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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20-02-10

옥외 광고판이 미세먼지 제거한다? 촉매제 코팅된 특수직물이 비결…에너지 없이도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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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를 비롯하여 유럽과 중남미 등도 수시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인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 요인으로 ‘대기오염과 온난화’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는 매년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 명 이상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에너지 없이도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특수 직물로 다양한 구조물들이 설치되고 있다 ⓒ theBreath.it

이처럼 대기오염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국가별로 특수 직물을 활용한 구조물 및 인테리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멕시코에 세워진 미세먼지 제거용 입간판과 이탈리아에서 보급되고 있는 실내·외 인테리어 제품들이다.

한 대의 옥외광고판이 30그루의 나무와 비슷한 효과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최근 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1980년 대 멕시코시티에 비하면 약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죽하면 당시 멕시코시티 시민들이 겪고 있던 최악의 대기 오염 상황에 대해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멕시코시티의 대기질’이라고 전 세계가 손가락질했을까.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라는 표현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난 1987년 2월 멕시코시티 상공에서 수천 마리의 새가 떨어져 죽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조사 결과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납과 카드뮴, 그리고 수은 같은 중금속 오염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2000m가 넘는 위치에 조성되어 있고, 공기 이동까지 적은 분지 지형이다. 이처럼 대기오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3000만 명을 육박하는  인구와 500만 대가 넘는 차량, 그리고 각종 산업 시설이 내뿜는 오염물질로 인해 멕시코의 대기오염 상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멕시코 몬테레이대학교의 환경디자인과에 초빙되어 활동하던 ‘단 로세하르더(Daan Roosegaarde)’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안타까웠다. 네덜란드가 고향인 그는 조국의 맑은 대기질을 멕시코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제자인 학생들과 함께 옥외광고판 개발에 나섰다.

그가 제자를 비롯하여 여러 환경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옥외광고판은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다. 외관은 기존 광고판과 차이가 없지만, 도시의 스모그(smog)를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멕시코시티 몬테레이 지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제거용 옥외광고판 ⓒ Monterrey.edu

광고판에 사용된 직물은 특수한 촉매제로 코팅되어 있는데, 이 촉매제는 햇빛을 받으면 광촉매 반응을 일으켜 스모그를 깨끗한 공기로 정화시킬 수 있다. 광촉매 반응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흡수하여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과 유사한데, 햇빛과 반응할 때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기능을 이용하여 스모그 속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로세하르더 교수는 “우리는 촉매제로 ‘폴루-메쉬(Pollu-Mesh)라는 물질을 사용했다”라고 밝히며 “이를 햇빛과 반응시키면 스모그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에서 산소가 분리되어 신선한 산소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로 13m에 세로 7m인 크기의 옥외광고판 하나가 만드는 산소량은 30그루의 나무가 6시간 동안 내뿜는 양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세하르더 교수는 “멕시코시티의 몬테레이 지역에만도 1만여개에 달하는 광고판이 있는데, 이를 모두 촉매제가 코팅된 옥외광고판으로 바꾼다면 약 3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광고판 수명이 최대 5년 정도이므로 환경을 위한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없이도 각종 대기 오염물질 제거 가능

멕시코에서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스모그 흡수용 옥외광고판의 핵심 기능은 촉매제가 코팅된 직물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용도의 직물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환경 전문 기업인 아네모테크(Anemotech)다.

미세먼지 및 공기오염 관련 기술 분야에서 유럽 최고의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전기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대기 오염물질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직물을 개발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네모테크사가 개발한 직물의 이름은 ‘더브레스(theBreath)’다.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이 특수 직물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물론,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그리고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더브레스에 환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전기나 화석연료 같은 에너지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적인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대기 오염물질들을 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더브레스는 대기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있다 ⓒ theBreath.it

미세먼지를 포함하여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벤젠이나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또는 담배연기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를 비롯하여 오존 등 유해한 요소들을 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실내나 야외 어디든지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광고판부터 시작하여 실내에 거는 액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제품군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아네모테크사의 관계자는 “더브레스는 세 개의 직물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가운데에 위치한 흡수층에는 나노 분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걸러진 오염물질을 가두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항균 역할과 악취까지 방지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더브레스는 제품 생산 품질 및 환경에 대한 국제인증기준(ISO)을 획득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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