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일대일로 지도와 조언을 하는 것이 바로 멘토링이다. 앞서 걸었던 선배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있도록 멘토링을 받는 것만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가는 데 좋은 건 없을 듯하다.
10년째 이공계 여대생 멘토링 ‘이화바이오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는 이공계 여대생이 과학기술분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2006년부터 취업탐색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이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20명의 멘토가 169명의 멘티를 배출한 우수 멘토 그룹이 있다.
바로 이화바이오팀인데, 2007년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선후배 사이로 바이오 분야 여성 리더 배출을 목적으로 결성되어 지금껏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부터 팀을 이끌어왔던 김정미 베트올 대표를 만나 꾸준한 멘토링 활동의 비결을 들어봤다.
“사실 멘토들이 모두 현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재능기부 차원의 멘토링에 시간을 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최대한 자신들의 일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여러 명의 멘토를 섭외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1년에 4~5번 진행되는 오프라인 멘토링 활동에는 담당 멘토를 정해서 1년에 한 번 정도만 책임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서 부담을 분산시켰습니다.”
게다가 멘토 그룹 모두가 이대 생명공학과 선후배라는 점이 좀 더 끈끈한 연대감과 조직력으로 꾸준히 멘토링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리고 멘토 그룹의 연령대가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할 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 여러 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정보 공유는 물론 멘토끼리의 멘토링도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멘티들에게 자신의 꿈을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해 왔다. 그래서 이화바이오팀의 가장 대표적인 멘토링 활동은 바로 ‘10년 후 나의 모습’이라는 프로그램이다. 10년 후 자신의 이력서를 미리 써보고, 그것을 발표하는 형식이다.
“10년 후 자신의 이력서를 쓰기 위해서는 멘티들은 자기 인생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멘티들이 발표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극도 받게 되고, 자신이 내뱉은 10년 후 모습을 이루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되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멘티의 꿈을 들으면서 멘토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멘토링을 해 줄 수도 있다. 현재 바이오 분야에서 생물학, 약학, 뇌과학, 생명공학, 분자생물학, 의학, 신경과학, 역학, 생화학, 바이오융합학, 바이오인토마틱스 등 멘토들의 세부전공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멘토링에도 문제가 없다.
다양한 멘토들, 실질적 멘토링 도움 커
“직업도 교수부터 국립연구소 연구원, 기업연구소 연구원, 바이오벤쳐 대표, 비영리재단 연구소 연구원, 제약회사 팀장에 변리사와 변호사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김 대표는 “그냥 막연하게 그렇다더라 하고 소문을 듣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멘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열 번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멘티가 취업하기를 원하는 기관이나 진로에 관련된 기관을 찾아가서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멘토링 과정으로 기관 탐방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김 대표는 “멘토들이 다양한 직종에 전문가로 어느 정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탐방 기관을 섭외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 역시도 미국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경험했고, 산학연 연구원은 물론 공무원까지 해봤으며, 대기업 팀장에 벤처기업 창업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많은 영역에 걸쳐 다양한 조언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멘토들의 멘토링이 항상 옳았던 건 아니란 사실을 알려준 멘티도 있었다. 몇 년 전 야생 여성 영장류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야기한 멘티가 있었는데, 여러 멘토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될 수 없다고 말렸었다. 하지만 2년 후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야생 원숭이를 관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멘티가 바로 고은하 국립생태원 연구원인데, 김 대표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멘티다. 지금은 막내 멘토로 활동 중인데, 멘티가 멘토로 성장한 첫 케이스라 더 의미가 크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4일 있었던 이화바이오팀 1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에서도 고은하 멘토의 활약이 컸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멘티들이 멘토가 되어 이공계 여성들의 취업과 진로를 함께 풀어가는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6-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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