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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3-09-26

배부른데도 굶어죽는 나무늘보…기후변화의 또다른 희생자되나 중미 지역 나무늘보 덮친 괴질…"장내 미생물 죽어 먹이 소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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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알려진 나무늘보들 사이에서 뱃속에 먹이가 들었는 데도 굶어 죽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날씨 탓에 나무늘보의 몸속에서 소화를 돕는 장내 미생물이 사라져 아무리 먹어도 영양분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중미 국가 코스타리카에서 나무늘보 개체수를 조사해 온 과학자 베키 클리프는 어느 순간부터 발견되는 나무늘보 수가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늘보들 사이에서 여태 보지 못했던 질환이 돌고 있다면서 "우리는 덥고 건조한 극단적 건기와, 춥고 비가 내리는 길고 극단적인 우기를 겪고 있는데 이건 나무늘보들이 생존하도록 진화된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찾아낸 건 나무늘보의 뱃속에서 잎사귀를 소화하던 미생물들이 너무 쌀쌀해지면 죽어버린다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겉으로는 멀쩡히 먹이를 먹어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기운을 잃고 극도로 허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절반가량이 원시림으로 덮인 생물 자원의 보고로 평가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어왔다. 연중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수십 년 전만 해도 20여 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일 이상으로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폭풍과 홍수 등 극단적 기후재난은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빈번해졌다.

코스타리카에는 전체 6종의 나무늘보 가운데 두 종이 서식한다.

과학자와 활동가들은 나무늘보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도우려 하지만, 숲속에서 나무늘보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무늘보는 전력 질주 속도가 시속 200m에 불과할 만큼 느린 대신 위장 실력은 타고났기 때문이다.

클리프는 "이들은 위장술의 대가가 되기 위해 지난 6천400만년 동안 진화해 왔다"면서 "이들은 코코넛이나 새 둥지인 척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나무늘보를 연구·보호하기 위해선 매번 여러 층 짜리 건물 높이의 나무에 맨손과 맨발로 기어올라 주변에 나무늘보가 있는지 찾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클리프는 말했다.

인간의 활동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면서 서식지가 위축되는 것도 나무늘보의 생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나무늘보는 일생의 90%를 덩굴이나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지내는데 최근 들어 전깃줄을 잘못 붙잡았다가 화상을 입고 발견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

15년간 나무늘보를 연구해 온 동물학자 루시 쿡은 "지구가 무서운 속도로 파괴되는 일부 원인은 우리가 속도와 편리함에 중독된 것"이라면서 "우리는 (나무늘보처럼) 더 느리고 지속 가능해지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2023-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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