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된 후 ‘전국 환경 투어’를 갔다. 환경신기술을 개발한 민간기업을 만나려니 ‘혼자, 잠바를 입고, 지정한 번호의 차를 타라’고 하더라.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이 뛰어날수록 특허받기 어렵고, 심지어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실정이다. 환경신기술을 정책에 연결하는 일에 대해서는 최고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공무원들과 약속했고, 더 많이 노력하겠다”
스스로를 ‘이빨 뽑는 사람’이라고 밝힌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환경과학자의 현실에 대해 매우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2006년부터는 환경정책의 패러다임이 자연과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환경기술개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재용 환경부장관을 초청해 ‘환경정책방향 및 환경기술개발 중장기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정책세미나를 21일에 개최했다.
치과의사, 연극대표, 환경운동가, 대구시 남구청장, 열린우리당 소속 등 다양한 경력 소개에 대해 이재용 장관은 “정치하는 사람이다 보니 잡동사니 경력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환경부장관이 돼 세간의 관심을 끈 이 장관은 “86년 대구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했는데 당시 환경운동은 반국가 행위로 치부돼 3개월 만에 문을 닫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는 사람이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는 시대가 되었다”며 “과거 경제성장의 영웅이 지금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현실”을 소개했다.
유럽에서 초청해 좋아했더니, 온실가스 줄이라고 압력
이날 강연은 국내외 환경현황, 환경정책 추진방향, 환경기술개발 중장기 전략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장관은 천성산과 새만금 사업을 예로 들면서, 환경문제와 경제문제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환경 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대부분 열악한 수준”이라며, “2005년 세계경제포럼의 환경지속성지수(ESI)에서 146개국 중 12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08년에는 100위권 안으로, 2010년에는 영국 수준인 60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현재 다자간 환경협약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환경협약이 점차 무역규제가 되고 있고, 한국은 실제 비상이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장관이 된 후 유럽에서 자신을 초청한 일화를 소개하며 “유럽에서 내가 유명해서 부른 줄 알았더니, 실제는 2차 단계 온실가스 의무감소국에 포함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해왔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이 산업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선진국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방법은 “환경협약의 틀 안에서 환경기술을 개발하는 것밖에 없다”며 “KIST에서 연구하는 여러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에는 환경정책 패러다임이 바뀔 것”
한국의 환경정책에 대해서는 “2006년을 기점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매체 중심으로 관리했지만, 내년부터는 환경의 수용체인 사람과 자연을 중심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형국책사업의 환경성 검토시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입안 단계에서 반영해 환경성 검토는 강화하고 사업자 불편은 최소화하여, 개발가능지역의 환경평가를 수치로 보여주는 국가환경성 평가지도 웹서비스를 수도권에 이어 영호남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해 자연친화적 개발을 유도하고, 비무장지대(DMZ)에 대해서는 통일 이후에 땅을 강제로 매입해 DMZ를 세계적 생태보고로 육성할 계획도 밝혔다.
한편 이재용 장관은 “지금 환경부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상수도인데, 한국에는 489만 명이 수돗물에서 소외되어 있고, 이 부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이는 미국의 민간기관이 UN이 사용한 ‘water-stressed'라는 표현을 오도한 것으로 실제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려 흘려보내는 강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물부족 국가는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그리고 상수도에 대해서는 “수돗물이 공공부문에 독점돼 물값이 너무 싼데, 여기에는 국민의 세금이 포함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민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과인은 정치를 금방 이해하지만, 정치인은 이과를 이해 못한다”
질문 시간에 KIST의 한 연구원은 “10월 8일 KINTEX에서 환경기술상 수상식이 있었지만, 메이저 언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일”을 예로 들며 “환경에 관한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자신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바로 옆 행사장에는 기자가 많았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환경기술의 현실에 대해서 그는 “민간에서 환경신기술을 개발하면, 특허받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일을 보았다”며 “환경신기술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것을 이미 환경부 회의에서 발표했고,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자신은 이빨(이)을 뽑는 치과의사에 불과했다”며 “정치를 하면서 이과 쪽에서 문과 쪽을 이해하는 것은 몇 개월이면 가능하지만, 문과에서 이과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정치는 남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과 책임을 느끼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연구하는 분도 정치의 가능성을 스스로 막지는 말라”고 주문했다.
- 채은동 인턴기자
- mynameisced@hanmail.net
- 저작권자 2005-11-2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