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기능에 이상이 생긴지 3주가 넘었다.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막기 위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단기간 내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을 넘어서는 최고 등급의 원전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국가들도 기존 발전설비를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건설된 지 수십년이 지나 노후된 발전소가 많은 데다가, 자연재해에 대비한 설계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58개의 발전용 원자로를 운영 중인 세계 2위의 원전강국 프랑스는 일본 원전사고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프랑스는 미국 104기, 일본 54기, 러시아 31기, 한국 20기와 더불어 세계 5대 원전강국에 포함된다. 원자력 비중 면에서는 1위로 전체 전력량의 80퍼센트 가까이를 원자력에서 얻는다. 최근에는 차세대 원자로라 불리는 유럽 가압수형 원자로(EPR)를 내세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원자력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안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앙드레-클로드 라코스트(André-Claude Lacoste) 원자력안전청장은 지난주 수요일 프랑스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 연례보고에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기준을 지금보다 더욱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에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는 라코스트 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31일 ‘후쿠시마 사고에서 프랑스가 배워야 할 5가지 교훈(Les cinq leçons françaises de Fukushima)’ 기사를 내보내고 원전사고 대비책을 점검했다.
지진 위험에 대비하라
라코스트 청장이 언급한 안전기준 중에는 지진 위험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진 설계의 기준이 얼마냐에 따라 원자로 건설비용이 천문학적 액수로 달라지기 때문에 지진학자들 간에 논쟁이 치열하다.
원자력안전청은 지질학상 제4기에 속하는 지난 2백만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랑스 핵안전연구소(IRSN)가 개발한 지질변동 지표에 따라 원전 건설과 관리를 진행해왔다. 핵안전연구소는 최근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확산 시뮬레이션을 제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통계은행인 시스프랑스(SisFrance)가 지난 1천년간 발생한 약 6천건의 지진을 조사한 결과 MSK 진도계로 4에 해당하는 강진이 1천700건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전기준을 상향조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MSK 진도계 4는 현재 통용되는 리히터 규모 3.5~4.5에 해당한다.
이에 라코스트 청장은 내진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페세나임 발전소의 연장 여부를 재검토하는 동시에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Cadarache) 원자력연구센터가 보유한 플루토늄 작업장(ATPU)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쓰나미 가능성을 조심하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는 전기장치로 냉각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에 범람 위험에 취약한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 1999년 12월의 폭풍으로 인해 서남부 지롱드 강가에 위치한 블레예(Blayais) 발전소의 내부에까지 물이 밀려들었다. 다행히 심각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해일과 홍수로 인한 발전소 침수에 대비하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에 6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프랑스 북부 두에(Douai) 지역의 그라블린(Graveline) 발전소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9미터 높이의 쓰나미에도 영향 받지 않도록 건설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연재해 관련데이터가 계속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코스트 청장은 “천년에 한번 있었던 대재앙이 이제는 백년마다 도래할 만큼 빈번해졌다”고 우려하면서도 지진, 쓰나미, 강풍, 홍수 등 “여러 자연재해가 동시발생하는 경우는 진지하게 고려한 바 없다”고 시인했다.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라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원자력안전청의 감시 하에 19개 원자력발전소 내 58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특히 독일과의 접경지대인 라인강 유역에 위치한 페세나임(Fessenheim) 원자력발전소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1977년에 건설되어 30년이 넘게 가동되는 프랑스 최고령 원자로 트리카스탱 1호(Triscastin 1)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은 지난해말 트리카스탱 1호의 가동을 10년 더 연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지금은 최종결정이 유보된 상태다.
노후된 설비일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방사능과 습기로 인해 부식될 수 있는 수증기 발생기를 첫 번째 점검대상으로 꼽는다. 게다가 경제성만을 따지다가 부품 교체시기를 놓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전력공사는 동남부 리옹 근처의 뷔제(Bugey) 원자력발전소의 노후부품 교체에 늑장을 부리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라
프랑스 원자력안전청은 일본 원전사고 초기부터 “후쿠시마 발전소 주변 반경 20km 내의 모든 주민을 대피시키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질지는 확실치 않다.프랑스는 5년 전부터 원자력 관련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코르디파(Cordipa)라는 운영위원회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거부와 지자체의 비협조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뤽 라숌(Jean-Luc Lachaume) 원자력안전청 부청장은 “대피령은 빨리 내릴수록 좋지만 상황에 맞게 탄력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수 거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과 인근 대도시의 전체 인구를 이동시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원자력 비상사태 대처매뉴얼은 발전소 내에서 시행되는 내부비상계획(PUI)과 외부의 개별개입계획(PPI)으로 나뉜다. 최근 프랑스 내무부는 인근 주민들을 더욱 신속히 대피시키기 위해 개별개입계획을 수정하는 회의를 진행 중이다.
저장수조를 밀폐시켜라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수조도 위험발생 가능성이 높다. 신형 원자로는 핵연료가 공기나 냉각수와 접촉하지 않도록 완전 밀폐식으로 건설되지만 저장수조는 완벽한 밀폐가 어렵다. 게다가 후쿠시마의 경우처럼 원자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냉각수가 제 기능을 못해 연료봉이 물 밖으로 노출되면 방사능 물질이 방출될 수도 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 소속 토마 우드레(Thomas Houdré) 연구원은 “후쿠시마와 유사한 원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임을 인정했다. 프랑스가 운영 중인 저장수조는 지진에 대비한 설계가 적용되었지만 밀폐 기술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대서양 연안 영국 접경지대 플라망빌(Flamanville)에서 현재 건설 중에 있는 저장수조만이 화재에도 완벽하게 핵연료를 보호할 수 있을 뿐이다.
프랑스 전력공사는 현재 58개 원자로의 냉각시스템을 재점검하는 한편 저장수조를 완벽하게 밀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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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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