 대처했으며, 소규모의 수렵-채집 그룹들이 직면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만 4000년 전 다바 지역 주변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현대인의 유전자 풀(gene pool)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 뒤 수천 년 동안 극적인 환경 변화를 포함해 이 지역에 살던 수렵-채집인들의 장기 생존을 가로막는 일련의 도전들이 있었음을 가리킨다.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의 미카엘 페트라글리아(Michael Petraglia)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고고학적 기록은 인간이 때로 도전에 대해 놀라운 수준의 복원력을 보여주지만, 언제나 장기간에 걸쳐 번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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