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성능…두 마리 토끼 잡은 ‘연료전지’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성영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최근 현대 인류는 환경오염과 화석연료 고갈로 인한 대체에너지 개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직접메탄올 연료전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어 휴대용 기기의 전원장치 등 다양한 응용범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메탄올 산화반응이 매우 느리고 반응 중간생성물인 일산화탄소가 촉매 표면에 흡착해 반응할 수 있는 자리를 막아 성능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단점으로 거론되곤 한다.

뿐만이 아니다. 산업 부산물로 나오는 중금속은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특히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중 6가 크롬은 자극성이 심하며 호흡기 점막에 심한 장애를 주고 피부를 통해 접촉하면 부종 및 궤양 등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6가 크롬은 발암물질 중 하나로 다량 농축 될 경우 경련 등을 일으켜 중독 대상을 사망하게 하는 유독한 물질이다. 이에 따라 이를 덜 해로운 3가 크롬으로 전환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개발

 성영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 성영은

성영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 성영은

국내 연구진이 중금속 제거와 에너지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하이브리드 연료전지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성영은 그룹리더 겸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친환경적이고 높은 효율을 갖는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는 에너지 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직접메탄올 연료전지는 기존 수소기반의 연료전지에 비해 연료의 저장 및 운반에 이점이 있어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연료전지를 만들기 위해 거치는 메탄올 산화반응 과정에서 부산물인 일산화탄소의 ‘백금촉매 피독현상’이 성능을 떨어뜨리기에 이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인식됐다.

성연은 그룹리더팀은 인체에 유해한 6가 크롬(Hexavalent chromium) 중금속을 제거하는 동시에 연료전지의 문제점인 일산화탄소 피독을 제거해 에너지 전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반응 메커니즘을 고안했다.

“연구의 핵심은 기체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액체 알코올, 그 중에서도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메탄올 연료전지 개발에 관한 것입니다. 메탄올 연료전지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처럼 쉽게 갈아 끼울 수 있고, 연료전지 크기를 크게 줄일 수 있어 휴대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즉 배터리(이차전지)와 달리 충전이 필요 없고 일주일 정도 사용한 후 소형 메탄올 카트리지만 갈아 끼우면 되기 때문에 고성능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응용이 가능하죠. 다만 현재까지의 메탄올 연료전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감소하는 것이 큰 문제였어요. 저희 연구팀은 그러한 성능 감소를 없앨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성영은 교수팀은 메탄올 연료에 인체에 유독한 중금속인 6가 크롬(Cr6+) 이온을 동시에 넣음으로써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중금속 크롬 제거와 메탄올 연료전지의 성능 향상 및 고성능 지속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즉, 이를 통해 고성능 연료전지가 개발된 것이죠. 크롬 환원과 메탄올 산화라는 두 개의 화학반응을 결합해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메탄올은 산화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전극 성능을 저하시켜요. 저희 연구팀은 이 일산화탄소가 6가 크롬과 반응해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와 3가 크롬이 되는 전기화학반응을 이용해 연료전지 성능 향상과 크롬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개발된 연료전지의 출력밀도가 기존에 비해 20%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유해한 6가 크롬 역시 제거되는 것 역시 확인했다. 더불어 촉매의 피독작용을 제거해 10시간의 장기구동에서 초기성능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높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6가 크롬중금속을 대부분 제거하는 우수한 전환율을 확인했다.

