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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5-03-14

산업미학의 결정체, 의자 국제 갤러리, 장 프루베 가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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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사람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먼지들을 털기 위해 바쁜 주말을 보낸다. 그쯤 되면 한 번 정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이참에 가구를 한 번 바꿔볼까"이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바램일 뿐 우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럼 따스한 봄날 프랑스인의 감각이 느껴지는 가구 전시장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국내 처음으로 장 프루베를 비롯해 샤를로트 페리앙, 르 꼬르뷔지에, 그리고 조명기구 디자이너 세르주 무이와 도예가 죠르주 주브 등 20세기 프랑스 작가들의 가구 및 건축 디자인을 선보이는 ‘장 프루베 가구전’이 오는 31일까지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들은 근대 실용주의 디자인 운동의 선구자로서 처음으로 나무가 아닌 철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사각의 알루미늄 판과 삼각자 모양의 강철다리를 한 테이블, 가로지르는 두 개의 나무판과 이를 지탱하는 철판으로 구성된 선반 등 근대 디자인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수많은 가구 중에서 이것도 가구야 하면서 쉽게 넘기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의자일 것이다. 사람들은 의자를 가장 쉬운 대상으로 여기지만, 의자만큼 우리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다. 의자가 사람들 곁에 다가오면서, 사람들은 오랜 기간 의자에 앉아 지냈고, 그 결과 인간의 몸과 의식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먼저 의자는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의 인격 전체를 대변해 주기도 하고, 그 사람의 개성을 표현해 주기도 한다. 일례로 사진작가들은 초상화를 찍을 때, 모델의 개성을 드러내는 특별한 의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그 만큼 의자는 신분이나 명예, 아름다움이나 능률, 규칙이라든가 휴식 등 우리의 집단적인 관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그럼 의자의 관념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그것은 의자의 어원 변천을 통해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영어에서 의자를 뜻하는 chair은 그리스어 ‘카테드라cathedra'의 축약형이다. ’카타kata'는 “아래”를 의미하며, ‘헤드라hedra'는 “앉다”를 의미한다. 의자는 일반적으로 등받이가 있고, 통상 다리가 네 개 달린 가구로 한 사람이 앉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긴 것을 권좌(權座)라고도 한다.


그럼 권좌와 의자는 어떻게 의미 차이가 있을까. 권좌는 세력가가 타고 다니는 가마로서 무언가를 떠받치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의자는 흔히 말하는 앉는 자리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들이 어딘가에 앉을 수 있지만, 앉아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특권을 가진 소수에 지나지 앉는다. 따라서 권좌는 수직적 권위를 의미하고, 의자는 권좌보다 흔하고 훨씬 일반적인 물건으로 편안함을 나타낸다.


하지만 의자가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사회적 차별화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점은 미국의 역사에 잘 나타나는데, 1700년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의자는 편안함이 아니라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부유층은 의자를 과시품처럼 응접실이나 거실에 죽 늘어놓았던 반면, 도시 빈민들은 침상에 앉기도 하고 부서진 통을 의자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자는 산업 혁명기를 거치면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먼저 산업혁명이후 미국인들이 의자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장들은 의자를 대량으로 생산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의자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농경노동대신 공장노동으로 노동 자체의 성격이 변하면서,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하거나 회계나 장부 기록 등을 할 때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서 18세기의 의자들이 형태적 아름다움을 찬양했던 반면, 19세기 의자들은 미학적인 의미보다 편안함을 추구했다. 그리고 의자는 기술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구조적으로 많이 변했고, 공장, 치과, 사무실 등 전문적인 목적이나 작업 환경을 위한 의자 등이 등장했다.


특히 20세기에 이르러, 의자를 포함해 많은 가구 제조업자들은 ‘조립식’가구나 주문식 가구를 대량 생산했다. 특히 조립식 가구는 조립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운송비용도 과감하게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문용 가구 산업은 학교, 사무실, 도서관, 강당, 공항 등 여러 기관들을 위해서 다양한 가구들을 생산하기보다 계약에 따라 일정한 형태, 예를 들어 '직선'형태의 가구들을 생산했다.


이처럼 단순하고 밋밋한 디자인의 철제 의자나 테이블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관념이 많이 변했다. 특히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겸 건축가 장 프루베(Jean Prouve 1901-1984)를 살펴볼 수 있다. 그는 근대 산업혁명 이전 화려한 디자인의 목가구가 널리 유행했을 때, 합리성과 기능성을 중시하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구들을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전통적 예술에 반발하며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아르누보(Art Nouveau)의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그 속에서 아르누보 철학의 영향을 받았으나, 전쟁 때문에 학업을 일찍 그만두고 철세공을 배워 스스로를 예술가보다 장인이라고 여겼다. 그는 본질이 없는 형식주의와 유미주의를 배격했지만, 그가 만든 물건들은 진정한 산업미학의 결정체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그는 ‘금속판이야말로 기능성과 역동성을 지닌 최고의 재료‘라고 믿어, 그의 가구나 건축물은 금속판(sheet metal)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금속판을 구부리고 압축하고 용접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그것이 내구성과 형태 면에서 튜브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그가 형식주의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진정한 장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20세기 디자인사는 스틸 가구 디자인, 알루미늄 건축 및 조립식 가옥 등을 추구한 그를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업적에 비해 그에 대한 연구 및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그의 전시회가 파리와 미국, 일본에서 열리는 등 프루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의자, 테이블, 집과 같이 항상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합리성과 단순성 그리고 구조적 기능성을 중시하는 아르데코적인 프루베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아르데코는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장식미술, 산업미술국제전'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1920∼1930년대 파리 중심의 장식미술을 통칭한다. 아르데코의 경향은 ‘공업적 생산방식을 미술과 결합시킨 기능적이고 고전적인 직선미’를 추구했는데, 1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국제적으로 크게 영향력을 미쳤다.


프루베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없는 디자인은 하지도 말라”고 말할 만큼 장인정신과 기술, 미적 감각의 조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태어난 단순하면서 우아한 디자인이 선보여 건축계와 디자인계에 새로운 회제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관람객들도 산업혁명이후 산업미학의 결정체인 의자뿐만 아니라 프랑스인의 감성이 느껴지는 가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전 시 명 : 장 프루베 가구전

전 시 장 : 서울, 국제갤러리

전시기간 : 2005년 2월28일-2005년 3월 31일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교통안내 : 지하철 3호선 안국역/5호선 광화문역 하차

사 이 트 : http://www.kukje.org/

문의전화 : 02-735-8449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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