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지폐의 필요성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 이공계 기살리기로 10만원에 우리과학자를 올리자는 운동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방사선의학회는 지난 11일 과장 및 이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10만원권 지폐에 우리과학자 초상 올리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장을 맡은 정태섭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방사선과)는 지난 수 년간 홀로 이런 운동을 펼쳐왔는데 이 번에 단체에 뜻을 관철시켜 마침내 ‘화폐에 과학인물 올리기’ 캠페인이 본 궤도에 올랐다. 본 지는 정 교수를 만나 외국지폐에 담긴 과학인물 현황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정태섭 연대 영동세브란스병원 교수
화폐수집가이자 과학매니아 정태섭 교수(영동세브란스 병원)는 매일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가운데에도 틈을 내서 외국화폐를 연구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이 얼마나 많은 자국의 과학인물을 지폐에 활용하는 지 여부와 등장 과학인물의 과학업적을 조사할 목적에서다.
선진국일수록 과학자 지폐에 많이 등장
후진국 지폐엔 정치인물 인기
정 교수에 따르면 대체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일수록 화폐에 과학자를 많이 올리고, 후진국일수록 정치가가 지폐를 장식한다고 한다. 그는 과학자를 화폐에 집어넣은 18개국의 총 50여종 지폐를 찾아냈는데, 몇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화폐에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국적을 가진 천제 물리학자 아이슈타인을 지폐에 넣었습니다. 또 한국인이 해외여행 때 가장 선호하는 100달러짜리 미국 지폐에는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자민 플랭클린이 들어 있죠” 그는 또 영국을 예로 들면서 지폐 4종류 중 3종류에 과학자를 실어 자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밖에도 “유로화가 발행되기 전 유럽의 107종 화폐에는 과학자가 26종(24%)이나 차지하고 있었고, 이 중 6종(5.6%)는 최고액원 모델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지폐에는 과학자 단 1명도 채택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공계 우대를 말로만 할께 아니라 화폐에 과학자를 올려 이공계에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판단, 지난 2001년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외국사례를 들며 화폐에 과학자 올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과학기술 무너지면 의학기술도 붕괴
지난 4년간 계속된 그의 주장은 마침내 의료계에 받아들여져 지난 11일 ‘10만원권 지폐에 우리과학자 초상올리기 추진위원회’가 결성돼 의사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들어갔으며, 한국과학재단도 위원회의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그는 10만원권이 발행될 경우 과학자 장영실이 올라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비록 우리나라에 위대한 과학자가 많지만 장영실은 1434년 이전에 있었던 금속활자의 불편한 점을 기술혁신으로 대량인쇄가 가능한 형태로 완성시켰으며, 천문시계인 혼천의, 물시계인 자격루를 개발하는 등 우리 과학사에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기계와 친숙한 삶 영위
그런데 화폐를 살 돈이 모자라 당시 본인이 진공관 등 부품을 이용해 제작한 전축을 내다팔며 화폐수집에 나섰다.
이후 대학갈 시점에서 아버지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의대에서도 그는 공돌이(?)로 통했다. 그는 의대 내 선배의 권유로 연극서클에 가입했다. 그는 조명 전기줄 조차 감는 법을 모르던 연극 동아리 회원들을 위해 의대 졸업까지 6년간 조명기술자로 활약했다.
재학 중 산간벽지 무의촌 의료봉사를 갈 때에도 그는 야간진료를 위한 조명을 담당했다. “당시 마을에 전기가 안 들어와서 근처 군부대 발전기에서 직접 전기를 끌어다가 밤새 기계를 돌리며 환자와 치료진에게 불빛을 주었죠”
그는 의대 내에서 전공을 택할 시기가 왔을 때 CT, MRI 등 기기를 만질 수 있는 진단방사선과에 매력을 느껴 주저 없이 이 과를 선택했다. 그래서 기계도 만지고, 이를 통해 환자치료에 기여하는 봉사자로 살아가고 있다.
정 교수는 끝으로 “이공계 기살리기는 어는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우리 단체의 화폐운동이 가시화되도록 국민이 공감하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며 협조를 부탁했다.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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