융합연구로 해결한 에너지와 환경문제

6가 크롬의 도입을 통해 일산화탄소 피독 현상이 제거되는 메커니즘 규명 ⓒ IBS

6가 크롬의 도입을 통해 일산화탄소 피독 현상이 제거되는 메커니즘 규명 ⓒ IBS

성영은 교수에게 연구를 진행한 계기를 묻자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진행한 것”이라며 운을 뗐다. 성 교수는 “저희 연구실은 오래전부터 연료전지 등 전기화학을 이용해 에너지 생산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를 해 왔다”며 “그러던 중 환경 전문가인 포항공대 최원용 교수님의 연구팀과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이 계기를 통해 연구가 진행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브레인스토밍 중 저희는 메탄올 산화반응의 부산물인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산화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이야기 했고, 포항공대 연구진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6가 크롬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대화 도중 ‘그럼 두 연구실의 두 분야를 융합헤 에너지와 환경의 핵심 문제를 동시에 한번 해결해 보자’ 로 의견이 모이게 된 거죠. 재미있게도 우리의 문제는 일산화탄소를 산화시켜야 하는 것이고 포항공대의 문제는 6가 크롬을 환원시켜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는 화학에서 널리 알려진 산화 환원 반응으로 산화 환원 반응 조합을 응용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어요. 여기서 출발해 본격적으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시작해 이번 성과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성영은 교수에 의하면 기존의 연구들은 메탄올 연료전지의 성능 향상과 성능 지속을 위해 대부분 전극 재료인 촉매를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곤 했다. 이는 결국 ‘촉매를 잘 개발해서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하자’ 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성 교수는 “촉매연구 자체는 표면화학 및 전기화학의 관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지만 직접메탄올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데는 제한 요소가 많았다”고 이야기 했다.

“이러한 연구의 경우 초기성능은 향상되므로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성능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전지에 구동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를 보입니다. 때문에 직접 부산물인 일산화탄소가 효과적으로 산화되는 것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한계를 극복한 성영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성능 면에서도 기존 보다 우월한 결과를 보인다. 현재 사용되는 메탄올 연료전지의 경우 1 cm x 1 cm 크기의 단위면적당 150~200 mW 정도의 전기를 생산한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연료전지는 기존에 비해 20% 향상된 성능과 10시간 이상의 장기 구동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초기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환경과 관련해서도 인체에 유해한 6가 크롬이 제거되는 것을 시간에 따라 확인했으며, 10시간 연속 구동할 경우 초기에 삽입한 6가 크롬이 대부분 제거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던 것의 핵심요인으로 성영은 교수는 ‘지속적인 토의’를 꼽았다. 그는 “연구진들 간의 지속적인 토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서울과 포항 간의 공동연구로 진행된 만큼 물리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주 토의를 하며 방향설정을 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연료전지 및 전기화학 평가에서 저희가 갖고 있는 우수한 노하우와 포항공대 팀이 보유한 우수한 환경 분석 노하우가 만나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융합 연구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셈이죠.”

휴대폰 사용이 대중들에게 보편화 된 만큼, 장시간 배터리는 대중들에게 이제 보편화된 니즈(needs)가 됐다. “충전 없이 장시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원함은 자연스러운 게 됐어요. 그 장치 중 이상적인 것이 알코올을 사용하는 연료전지죠.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아직 상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충전이 필요 없는 소형 발전 장치를 개발하려는 저희 연구실의 노력이 이번 연구 개발의 동기가 됐다고 볼 수 있어요. 최원용 교수님 팀은 환경적으로 유해한 6가 크롬을 제거할 방법을 늘 찾고 고민해 온 것이 연구의 계가기 됐을 것이고요.”

연구 과정 중에는 물론 크고 작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무엇보다 기대와 달리 6가 크롬 반응을 일으키는 게 쉽지 않았다. 성 교수는 “처음에는 환원극에 산소환원반응을 대체하기 위해 산소 대신에 6가 크롬을 넣어 연료전지를 구동해 봤지만 기대와 달리 6가 크롬의 순수 환원전위가 너무 높아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연료전지 효율이 나오지 않아 연구가 중단됐다” 고 이야기 했다.

“다양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6가 크롬의 환원이 매우 어려운 반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초기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으로 되돌아가 보기로 했어요. 부산물인 일산화탄소를 산화시키는데 6가 크롬을 활용해 보기로 방향을 수정했죠. 거의 8개월 동안 진척이 없어 포기하려고 했는데 초기 브레인스토밍 단계로 되돌아가 방향을 수정한 지 2주 만에 성공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극 표면에 생성된 일산화탄소를 6가 크롬이 효과적으로 산화시키면서 환경적으로 안전한 3가 크롬으로 환원되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향후 충전이 필요 없는 장수명 휴대용 전지를 개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메탄올 연료전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 뿐 아니라 군사용, 레저용, 소형 자동차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성 교수는 “또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환경 유해물질을 처리하는 환경 신기술로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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