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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0-04-23

'오가노이드'로 코로나19 치료제 만든다 바이러스를 착각하게 만들어 결합시키는 것이 핵심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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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는 개체들이 있다. 바로 실험동물들이다.

워낙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사안이 심각한 만큼 실험동물의 피해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치료제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임상과정에서 실험동물의 희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진 소장 오가노이드 ⓒ wikipedia

하지만 이들 실험동물의 희생도 조만간 멈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의 과학자들이 실험동물을 대신할 임상 대상으로 오가노이드(organoid)를 개발하여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가노이드 활용하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 장기유사체를 의미한다.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오가노이드를 사용하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니장기’ 또는 ‘유사장기’로도 불린다.

오가노이드란 용어는 지난 2009년 네덜란드의 생명공학자인 ‘한스 클레버스(Hans Clevers)’  박사가 생쥐의 장기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미니 내장을 만들어 오가노이드란 이름을 붙인 데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에 접어들면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매들린 랭커스터(Madeline Lancaster)’ 박사가 신경줄기세포로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어내면서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현재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신약 개발 및 인공장기 개발을 위해 심장 및 간등 11개 주요 신체 장기를 대상으로 다양한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오가노이드를 가지고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의 ‘요제프 페닝거(Josef Penning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다.

붉은색의 hrsACE2 단백질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과정을 그린 상상도 ⓒ ubc.ca

이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함으로써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페닝거 교수는 “이번 실험의 핵심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속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입구의 열쇠 구멍을 가짜로 만들어 감염을 막는 것이 주요 원리”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튀어나와 있는 돌기를 사용하여 숙주를 감염시킨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돌기를 호흡기 같은 장기의 세포 표면에 형성되어 있는 ACE2 단백질에 결합시켜 침투하는 것이다.

페닝거 교수는 “바이러스의 돌기가 열쇠라면 ACE2 단백질은 열쇠 구멍인 셈”이라고 밝히며 “이런 사실은 과거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시켰던 SARS(중증호흡기증후군)의 치료제를 연구하던 과정 중에 알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주요 원리

페닝거 교수와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체에 침투하더라도 ACE2 단백질과 접촉하는 과정을 막을 수만 있다면 감염이 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ACE2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비슷한 구조의 단백질인 hrsACE2를 인공적으로 합성했다. 그리고 이 인공 단백질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오가노이드에 주입하자 바이러스가 최대 5000분의 1 정도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페닝거 교수는 “열쇠가 열쇠 구멍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단백질에 잘못 결합했기 때문에 복제되지 못하고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수많은 코로나 치료제가 임상을 준비 중이거나 임상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ACE2 단백질과의 결합을 차단시켜 바이러스가 복제할 수 없도록 억제하는 방식은 브리티시콜롬비아대 연구진이 처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ACE2 단백질과 유사한 hrsACE2 단백질을 활용한 약물은 이미 임상 1상과 2상 테스트를 거쳤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조기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ACE2 단백질과 결합하여 감염시킨다 ⓒ CandEN

적용 대상이 오가노이드여서 아무래도 사람의 신체와는 차이가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페닝거 교수는 “오가노이드와 신체 장기는 동일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페닝거 교수는 ACE2 단백질을 지난 2000년부터 연구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이자 상용화에 관심이 많은 실용주의자다. 실제로 ‘아페리온 바이로직스(APERION Biololgics)’라는 의약품 전문 기업을 창업하여 신약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이 회사는 hrsACE2 단백질을 코로나19 치료 외에도 급성폐손상(ALI) 및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치료에도 적용하고 있다. 특히 ARDS는 감염에 의한 폐 염증으로 갑작스럽게 숨쉬기 힘들어하는 병으로서 코로나19 감염과 비슷한 기전을 갖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는 질병이다.

업계는 만약 hrsACE2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동물 모델 대신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신약 개발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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