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10대 과학기술 뉴스 선정… 역대 최다 투표 ‘열기’
지난 2020년은 인류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남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셧다운 되면서 지구촌 전체가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 타임지는 2020년을 회고하면서 ‘역대 최악의 해(THE WORST YEAR EVER)’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2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가 발표한 2020년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 짙다.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국내 과학기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 것.
투표 참여 인원 중 무려 74.5%가 선택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속 발 빠른 K-진단키트’에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디지털 뉴딜 정책, 세계 최초 코로나19 유전자 지도 완성 등의 이슈가 코로나19의 거대한 파급력을 보여줬다.
친환경 역시 시대의 흐름임을 증명했다.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 및 그린 뉴딜 정책,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 등은 물론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 에너지 관련 연구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과총이 실시하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자 2005년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과학기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심의와 온라인·모바일 투표를 병행해 선정한다. 해당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20년의 과학기술 이슈와 성과를 되돌아본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속 발 빠른 K-진단키트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술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작년 2월 초부터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6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보급하는 등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키트 개발에 앞장섰다.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 170여 개 국가에 4억 9679만 명 분을 수출했을 정도.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제안한 감염병 진단 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상태다.
세계 170여 개 국가에 4억 9679만 명 분을 수출하는 등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술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 팍스젠바이오
우리나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민관 합동으로 지속적인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신종바이러스(CEVI) 연구단에서 세계 2번째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개발하는 등 이를 통한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친환경’ 뉴 패러다임이 이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한국판 뉴딜’ 정책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질서를 선도하기 위한 ‘대한민국 대전환’을 선언하며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을 그 핵심 프로젝트로 내세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한국판 뉴딜’ 정책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데이터 댐의 개요.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는 먼저 ‘디지털 뉴딜’을 통해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와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회간접자본(SOC)과 교육 인프라 역시 디지털화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
‘그린 뉴딜’을 통해서는 도시·공간·생활에 관한 인프라 전반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할 방안이다. 더불어 녹색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확충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미션.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는 것 역시 그린 뉴딜의 중요한 목표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 논란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이하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 결정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혔다. 원래 설계 수명 30년인 월성 1호기는 지난 2015년 2월 연장 운전 10년을 승인받아 지금껏 운영돼 왔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정지 결정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혔다. ⓒ Flickr
그런데 연장 운전 기한이 아직 남아 있던 작년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서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를 표결로 확정하며 관련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국민적 관심과 경제적 파급이 크기에 안전, 비용, 미래가치 등 종합적인 판단과 과학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과총을 비롯한 과학기술계의 입장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 위한 2050 탄소 중립 선언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넷 제로(Net Zero)’라고도 불리는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하거나 제거해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해 관련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청와대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해 관련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유망 저탄소산업(차세대전지, 수소에너지, 이산화탄소포집) 생태계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소 셀 사이즈 극복한 3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
삼성전자가 개발한 3세대 10나노급 D램. 차세대 슈퍼컴퓨터·데이터센터, 기업용 서버, 자율주행차 등 여러 분야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다중 패턴 양산 기술을 적용해 3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10나노급(1y) D램보다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시킨 것으로, 차세대 프리미엄 D램(DRAM) 양산에 핵심 역할을 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차세대 슈퍼컴퓨터·데이터센터, 기업용 서버, 자율주행차 등 여러 분야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전기 대형 트럭 세계 최초 양산
세계 최초로 대량 양산되는 수소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의 모습. 프로토타입이 아닌 일반 고객 판매를 위한 양산체제를 갖춘 것은 현대자동차가 최초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총 중량 34t급인 해당 수소전기 트럭은 1회 20분 내외의 충전으로 약 400km을 주행할 수 있어 관련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1600대를 해외에 수출하는 한편, 수소전기차 선도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KSTAR 1억℃ 20초 유지, 세계 신기록 달성
우리나라 인공태양 ‘KSTAR’가 1억℃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만 5860여 회의 실험 끝에 달성한 이 수치는 KSTAR 기존 기록인 8초를 2배 이상 늘린 성과이자, 세계 최장 플라스마 유지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 KSTAR. 2만 5860여 회의 실험 끝에 1억℃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초고온 플라스마는 꿈의 친환경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의 필수조건이다. 핵융합 발전은 유해 물질 발생이 거의 없고 효율이 좋지만 아직까지는 이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다음 단계로 300초 이상 플라스마 유지를 목표로 내세웠다.
세계 최초 코로나19 유전자 지도 완성
기초과학연구원(IBS)-질병관리본부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팀은 ‘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나노볼 DNA 시퀀싱’이라는 최신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해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하는 RNA전사체를 모두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의 RNA 등 구성 모식도 ⓒ 기초과학연구원
이는 바이러스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이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유전체 상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파킨슨병, 치매 뇌질환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기전 규명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원을 생성하고 칼슘 농도를 유지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노화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손상되면 신경세포가 죽고 뇌손상이 촉진되는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미토콘드리아 분열과 융합 메커니즘을 나타낸 모식도 ⓒ Nature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이런 미토콘드리아 이상에 대한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 또한 ‘Drp1’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를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이 있음을 밝혀 뇌과학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텔스 기능에 전자파까지 차단 가능한 물질 개발
스텔스 기능에 전자파까지 완벽하게 차단, 흡수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됐다. KIST 물질구조제어센터,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과 미국 드렉셀대 재료과학과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Ti3CN 맥신이다.
Ti3CN 맥신 필름의 전자파 흡수 특성 모식도 ⓒ Science
티타늄-탄소-질소 화합물인 Ti3CN 맥신은 머리카락 수준인 약 40㎛(마이크로미터)의 두께 만으로 116㏈(데시벨) 이상의 높은 전자파를 차폐할 수 있다. 또한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갖고 있어 향후 기존의 금속 차폐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온라인 국민 투표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만 5332명이 참여해 과학기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드러냈다. 이는 작년 참여 인원인 9119명에 비해 60% 이상 늘어난 수치로 팬데믹 위기를 맞아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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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대기오염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아이한테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뇌전증이 생길 위험이 최대 3배 이상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박규희(소아청소년과)·최윤지(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2016∼2018년)에 등록된 산모 84만3천134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대기오염물질 노출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이 결과 임신 기간에 대기오염물질과 중금속 노출이 많았던 임신부일수록 아이한테 자폐스펙트럼과 뇌전증(간질)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를 누그러뜨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 대기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표 근처에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수 있는 날이 1개월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고농도 오존 발생일 전망을 7일 공개했다. 고농도 오존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조건이 갖춰지는 날은 현재(53.3±24.6일)보다 34.2±9.5일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폐경 때 나타나는 갱년기 장애 치료를 위해 경구용 에스트로겐을 사용하면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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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줄과 혈관 같은 콜라겐에 기반한 섬유조직의 기능을 시각화하는 레이저 음향 이미지 분석 기술이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