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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솔 객원기자
2016-02-29

과학을 파는 '시민참여연구센터' 대전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과학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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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장이나 연필, 지우개가 필요하면 문방구에 간다. 책이 필요하면 서점에 간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구할 수 있는 곳에 가서 구입하거나 얻어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지우개나 책 같은 물건이 아닌, 과학이나 기술이 필요할 땐 어디에 가야 좋을까?

1970년대 네덜란드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과학 기술을 제공하는 ‘과학 상점(Science Shop)’이 있었다. 과학 상점은 현재 유럽 20개국 이상에 널리 퍼져 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북미대륙에서는 좀 더 일반화되어 ‘지역사회 기반 연구(community based research)’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수 년 전 서울대학교와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과학 상점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두 단체 모두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사라진 두 개의 과학 상점 외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과학 상점이 한 곳 있다. 바로 대전의 ‘시민참여연구센터’다.

시민참여연구센터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 기술 연구시설이 밀집해있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과학 상점이다. 2004년 처음 만들어져 올해로 13년째를 맞았다. 지금으로써는 우리나라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과학 상점이다.

과학 상점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학 기술에 정통하고 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일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실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가뿐 아니라 대학생, 일반 시민들까지 과학 기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들까지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다. 실제 회원의 구성을 보면 과학 기술 분야의 전문가와 학생, 일반 시민회원의 비율이 비슷하다.

또 대전이 활동 기반 지역이긴 하지만, 전국을 통틀어 하나밖에 없는 과학 상점이다 보니 대전 외 지역까지 회원들이 펴져 있다.

시민참여연구센터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과학 기술 분야의 성과들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활동이다. 두 번째는 반대로, 시민들이 직접 과학 기술의 영역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얼핏 들으면 이들의 활동이 적정기술과 비슷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적정기술은 기술 기반이 취약한 곳에서 그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을 이용하는 사회 문제 해결의 한 지원 방식이다. 시민참여연구센터의 활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먼저 사회 문제를 발굴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파악한다. 그리고 지역 사회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그 기술을 조금 더 개발, 보완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찾는다. 적정기술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과학 상점 활동은 기술 개발과 사회문제 해결이 병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해 시민참여연구센터에서 개최된 이슈 발굴을 위한 주민 참여 워크숍 ⓒ 시민참여연구센터
지난 해 시민참여연구센터에서 개최된 이슈 발굴을 위한 주민 참여 워크숍 ⓒ 시민참여연구센터

지난 해에는 대전 대화동의 공단지역과 중촌동의 쇠락한 도시지역, 금산의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워크샵도 연다. 지역 조사가 끝나면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제안을 하고, 전문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하게 된다.

조사 과정에는 화학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ETRI(전자통신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였고, 이 사업의 경우 현재 화학연구원에서 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슈발굴이 사업으로 모두 이어지진 않는다. 시민참여연구센터의 활동은 그 결과가 사업으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워크샵 등을 통해 의견이 수렴된 이후의 진행 상황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 큰 의미가 있다.

시민참여연구센터에서 직접 사회 문제를 발굴해내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시민참여연구센터로 문제를 의뢰할 수도 있다. 의뢰는 특별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시민참여연구센터 측으로 연락을 하면 되는데, 의뢰가 들어오면 시민참여연구센터 내에서 그 목적이 비영리적이고 공익적인지 평가하는 과제 선정 절차를 거친다.(시민참여연구센터 홈페이지)

비영리적인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의뢰한 내용이 개인 또는 소규모 단체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파급효과가 커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또, 의뢰자들이 직접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김민수 운영위원장은 “지역사회와 시민단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는 과학 상점의 의미를 강조했다.

시민참여연구센터 김민수 운영위원장(왼쪽), 박현주 사무국장(오른쪽) ⓒ 박솔 / ScienceTimes
시민참여연구센터 김민수 운영위원장(왼쪽), 박현주 사무국장(오른쪽) ⓒ 박솔 / ScienceTimes

김민수 운영위원장은 과학 상점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지속성’문제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생업이 있기 때문에 과학 상점을 통한 기술 지원 활동에 집중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생 회원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면 활동이 자연스레 뜸해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4-5년 이상 활동이 지속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울대와 전북대의 과학 상점이 사라진 이유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기 어려웠고, 단체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적 기반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연구센터에서는 과학 예술 융합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아티언스 캠프에서 선보인 과학 퍼포먼스 "유기체의 탄생"
시민참여연구센터에서는 과학 예술 융합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아티언스 캠프에서 선보인 과학 퍼포먼스 "유기체의 탄생" ⓒ 시민참여연구센터

지속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전문가 모두 과학 상점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시민들이 과학 기술에 대해 좀 더 친근감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과학 상점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 시민참여연구센터는 최근 과학 문화 영역의 활동을 늘리고 있다.

지난 해에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모토로 하는 ‘아티언스 대전’ 행사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 행사인 아티언스 캠프를 진행했다. 또, 2014년부터 대전테크노파크와 협업하여 ‘시민 체감 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충남대 근처인 유성구 죽동에 ‘작은 과학도서관’의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민수 운영위원장은 “과학문화도서관이 지어지고 나면 공간을 활용하여 지역 내에 의미 있는 과학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싶은 바람을 밝혔다.

박솔 객원기자
solleap91@gmail.com
저작권자 2016-02-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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