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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내에 ‘SETI’ 성공할까 외계 지능 찾기엔 우주 너무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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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크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한참 달리면 깊은 숲속에서 갑자기 너른 사막 평원과 함께 수십 개의 커다란 안테나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햇크릭 천문대(HatCreek Observatory)가 나타난다. 천문대 입구에는 ‘휴대폰과 노트북의 무선랜을 끄십시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그 안내판은 이곳에서 휴대폰과 노트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라기보다는 휴대폰과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곳이라는 친절한 안내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깊은 계곡과 숲으로 연결된 오지인 까닭에 인근의 도시에서 발산되는 전파가 전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SETI 연구소와 UC 버클리가 외계에서 오는 인공적인 전파를 검출하기 위해 건립한 이 천문대에는 현재 45개의 전파망원경이 가동되고 있다. 이 전파망원경들은 지정학적 조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 300㎐ 이하의 주파수만 잡아낸다.

1960년대 이후 여러 국가와 기관 등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외계 지능 찾기’, 즉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햇크릭 천문대다.

햇크릭천문대에서는 수많은 전파망원경들로 외계 생명체를 찾는 ATA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www.flickr.com by brewbooks
햇크릭천문대에서는 수많은 전파망원경들로 외계 생명체를 찾는 ATA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www.flickr.com by brewbooks

SETI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60년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오즈마 프로젝트’부터였다. 당시 드레이크 박사는 미국 웨스터버지니아에 직경 25미터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고래자리 타우별과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별이란 2개의 별 주변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찾았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이동하며 별과 별 사이의 가스나 먼지도 그대로 통과한다. 또한 단파장의 전파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으므로 머나먼 우주에서의 정보 소통 방법으로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따라서 만약 외계에 우리처럼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있다면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찾아오기보다는 인공 전파를 먼저 쏘아 보낼 것이 분명하다.

드레이크 박사 이후 미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주도되던 SETI 프로젝트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자 1993년 미국 의회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1995년 SETI 연구소라는 비영리단체가 세워지면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SETI 연구소는 자금의 대부분을 민간 기부를 통해 마련한다.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와우! 신호' 

외계로부터의 신호 중 이제까지 가장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은 1977년 8월 오하이오 주립대의 제리어만 박사가 찾아낸 ‘와우! 신호(Wow Signal)’였다. 이 신호는 72초 동안 수신되었다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협대역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협대역 신호란 라디오 채널을 맞춘 것처럼 일정한 주파수에서만 들리고 다른 주파수에서는 들리지 않는 전파를 말한다. 따라서 우주로부터 수신되는 수많은 전파 중 외계의 지적 생물체로부터 온 전파인지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바로 협대역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와우 신호’가 진짜 외계인이 보낸 신호인지는 지금도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이 같은 노력들이 ‘수동적 SETI(Passive SETI)’라면 1974년 11월 16일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구상성단 M13을 향해 1천679비트의 신호를 전송한 것은 ‘능동적 SETI(Active SETI)’ 활동이다. ‘아레시보 메시지’라고 불린 이 인공 전파에는 태양계 내 지구의 위치 및 지구인의 모습, DNA 이중나선 모양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레시보 메시지 이후에도 최근까지 카시오페이아 및 백조자리 등 태양계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별들을 향해 수십 차례의 메시지가 보내졌다.

햇크릭 천문대에 직경 6미터의 전파망원경들이 세워진 것은 2001년 폴 앨런이 약 2천500만 달러를 기부한 덕분이다. 미식축구팀 시애틀 시호크스의 구단주이자 세계적인 억만장자로 유명한 폴 앨런은 바로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공동으로 창업한 이다.

때문에 이 전파망원경들을 ATA(Allen Telescope Array)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최종적으로 350개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2020년~2025년까지 유의미한 외계 전파신호를 1개 이상 포착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4월 ATA 프로젝트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간 약 150만 달러에 이르는 운영비를 감당할 만한 기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해 말 케플러망원경을 통해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케플러-22b’ 행성을 발견했다는 NASA의 발표에 힘입어 다시 민간 기부금이 모이면서 가동이 중단된 지 8개월 만에 ATA는 외계신호 탐지를 재개할 수 있었다.

20년 내에 외계인 찾을 가능성 100%

그 이후 잠잠하던 SETI 연구소에서 향후 20년 내에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 것이라는 관측을 최근에 내놔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의회 과학위원회에서 개최한 공청회에 SETI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참석해 20년 내에 외계인을 찾을 가능성이 100%이며, 필요한 것은 이들을 찾는 데 드는 자금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덧붙여서 “외계 탐사는 마치 당첨 확률이 희박한 로또를 사는 것과 같으며, 현재까지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즉, 발견하는 시기의 문제일 뿐 외계 생명체의 존재는 확실하니 자금 지원과 민간 기부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호소의 성격이 짙은 발언이었다.

코스모스의 작가이자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였던 칼 세이건의 말처럼 사실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SETI 프로젝트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성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기엔 너무 성급한 판단일 것 같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별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우리은하의 중심부에서 3만 광년 이상 떨어진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74년 아레시보 메시지가 향한 구상성단 M13만 해도 지구로부터 2만1천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즉, 그곳에서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즉시 답장을 보내도 4만2천 년 후에나 도착한다.

우리은하 중심부의 별들은 태양보다 10억년 정도 더 오래된 것들이기 때문에 인간과 비슷한 외계 문명이 생성되었다 해도 벌써 멸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리은하와 바로 이웃한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만 해도 220만 광년이다. 우주엔 이런 은하들이 1천억 개가 넘는다. 고작 50여 년밖에 안된 SETI 프로젝트에서 이제까지 성과가 없다고 투정하기엔 이 우주가 너무나 넓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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