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억 년 전 지구는 ‘워터월드’였다

호주에서 발견한 해양지각에서 화학적 흔적 찾아내

1995년 개봉한 미국의 SF 영화 ‘워터월드’를 보면 지구 전체가 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육지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코믹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32억 년 전에 지구는 바다뿐이었다. 미국 콜로라도대‧아이오와주립대 공동 연구팀이 호주에서 지구 표면 전체가 바다였다는 뚜렷한 흔적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흔적이 발견된 곳은 호주 북서부 오지 안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해양지각(ocean crust)이다. 지금은 광활한 대지처럼 보이지만 지구 생성 초기 뜨거운 마그마 바다가 식어서 생겨난 특이한 지각이다.

호주 오지에서 발견한 해양지각을 분석해 32억 년 전 지구 표면을 바다가 뒤덮고 있었으며, 흙으로 된 육지가 거의 없었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있다. 사진은 대서양 전경. ⓒWikipedia

지각 형성 논쟁 종식할 중요한 자료

3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이 지각은 32억 년 전에 지구를 덮고 있었던 바다와 바닷물 등에 대해 화학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파노라마 지역(Panorama rigion)’이라 불리는 곳에서 고대 암석 100여 개를 정밀 분석한 결과 그 안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산소 동위원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옥시젠-16(Oxygen-16)’과 ‘옥시젠-18(Oxygen-18)’이 포함돼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산소에 속하는 ‘옥시젠-18’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는 32억 년 전 지구 표면에 흙이 얼마나 쌓여 있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흙은 ‘옥시젠-18’과 같은 무거운 산소동위원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데 32억 년 전 암석에 ‘옥시젠-18’이 다수 발견되고 있는 것은 이 동위원소를 흡수하는 흙의 양이 매우 적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오와주립대의 지구‧대기과학자 벤자민 존슨(Benjamin Johnson) 교수는 “당시 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지금처럼 엄청난 흙이 쌓여있는 대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 육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해 논문을 통해 발표해왔다. 그러나 지각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를 놓고 큰 논쟁을 벌여왔다. 일부 학자들은 40억 년 전의 대륙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학자들이 강력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32억 년 전 지구 표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어떻게 조성됐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지 2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Limited Archaean continental emergence reflected in an early Archaean O-enriched ocean’이다.

지구 생명체 역사 다시 써나갈 수도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46억 년 전 지구는 비처럼 쏟아지는 운석, 우주먼지 등과 빠른 속도로 충돌하고 있었다.

표면은 녹아있었고 고온의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는데 그 깊이가 수천 km에 달했다. 그러나 지구 자전으로 점차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1000~100만 년에 걸쳐 지구 곳곳에 광물 결정체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계 바깥으로부터 날라 온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해 그 안에 있었던 빙하를 전달하게 된다.

빙하는 뜨거운 지구 온도에 의해 물로 변하고, 물은 마그마와 뒤섞여 마그마 바다(magma ocean)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수증기와 가스가 대량 분출하면서 대기권에 구름으로 떠돌다 지구 표면에 비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지구 표면 온도를 더 내리면서 최초의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논문을 작성한 벤자민 존슨 교수는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혜성으로부터 전달됐다는) 물의 근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지만 연구팀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물이 아니라 흙이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발견한 해양지각의 흔적을 통해 당시 지구 표면의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32억 년 전 바닷속 산소 동위원소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32억 년 전에 흙에 쉽게 흡수되는 성질을 갖고 있는 ‘옥시젠-18’이 더 많았다는 것은 당시 이 동위원소를 흡수할 육지가 매우 적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32억 년 전의 바다는 ‘워터월드’였다는 것.

이전에 다른 과학자들도 지구가 바다로 덮여 있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해수면 위에 얼마나 많은 육지가 솟아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화학적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모호했던 지구 역사를 다시 써나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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