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3일, 미국 네바다 상공 15,800피트(4,740m) 고도에서 미 공군 F-16 조종사가 G-LOC를 일으켰다. 같은 해 7월 16일에는 역시 네바다 상공 17,000피트(5,100m) 고도에서 F-16 조종사가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를 일으켰다.
G-LOC이란, 높은 중력가속도(G)에 의한 의식 상실을 의미하는 항공 용어다. 전투기가 급기동을 하면 지구 중력가속도의 여러 배나 되는 높은 중력가속도가 걸리게 된다. 이러한 높은 중력가속도는 조종사의 전신에도 작용하는데, 혈액도 무거워져 뇌에서 혈액이 빠져나오게 된다.
혈액은 뇌에 산소와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뇌에서 혈액이 모자라면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뇌는 의식 상실 상태에 빠진다.

의식 상실을 일으킨 조종사가 조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항공기가 지면에 충돌, 조종사와 기체의 전손으로 이어지게 된다. G-LOC 및 그로 인한 항공기 추락 사고 소식은 요즘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미 공군의 경우 2019년에 12건, 2020년에 8건의 G-LOC가 있었다고 하며, 2018년에는 G-LOC로 인한 추락 사고로 공군 특수비행대 <썬더버드>의 조종사가 순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두 건의 사고에서 조종사는 모두 목숨을 건졌고, 기체도 모두 안전하게 착륙했다. 바로 자동 지면 충돌 방지 체계(Automatic Ground Collision Avoidance System), 약자로 AGCAS 덕택이었다.

AGCAS는 록히드 마틴 사, 미 공군 연구소, NASA가 항공기의 지면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공동 개발하였다. 미 공군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항공기 손실 중 지면 충돌 사고 비율은 26%, 특히 미 공군의 수적 주력기인 F-16 기종의 조종사 사망 원인 중 75%를 차지하고 있다.
AGCAS는 복잡한 충돌 방지 및 자동 의사 결정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알고리즘은 사전에 입력된 지형 데이터와 항공기의 위치, 속도 및 방향을 계산하여. 만약 곧 지면에 충돌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조종사에게 경보를 보낸다. 그러나 조종사가 충돌 회피 동작을 하지 않을 경우 조종사로부터 항공기 조종권을 자동으로 인계받아, 양 주익을 지면에 평행하게 한 다음 5G 급상승을 실시, 충돌을 회피한다. 앞서 언급했던 2020년 1월 사고에서는 고도 2,600피트(780m), 7월 사고에서는 고도 4,000피트(1,200m)에서 AGCAS가 작동하여 충돌을 모면했다.
현재 미 공군의 F-16 블록 40/50 항공기 600여 대에 AGCAS가 장착되어 있다. 록히드 마틴 사는 현재 생산 중인 자사의 최신예기 F-35(3,200여 대 생산 예정)에도 AGCAS를 거의 전량(98%) 장착할 예정이다. 또한 구형 기종인 F-16 블록 30 항공기 300여 대에도 AGCAS를 장착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AGCAS로 목숨을 건진 조종사는 11명, 항공기는 10대다.
또한 록히드 마틴과 미국 정부는 자동 공중 충돌 방지 체계(Automatic Air Collision Avoidance System, AACAS)도 개발했다. 항공기 간의 공중 충돌을 방지하는 체계다. AGCAS와 AACAS를 통합하여 지면 충돌 및 공중 충돌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자동 통합형 충돌 방지 체계(Automatic Integrated Collision Avoidance System, AICAS)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식 통합형 비행 안전 체계가 될 것이다. AICAS는 앞으로 15년 동안 34대의 항공기와 25명의 조종사를 구하고, 23억 달러의 재산 손실을 막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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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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