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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편집위원
2005-10-06

1천조분의 1의 빛까지 잡아내다 2005 노벨상 바로 읽기 <1> 물리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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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창세기 1장을 보면 태초에 하나님은 빛을 제일 먼저 만들었다. 이는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빅뱅설과도 아주 흡사하다. 그럼 과연 빛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달려 왔다.

근대 철학의 시조로 불리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데카르트는 빛을 소리나 물결파 같은 파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타난 뉴턴은 빛이 입자라는 주장을 폈다. 빛이 파동이라고 가정하면 빛의 편광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의 실험을 거쳐 마침내 맥스웰에 의해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상호작용하면서 공간을 전파해 가는 전자파라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정립되었다. 데카르트의 생각이 옳은 것으로 판명 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를 다시 뒤집은 과학자가 바로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양자론을 근거로, 빛을 받은 금속판이 전자를 튕겨내는 광전효과의 법칙을 밝혀냈다. 광전효과는 빛 에너지가 양자화된 입자들로 구성된다는 주장이었지만, 파동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 문제는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모든 입자는 파동성도 가지며, 어떤 관측 결과든 확률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한마디로 말해서 빛은 파동성을 갖는 입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입자인지 파동인지 빛의 속성에 대한 논란은 사실 개념상의 차이다. 입자와 파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적인 현상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의 빛은 아주 작은 미시적인 존재로서, 거시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눈으로 관찰되는 거시적인 영역에서 빛은 파동으로 관측되는 면도 있고 입자가 갖는 성질로 관측되는 면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빛의 속성이 어떻든 도대체 우리 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요즘 젊은 층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카메라만 해도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광전효과의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다. 빛 알갱이, 즉 광자가 금속판을 때리면 전자가 튕겨나가는 광전효과를 이용해 디지털 카메라에 내장된 광센서는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전기신호로 바꾼다. 각각의 광센서가 보낸 모든 전기신호를 모아서 디지털 카메라는 하나의 사진 파일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태양전지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햇빛이 태양전지판을 때리면 전자가 나와 전기가 흐르는 것이 바로 태양전지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미국의 로이 J. 글라우버와 존 L. 홀, 독일의 테오도어 W. 헨쉬는 광학기술의 정확성 발전에 기여한 점을 공로로 인정받았다. 하버드대 교수인 글라우버 박사는 맥스웰과 아인슈타인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광자를 검출, 측정할 수 있는 이론을 제공했다.

그는 1963년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한 ‘광자 상관관계’라는 논문을 통해 서로 다른 빛끼리 결 맞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수식을 제시했다. 즉, 백열전등처럼 금속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내는 빛은 광자들이 마구 헝클어져 있지만,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은 행진하는 군대의 병사들처럼 일사불란하게 결을 맞춰 움직인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는 곧 레이저의 특성을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함으로써, 레이저를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글라우버는 빛이 측정되는 과정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양자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그로써 레이저와 같은 결 맞은 광원과 열에 의한 광원의 차이를 분명하게 해주었다.

글라우버의 이 같은 양자광학적 결맞음 이론은, 홀과 헨쉬 박사가 레이저에 기본해서 아주 정확한 분광학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글라우버와 함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홀 NIST(미 표준연) 선임과학자와 헨쉬 루드비히-막시밀리언대 교수는 빛을 매우 정밀하게 측정하는 정밀분광학을 연구하여 ‘광학 주파수 머리빗 기술(optical frequency comb technique)'이란 첨단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참빗으로 곱게 머리카락을 빗듯이 빛의 주파수를 1천조분의 1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서울과 일본 도쿄사이의 거리에 쌀알 크기의 물질을 던져놓고 그 위치를 정확히 잴 수 있을 만큼의 정밀도다. 이들의 광학 주파수 머리빗 기술은 마이크로파와 광파라는 다른 영역의 주파수 빛을 연결시킴으로써 정밀한 시간과 거리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기술은 휴대폰을 비롯한 현대 첨단통신기기와 정밀한 원자시계, GPS 등 분광학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또한 이들의 분광기술은 아주 다양한 레이저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글라우버 교수는 1925년 뉴욕에서 태어나 1949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홀 박사는 1934년 덴버에서 태어나 피츠버그의 카네기 공대에서 196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부터 JILA의 연구원, 1971년부터 NIST 선임과학자로 재직하고 있다.

헨쉬 박사는 1941년 하이델베르크에서 태어나 1961년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대 교수로 있다가 1986년 독일로 돌아가 가슁의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뮌헨의 루드비히-막시밀리언대학에 겸직하고 있다.

이성규 편집위원
저작권자 2005-10-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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