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년 뒤 태양이 빛을 잃어도 지구는 생존한다?

늙은 별인 백색왜성 주위 도는 최초의 거대 외계행성 발견

국제 천문학자들의 관측 결과, 늙은 별인 백색왜성 가까이에서 공전하는 온전한 거대 외계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발견은 목성 크기의 행성이 중심 별의 종말에서 살아남아, 소멸하다 남은 항성 가까이의 생명 거주 가능지대 근처 궤도에 정착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태양이 나이가 들어 백색왜성(white dwarf)으로 늙어갈 때 우리 태양계가 맞이할 가능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이 소멸해 갈 때 지구도 같이 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존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세계 7개국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하와이 제미니 천문대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광-적외선 천문연구소(NOIRLab) 프로그램 그리고 전 세계 지상 및 우주 망원경을 사용해, 드라코(DRACO) 성좌에서 80광년 떨어진 백색왜성 주위를 돌고 있는 목성 질량의 13.8배 정도 되는 거대 행성을 발견하고 그 특성을 확인했다.

이번 관측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16일 자(A giant planet candidate transiting a white dwarf)에 발표됐다. <관련 동영상>

이번에 발견된 거대 행성 WD 1856b는 백색왜성을 하루 반씩 공전하고 있다. ©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죽어가는 부모 별 환경에서 살아남아

이번 발견은 백색왜성에 근접해서 공전하는 온전한 거대 행성을 발견한 첫 번째 사례로, 이 백색왜성은 WD 1856+534로 알려진 특히 차갑고 희미한, 항성의 남은 불씨(ember)다.

나이가 60억 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백색왜성은 지구 크기만큼 크게 줄어들었으나 지름이 약 1만 8000㎞에 태양 질량의 절반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발견된 WD 1856b로 명명된 행성은 백색왜성을 하루 반씩 공전하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인 미국 위스컨신-매디슨대 앤드류 반덴버그(Andrew Vanderburg) 조교수는 “이번 발견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하고, “물체가 백색왜성 앞을 지나는 것으로 보였던 비슷한 시스템의 이전 사례에서는 붕괴하는 소행성에서 나온 파편들만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태양계 밖 외계행성 탐사 위성인 TESS 위성으로 문제의 외계행성이 백색왜성 앞을 통과하는 것을 탐지했다. 그리고 뒤이어 하와이 제미니 노스(Gemini North)의 8.1m 짜리 거울이 지닌 엄청난 집광력과 민감한 제미니 근적외선 분광기(GNIRS)를 사용해 이 백색왜성을 상세하게 측정했다.

분광 관측은 별의 고유한 지문을 포착했으나 해당 백색왜성 시스템 주위의 행성이나 파편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연구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 제미니 관측소 보조 천문학자인 시이 슈(Siyi Xu) 연구원은 “행성에서 나온 파편이 별의 표면 위에 떠 있거나 원반 형태로 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성이 손상되지 않고 온전하다는 추론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백색왜성 근처에서 목성 크기의 온전한 외계행성이 궤도를 돌고 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우리 태양계에서 태양이 죽어가도 지구와 같은 행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 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NOIRLab/NSF/AURA/J. Pollard

평균 온도, 지구와 비슷한 섭씨 17도

반덴버그 교수는 “TESS 위성을 사용해 백색왜성 주위를 이동하는 파편들을 찾고 행성 파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아보려 했다”고 설명하고, “이번처럼 온전하게 보이는 행성을 찾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슈 연구원은 “우리는 백색왜성 주위에 행성이 존재한다는 간접 증거를 가지고 있었으나 마침내 이 같은 행성을 찾게 돼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슈 연구원은 “적외선 관측에서도 이 행성에서 나오는 빛은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행성은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차갑다”고 전했다. 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측정한  이 행성 온도의 정확한 상한은 지구의 평균 온도와 비슷한 섭씨 17도였다.

백색왜성은 밀도가 극히 높고 아주 작다. 때문에 이 백색왜성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은 부모별 보다 훨씬 커서 매우 이례적인 시스템을 형성한다.

이 행성의 발견으로, 나중에 우리 태양과 같이 백색왜성이 될 별을 공전하는 행성들의 운명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수 천 개의 외계행성들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적색 거성(red giants)으로 진화했다가 다시 백색왜성으로 늙어가는 항성 주위를 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항성에 근접한 궤도에 있는 행성들은 항성의 중력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WD 1856b은 이런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의 모습. 천문학자들은 50억 년 뒤 태양이 늙어 죽어가면서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https://noirlab.edu/public/videos/noirlab2023a/ ©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NOIRLab/NSF/AURA, NASA, ESA/Hubble, STScl, J. Pollard, G. Bacon, M. Kornmesser, L. Calçada, Solar Dynamics Observatory

“발견된 행성의 대기 상태 연구할 계획”

반덴버그 교수는 “우리의 발견에 따르면 WD 1856b는 원래 별에서 멀리 떨어진 궤도를 돌았으나, 중심 별이 백색왜성이 된 뒤 어떤 연유로 안쪽으로 들어오게 됐을 것”이라며, “이제 행성이 백색왜성의 중력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다른 작은 행성들도 찾을 수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NSF 국제 제미니 관측소 파트너십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틴 스틸(Martin Still) 박사는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에 대한 연구는 다른 별들 주위를 도는 수십억 개 행성의 역사와 운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제미니의 감도는 TESS 우주망원경이 이번에 감지한 행성을 추적해 외계행성 시스템을 더욱 완전하게 드러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견은 행성이 백색왜성의 생명 거주 가능 지대나 그 가까이에 위치할 수 있으며, 별이 죽은 뒤에도 생명이 보존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슈 연구원은 “하와이의 제미니 노스를 이용해 이 행성의 대기를 연구하기 위한 향후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하고, “WD 1856b와 같은 행성에 대해 더 많이 배울수록 태양이 백색왜성이 되는 약 50억 년 동안 우리 태양계의 운명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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