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급속히 높아지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미세먼지 대책은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황사를 비롯한 자연 먼지(natural dust)가 오히려 대기의 질을 개선한다는 연구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1일자에 발표된 새 연구에 따르면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중국 동부 도시들의 인공(man-made) 대기오염은 고비사막에서 먼지가 덜 날아올 때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자연 먼지 줄어들면 중국 동부 대기오염 13% 증가
그 이유는 먼지가 대기 온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바람이 불어 인공 대기오염을 날려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지가 적으면 공기가 정체되고 인위적인 공해물질이 농축돼 대기 중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는 것. 연구팀은 겨울철에 먼지가 줄어들면 중국 동부지역의 인공 대기오염이 13%나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기에 자연 먼지가 더 많을수록 대기의 질이 더욱 개선된다는 이 역설적인 발견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태평양 북서 국립연구소(PNNL)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 연구진이 수행했다. PNNL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양양(Yang Yang)이 논문 제1저자로,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린 러셀(Lynn Russell)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자연 먼지와 인위적인 오염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더욱 광범위한 문제는 중국뿐 아리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라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의 오염을 완화하거나 악회시키는 자연적인 힘은 미국의 여러 도시를 포함해 세계 도처의 많은 지역에서 작용하고 있다.

자연 먼지, 햇빛 편향시켜 지표 온도 낮춰
연구팀은 역사적인 데이터와 컴퓨터 모델을 통해 중국 중부와 북부의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자연 먼지가 줄어들면 인구밀도가 높은 중국 동부지역의 대기오염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자연 먼지 입자가 햇빛을 편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먼지 입자의 수가 적을수록 햇빛의 양이 많아져 지표는 평소보다 따뜻해진다. 이로 인해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겨울철 기온 차이가 줄어들어 바람이 약해지고 공기 정체 현상이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겨울철 몬순 계절 동안 중국 동부지방은 공기 중 먼지가 적을 때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이 약해진다.
이 같은 변화는 사람이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크지는 않다. 풍속이 시간당 10분의 1마일(360m) 정도로 작은 변화지만 지역 전체 규모로 보면 기후와 대기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나라에서도 과학적 분석 필요
양 박사는 “이 연구는 자연 먼지와 바람 및 인위적인 대기오염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제로 조사한 첫 번째 사례”라며,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중국 동부지역의 대기 질을 결정하는데 먼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의 모델링 결과는 중국 동부지역 12개 사이트의 관측데이터와 일치한다. 연구팀은 중국 서부지역에서 동부지역으로 먼지 바람이 불어온 2~3일 뒤에는 동부지역의 공기가 먼지 바람이 불기 전보다 더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중국 동부 베이징과 같은 도시에서 인위적 오염이 여전히 대기오염의 핵심이지만 자연 먼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륙에서 날아오는 황사와 대기오염 물질이 뒤섞여 미세먼지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대기 질 문제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분석과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5-1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