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2월 첫째 주 별자리

음력 보름이 지나면서 점점 뜨는 시간이 늦어진 달은 이번 주에는 자정이 넘어서 뜬다. 달빛이 사라진 저녁의 동쪽 하늘에는 낯익은 북두칠성을 따라 새봄을 알리는 별자리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쪽 하늘에는 오리온자리를 중심으로 겨울철의 일등성들이 여전히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오리온자리 왼쪽으로는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가 삼각형 모양으로 놓여 있고, 위쪽으로는 황소자리와 마차부자리, 쌍둥이자리가 커다란 다이아몬드 모양을 만들고 있다.

2월 첫째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겨울철 가장 남쪽 하늘에 보이는 비둘기자리이다. 온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남쪽 하늘에 높이 떴을 때 그 오른쪽 지평선 위로 보이는 희미한 별자리가 바로 비둘기자리이다.

24절기의 시작 ‘입춘’

2월 3일(음력 12월 22일)은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다.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봄이 온 것을 축하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을 각 집마다 대문이나 기둥에 붙였다고 한다. 또한 궁궐과 관청에서는 봄을 축하하는 의례를 베풀었고, 백성들은 흙이나 나무로 소를 만들어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올해 입춘은 음력으로 12월 22일이다. 음력으로만 따지만 1월 11일(2020년 2월 4일)에 입춘이 있었는데 다시 12월에 입춘이 왔기 때문에 이런 입춘을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을 전통적인 달력 체계로 사용해 왔다.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에서 비롯되는 계절의 변화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음력의 사용에서 오는 계절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 것이 바로 24절기이다. 즉,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양력 절기이다.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입춘은 매년 2월 3일이나 4일에 해당한다. 입춘의 정확한 의미는 태양이 황도를 따라 춘분점에서 315도 떨어진 지점에 온 날이다. 이날 밤 11시 59분에 태양은 춘분점에서 서쪽으로 정확히 45도(동쪽으로 315도) 떨어진 지점에 온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황도를 따라 나누게 된다. 즉,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날 태양이 있는 황도의 위치를 기준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360도를 24등분 한 것이 바로 24절기이다. 360도를 24로 나누었기 때문에 태양이 황도를 15도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절기가 오게 된다.

24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 천문우주기획

춘분날 태양이 있는 황도 위의 지점을 춘분점이라고 한다. 날이 가면 지구의 공전 때문에 태양은 황도 위에서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한다.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도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는 약 365일 동안 황도를 한 바퀴 즉, 360도 공전하기 때문에 하루에 약 1도 정도 동쪽으로 움직인다.

춘분점에서 90도 떨어진 황도 지점이 바로 하지점이다. 이 날은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날로 낮이 가장 긴 날이기도 하다. 춘분점에서 하지점까지는 태양이 90도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약 세 달 정도가 걸린다. 이런 식으로 춘분점에서 180도 떨어진 지점이 추분점, 270도 떨어진 곳이 바로 동지점이 된다.

24절기는 고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중국의 북부 지방으로 북경 근처)의 기후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하게 맞는다.

다만 24절기가 한자로 된 이름들이기 때문에 24절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해당하는 한자도 함께 익혀두는 것이 좋다. 24절기는 태양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 나오는 월은 양력이다.

(1) 입춘(立春) : 봄이 시작됨. 2월 초순

(2) 우수(雨水) : 비가 처음 옴. 2월 하순

(3) 경칩(驚蟄) :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나 벌레들이 깨어 꿈틀거림. 3월 초순

(4) 춘분(春分) : 태양이 춘분점에 옴. 3월 하순

(5) 청명(淸明) : 중국 황하강의 물이 맑음(날씨가 맑음). 4월 초순

(6) 곡우(穀雨) :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함. 4월 하순

(7) 입하(立夏) : 여름이 시작됨. 5월 초순

(8) 소만(小滿) :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함. 5월 하순

(9) 망종(芒種) : 벼 이삭 같은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심음. 6월 초순

(10) 하지(夏至) : 태양이 황도의 가장 북쪽 지점에 옴. 6월 하순

(11) 소서(小暑) : 더워지기 시작함. 7월 초순

(12) 대서(大暑) : 몹시 더움. 7월 하순

(13) 입추(立秋) : 가을이 시작됨. 8월 초순

(14) 처서(處暑) : 더위가 그침. 8월 하순

(15) 백로(白露) : 흰 이슬이 내림. 9월 초순

(16) 추분(秋分) : 태양이 추분점에 옴. 추분점은 춘분점의 반대되는 지점. 9월 하순

(17) 한로(寒露) : 찬 이슬이 내림. 10월 초순

(18) 상강(霜降) : 서리가 내림. 10월 하순

(19) 입동(立冬) : 겨울이 시작됨. 11월 초순

(20) 소설(小雪) : 눈이 오기 시작함. 11월 하순

(21) 대설(大雪) : 눈이 많이 옴. 12월 초순

(22) 동지(冬至) : 태양이 황도의 가장 남쪽 지점에 옴. 12월 하순

(23) 소한(小寒) : 추워지기 시작함. 1월 초순

(24) 대한(大寒) : 몹시 추움. 1월 하순

가장 큰 하현달

2월 4일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지구로부터 370,100km)을 통과하는 날로 평소보다 훨씬 큰 하현달을 볼 수 있다. 달이 해와 지구 사이에 일직선으로 놓였던 합삭(1월 13일)부터 상현(1월 21일)이 될 때까지 8일이 걸렸던 것에 비해 달이 지구를 기준으로 해의 정반대편에 놓였던 망(1월 29일)에서 하현(2월 4일)이 될 때까지는 6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

2월 4일의 하현달이 크게 보이는 이유. Ⓒ 천문우주기획

삭에서 상현까지 가는 데 8일이나 걸린 이유는 달이 지구에서 가장 먼 원지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망에서 하현까지 가는 데 6일밖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가장 가까운 근지점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하현달은 2월 4일 자정 무렵에 떠서 25일 정오 무렵에 진다.

희망과 평화의 상징 ‘비둘기자리

2월 1일 밤 9시경 남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비둘기자리는 큰개자리와 토끼자리의 남쪽에 보이는 희미한 별자리로 온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남쪽 하늘에 높이 떴을 때만 찾을 수 있다. 시리우스에서 4시 방향으로 지평선 바로 위에 보이는 3, 4 등급의 별로 이루어진 T자 모양의 별자리가 바로 비둘기자리이다.

전설에 의하면 구약성서에서 노아가 육지를 찾기 위해 방주에서 날려보면 비둘기가 바로 비둘기자리라고 한다. 이 별자리의 으뜸별인 3등성 패크트(Phact)가 아라비아말로 산비둘기를 뜻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비둘기자리가 고대부터 있어왔던 별자리로 알려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비둘기자리가 고대부터 있어왔던 별자리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별자리가 고대 별자리였던 아르고호자리(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 타고 원정을 떠났던 배)에서 분리된 고물자리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노아의 비둘기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록이 남아 있기로는 1592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페트뤼스 플란시우스(Petrus Plancius)가 노아의 비둘기(Columba Noae)’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었고, 1603년 독일 천문학자 바이어가 만든 성도에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시리우스와 비둘기자리. Ⓒ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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